훌륭한 교사가 Unsung Hero인 이유

댄 히스의 <업스트림>을 읽고

by 청블리쌤


<업스트림(Upstream)>은 <스틱!>, <스위치>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경영 전문가 댄 히스의 신작이다.

' 반복되는 문제의 핵심을 꿰뚫는 힘'이라는 부제가 붙었고, 힘만 빼는 실속 없는 시도를 관두고 반복되는 문제의 진짜 원인을 찾으라고 힘써 주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방대하고 구체적인 사례말고 '업스트림'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는 부분을 몇 군데 인용하면...


당신이 친구와 함께 강가에서 소풍을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강 쪽에서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어린아이가 물에 빠진 것이다. 두 사람 다 곧장 물에 뛰어들어 아이를 구해 강가로 데리고 나온다. 그런데 숨 돌릴 틈도 없이 또 다른 아이가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가 들린다. 당신과 친구는 아이를 구하려고 다시 강물에 뛰어든다. 그게 끝이 아니다. 물속에서 허우적대는 아이가 보이고, 또 보이고, 계속 보인다. 두 사람의 힘으로는 다 구하기가 벅찰 정도다. 그때 갑자기 친구가 당신을 혼자 두고 물 밖으로 나간다. "어딜 가는 거야?" 당신이 묻자 친구가 답한다. "상류(upstream)로 가서 아이들을 물속에 던져 넣는 놈을 잡으려고"

-공중보건과 관련된 우화(사회 운동가 어빙 졸라가 썼다고 전해지는 글을 각색)


‘다운스트림’은 문제가 발생한 뒤에 대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업스트림’은 문제가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막는 것을 의미한다.


살다 보면 우리는 종종 대응만 반복하는 사이클에 갇히고는 한다. 불이 나면 불을 끈다.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대처한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한다. 하지만 문제를 발생시킨 시스템을 고치려는 시도는 절대 하지 않는다.

우리가 사후 대응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눈에 더 잘 보이고 측정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에서 업스트림 활동을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거나, 그 문제로 인한 피해를 체계적으로 줄이는 것’이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내가 예방적(preventive) 혹은 선행적(proactive)이라는 말보다 ‘업스트림’이라는 말을 선호하는 이유는 개울(stream)의 비유가 해결책에 관한 생각을 확장시키기 때문이다.


복잡한 상황을 감수할 용의가 있다면 언제나 상류를 향해 다가갈 방법은 있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어떻게 그걸 감지할 수 있는가?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게 바로 ‘성공’이라면, 그 성공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일어나지 않은 일을 위해 누가 돈을 지불하겠는가?


우리는 ‘대응-회복-구제’구조를 찬양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보다 더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다. 상황을 전으로 되돌리려는 노력은 줄이고 더 나은 결과물을 내는 것이다.



작가는 이 책에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다운스트림’현상의 이유와 ‘업스트림’으로 전환하기 위한 문제분석 및 해결책을 제시한다. 작가는 이 책을 쓰기 위해 300회 이상 인터뷰를 진행했고, 다양한 분야별 사례와 구체적인 논거로 책의 내용을 풍부하게 채웠다. 그 구체적인 사례를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자신과 관련된 분야에 적용할 마인드를 갖추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난 교육 분야에 적용하며 교사들은 ‘업스트림’의 자세로 교육활동에 임해야 한다는 생각을 정리해 보려 한다.


한나라 명의로 유명한 화타는 자신보다 형들의 의술이 훨씬 더 뛰어나다고 했다. 큰 형은 사람의 얼굴빛만 보고도 미리 조치를 취해 병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했고, 둘째 형은 증상이 미미할 때 더 쉽게 치료를 했다는 것이다. 정작 자신은 중병에 걸린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니 형들의 의술에 비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화타 삼형제를 이 책에 빗대어 말하면 형들은 업스트림, 화타는 다운스트림에서의 대가였던 셈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영웅이 필요하다는 건 대개 시스템이 실패했다는 증거다’라고 주장한다.

영웅이 필요하다는 건 위기상황이라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그런 위기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막는 것임에도, 우리는 영웅을 칭송한다.


오래전 Invisible이라는 책을 인상 깊게 보았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건 invisible한 사람들로 인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돌아보면 이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는 그들에게 우리의 생존과 품위 있는 삶을 빚지고 있다.


