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통증이 알려준 것들

by 청블리쌤

(2020.1.1)

허리염좌로 누워서 송구영신을 하고 있는 지금 제 모습이 나이가 들만큼 들었다는 삶으로 드러나는 증거인 것 같아 슬프기도 합니다.

누워서 이렇게 포스팅을 하는 건 평소 상상하지 않았던 일인데 현실이 되고 있네요.


이틀 전 집에서 샤워를 하며 머리를 감다가 갑자기 끊어질듯한 허리의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바닥에 주저앉아 한동안 꼼짝을 못 했습니다. 그리고는 겨우 몸을 추슬러 약물치료와 더불어 침상안정을 며칠째 취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생기니 당장의 고통보다 회복에 대한 의구심과 분명 평소와 다름없는 자세였음에도 좀 더 조심하지 않았던 후회감이 저를 더 힘들게 합니다.

증상에 대한 검색을 열심히 하고 비슷한 일을 이미 겪은 남동생의 컨설팅도 받는 과정에서 찾아낸 삶에 대한 깨달음 몇가지입니다.


1. 일단은 기다릴 것

분명 처음의 고통은 119의 도움을 받아 바로 병원에라도 가야 할 정도였지만 일단 휴식과 안정을 취하고 기다리는 것이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허리 통증의 잘 알려지지 않은 비밀은 의외로 자연치유가 많다는 것과 다른 부위보다 긴 회복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비 등의 심각한 증상이 아니면 일단 자연 회복의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많았습니다. 물론 초기 냉찜질과 48시간 후 온찜질, 통증 정도에 따라서 소염진통제 및 근육 이완제 복용, 그리고 무엇보다 48시간 정도의 침상안정 등의 교과서적인 응급처치가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심하지 않은 경우도 1-2주가 소요될 것이라 하며 증상과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니, 어느 정도의 고통의 시간은 반드시 겪어야 하는 과정임을 받아들이는 것도 편안한 치유에 도움이 될 듯합니다.


2. 후회하지 말고 되새김해볼 것

허리염좌 등의 허리 통증은 단 한 번의 동작으로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쌓였던 피로와 위험요인들이 마침 그때가 되어 발현된다는 것입니다. 보통은 재채기나 기침 같은 사소한 동작부터 무거운 것을 드는 동작으로 유발이 되지만 아무런 유발인자에 대한 의식 없이 갑자기 아프기도 하니 말입니다.

그러니 그 사소한 유발동작으로 후회할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평소 바르지 않은 자세가 계속되거나 무리하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는 일로 거의 임계점에 다다르게 했다는 것에 대한 되새김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미 아픈 사람에게 예방법은 후회의 목록이겠지만 회복된 후의 절실한 생활지침이 될 것입니다.

이를테면 바른 자세로 앉기, 한 자세 오래 유지하지 않기, 의식적으로 틈틈이 스트레칭하기, 과로하지 않기, 스트레스 해소하기, 플랭크운동 등 평소 허리강화운동하기, 자주 걷기, 준비운동하기, 추울 때 특히 더 조심하기 등 알고 보면 너무 당연해서 잊기 쉬운 것들입니다.


3. 또 다른 기회에 감사할 것

발목염좌로 고생할 때는 걸어 다니는 게 부럽고, 허리염좌로는 앉아있는 것 자체가 부러울 지경입니다. 감사해야 할 일을 당연히 여기다 잃어버린 간절함, 그것이 회복되도록 돕는 것이 고통의 순기능입니다.

또 적절한 고통은 더 큰 위험을 피하게 하는 경고음이 되기도 합니다.


4. 안식의 축복

방학 후 감당하기 힘든 과도한 약속과 스케줄이 잡혀있었다는 사실을 아프고 나니 느끼게 되었습니다. 약속을 잡았던 이들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지금 제게 필요한 건 안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혼자서는 옷도 못 갈아입고 양말도 못 신을 정도의 불편함과 통증을 안고 있지만 그 강제적 상황이 아니었다면 지난 한 해 학년부장 데뷔전을 치르고, 큰 딸의 입시코디(?)를 담당하며, 겨울방학 직전에도 굳이 안 해도 되는 방과후 영어특보 수업까지 힘겹게 해내는 등의 나이를 의식하지 않는 그 분주한 발걸음을 멈추려 하지 않았을 거니까요.


5. 혼자서만 감당하지 않기

평소 아내에게 집에서 잘 안 하던 부탁을 하면서 학교에서도 아쉬운 소리 하며 부탁하며 기다리는 것보다 혼자 빨리 다 해버리는 제 습성을 돌아봅니다.

제 학교 동료들은 저와 함께 있는 것이 당장은 편하고 좋으나 저 혼자 다 감당하려는 제 강점이자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1년 후에는 바보가 되어 있다는 칭찬 같은 지적을 자주 듣습니다.

다른 이들을 도와주는 건 좋아하면서 정작 다른 이들이 저를 도울 기회는 주지 않았다는걸, 기쁜 마음으로 제 모든 사소한 일들을 돕는 아내를 보며 깨닫습니다.

서로 기댈 어깨를 내어주고 기꺼이 기대려 하는 마음의 빚을 기쁜 마음으로 감당하면서 더 큰 사랑을 하게 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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