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의 말들 – 은유

by 청블리쌤


독학으로 작가가 되어 글쓰기를 계속하는 은유 작가의 책입니다. 그녀의 작가 경력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니체에 대해 그녀는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니체는 “행동하는 자만이 배우기 마련이다”라며 그러므로 “모두가 가야 할 단 하나의 길이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단언했다. “자기만의 길을 가는 이는 누구와도 만나지 않는다”라는 니체의 말은 ‘나는 너무 뒤처진 게 아닐까’ 비관하는 늦깎이 작가에게 자기만의 보폭으로 길을 가도록, 자기만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글을 쓰도록 힘을 실어 주었다. 니체의 문장이라는 연료를 넣은 덕분에 나의 글쓰기는 휘청일지언정 멈추지 않을 수 있었다.


남들과 비교해서 앞서려고만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앞서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개인의 속도와 걸음걸이의 개성, 그리고 그 발달과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으면서 동일한 잣대로 순위를 매기는 것에 익숙합니다. 어떤 분야에서든 남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지요.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 작가에게 니체의 개성을 존중한 위의 말은 큰 위로가 되었을 것입니다. 교사로서 학교에서 내신과 수능 그리고 비교과 활동을 통한 개인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각 학생의 개별성과 개성을 존중하기가 어려운 현실에 늘 좌절하곤 합니다. 각자의 발달 속도가 다르니 좀 더 인내하며 자신의 페이스로 가자는 말도 쉴 새 없이 남들과 비교되는 현실 속에서 공허한 울림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한 번씩 저의 그 현실에서 벗어난 듯 현실에 바탕을 둔 그 위로와 조언이 몇몇 학생들에게 와닿아 그들의 인생의 행보에 변화를 주는 걸 확인할 때 저는 교사로서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모두가 자기의 분야에서 자기의 걸음걸이로 자기만의 속도로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독서체험으로 수집한 글쓰기에 관한 명문장과 그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며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데 정말 주옥같은 글들이 이어집니다.
그중 두 부분만 소개하면...


“결핍은 결점이 아니다. 가능성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세계는 불완전한 그대로, 불완전하기 때문에 풍요롭다고 여기게 된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삶을 살펴보면 책이 삶의 거친 파도를 피하는 방파제가 되어 주었다. 고통이 글을 낳았다.
“나는 평생 책을 타고 떠다녔고, 어린 시절에는 내게 친절하지 않은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책으로 만든 탑과 벽을 쌓아 올렸다.” - 리베카 솔닛


결핍의 부족(?)은 결국 채워지지 않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교사로서의 제 경험은 결핍 자체보다 결핍에 대한 의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늘 일깨워줍니다. 결핍이 없는 학생은 없습니다. 단지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학생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학생이 있을 뿐입니다. 길게 보면 결핍을 인정하는 초라해 보이는 학생이 결국 자신의 꿈과 길을 찾아냅니다.
스마트폰과 재미있는 거리로 가득한 현대의 삶에서 학생들은 책을 읽어야 할 결핍 의식을 갖지 못합니다. 책으로 이끄는 고통의 경험이 오히려 축복임을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됩니다. 책을 통해 얻게 된 지식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넓어진 시각과 세상을 이해하는 능력은 더 중요한 성과이며 이는 단기적 노력으로 도달할 수 없는 것입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책을 통해 그런 능력을 체득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작가가 되려는 사람만 책을 가까이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칼럼은 편견이다.’ 언젠가 읽은 작가 김훈의 한마디가 위안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래, 꼭 정답일 필요는 없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을 보여 주면 돼. 텅 빈 모니터, 깜빡이는 커서 앞에 진실하면 되는 거야. 글이 이끄는 대로 나아가고자 했습니다.” - 권석천 기자


훌륭한 글도 어떤 관점으로 보편 편견일 수 있다는 것... 그 좋은 의미의 편견을 유지하지 않으면 자기만의 글이 나오지 않겠지요. 안하무인격의 아집이 아닌, 남들과 비교하면서 열등감을 느끼는 움츠려듦이 아닌, 진정성 있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작가가 아니라도 우리는 우리의 삶의 이야기를 매일 삶으로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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