이 책에 ‘선지자의 딜레마’라는 말도 언급된다.

Y2K 컴퓨터 버그(컴퓨터의 날짜 인식이 뒤의 두 자리로 되어 있어, 99년 이후 00년으로 날짜가 바뀔 때 1900년과 2000년과 구별이 되지 않는 현상으로 전 세계가 마비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버그)가 별 사고 없이 지나갔다. 누군가는 Y2K는 사기라고 주장하며 사람들의 동요를 막았다는 이유로 칭송을 받았는가 하면, 한 편에서는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던 사람들이 자신들로 인해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발생하지 않은 문제를 증명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Y2K버그가 발생하고 나서서 해결했다면 영웅이 되었겠지만 사전에 예방했다면 더 위대한 일을 하고도 그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야말로 눈에 보이지 않는 unsung hero인 것이다.


선지자는 미래의 문제를 예언하는데, 그로 인해 미리 대비함으로 인해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는 거짓의 사람이나, 존재감 자체가 없는 사람으로 인식될 것이다. 그런데 정작 애정으로 진심을 다하는 선지자는 자신의 예언이 들어맞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난 교사의 숭고한 역할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지금 이 순간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 위험을 알리고 미래를 대비하라고 외친다. 그러면서 부디 학생들이 나중에 그 말을 한 교사의 말이 맞았음을 뼈저리게 실감할 일이 없기를 바란다. 그래서 오히려 존재감없이 잊혀지는 것에 더 감사할 것이다. 그래서 훌륭한 교사는 unsung hero 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식의 체계에 있어서도 다운스트림보다 업스트림으로 가서 물줄기를 제대로 타고 내려오기를 기대한다. 기본을 갖추지 않고 있다가는 다운스트림의 쏟아지는 물줄기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학년 학교교육이 더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 암기의 결실보다 이해의 씨앗이 더 중요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교사는 끊임없이 현재의 순간을 미래로 연결해 준다. 스티브 잡스는 현재의 결과에서 과거의 원인으로만 점을 이을 수 있다고 말했지만, 학교 현장을 지키는 교사들은 학생들과의 만남과 경험을 통해 데이터베이스처럼 집약된 체계로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미래로의 결과를 이야기해 줄 수 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의 교사의 말보다 결실과 결론에 집착하는 것은 당장 교사의 말을 듣기에는 아직 위험의 조짐이나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며, 당장 눈에 보이고 확인할 수 있는 것만 성취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통은 학생 스스로 넘어지고 실패를 경험해야 오히려 그다음에 더 크게 성장하고 제대로 방향을 잡게 되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교사들도 때로는 타협하려는 유혹에 빠진다. 학생들의 교육활동에서 씨뿌리기보다 꽃꽂이를 시키고 있을지도 모른다.


진정한 교육 효과를 위해 우리는 업스트림으로 더 올라가야 한다. 학생들도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야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수준에 맞는 깊이의 물에서 자연스럽게 다운스트림으로 향하도록 방향을 바꿔주어야 한다.


확실한 건 업스트림에 가까운 저학년일수록 더 큰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고등학교에서 중학교로 가게 된 것이 업스트림의 방향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고등학교 있을 때도 고3을 맡는 것보다 고등학교 1학년을 고집하면서 그들의 기본기와 학습 습관 형성에 더 절실하게 매달렸던 것도 그런 이유인데, 이제는 더 업스트림과 가까운 지점에 있게 되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업스트림에 더 가까울수록 업스트림으로 가자는 데에 대한 저항감은 더 크다. 아직 현실화되지 않는 위기와 아직 인지하지 못하는 문제의식으로 인함이다.


정말 큰 절실함은 좀 더 많이 떠내려 가버린 좀 늦은 시기에 생긴다는 것이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교사들의 고통이다.


그럼에도 교사들은 오히려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고 학생들이 고맙다고 기억조차 해주지 않을 그 선지가 같은 역할을 기꺼이 감당한다. 애초에 감사를 받거나 인정을 받는 건 교사들의 목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건 그저 진심을 다한 교육활동의 어쩌다 한 번씩 생기는 보너스 같은 덤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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