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 21)
저는 스마트폰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첫째 8년간 쓰던 폴더폰도 여전히 쓸 만하였습니다. 통화와 문자에 불편함이 없었고 그 외의 인터넷 활용은 컴퓨터로 불편함 없이 해왔기 때문입니다.
둘째 스마트폰으로 인해 주도적인 선택이 배제되며 강제로 열릴 것 같은 SNS의 세계에 대한 부담이 컸습니다.
셋째 스마트폰의 부작용을 먼저 걱정하였습니다. 스마트폰의 편리함으로 이전의 감성과 여유와 휴식 등을 빼앗길까 하는 염려 말이지요. 그리고 굳이 애써서 중독이 되는지 안 되는지 시험해보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된 지 두 주 후의 저의 느낌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스마트폰으로도 얻을 수 없는 것은?>
1. 인맥
스마트폰으로 바꾸었다고 갑자기 연락이 많이 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스마트폰에 적응한다는 것은 인맥을 넓힐 기회를 자연스럽게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그러나 한 편으로 군중 속에 외로움이 더 커질 수도 있고 진정성 있는 소통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현실의 인맥에 더 소홀해질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에서도 각자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소통하려 하는 경우가 많다.
2. 절제력
스마트폰 외의 일에 더 충실할 기회를 반납 당한다.
중학생 둘째 딸 공기계를 구해서 와이파이로 사용하고 있으며 할 일 충실하면 시간을 확보해 주기로 하였으나 부질없는 짓임을 매번 실감한다.
어떤 일도 스마트폰보다 재미있기 쉽지 않고 특히 공부는 스마트폰과 대적이 될 수 없다.
첫째 딸은 독서실 갈 때 2G폰도 집에 두고 감.
당장 궁금한 거 찾아보고 더 재미있는 것을 할 수 있는데 아날로그 감성을 발휘하면서 상대적으로 더 지루한 기다림을 감당할 이유는 없으므로 삶의 여백이 차차 사라져 갈 위험이 있다.
3. 멍 때릴 권리와 완전한 휴식
하루 중 주어지는 시간의 여백에 휴식보다 스마트폰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건 휴식이 아니라 노동임. 시력과 근골격계를 희생시키는.. 그리고 뇌를 쉬게 해주지도 못하는 악영향.
<그렇다면 스마트폰으로 얻게 되는 것은?>
1. 학교 학생들 세대와의 소통
교장선생님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교사라는 비판을 들었다. 다른 교사 불편하게 하는 교사로 야영이나 수학여행에서 연락을 주고받는 단톡방에 참여할 수가 없어 실제로 민폐남이긴 했음. 실은 안 가진 사람은 불편함을 모름. 따로 연락해줘야 하는 불편함은 다른 선생님의 몫이었다.
그런데도 폴더폰을 고수하는 것이 소신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왔는데 막상 스마트폰을 하고나니 학생들에게 배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라도 교감의 좋은 기회가 되긴 함.
학생들과 소통의 편리함이 생겼음. 멘토링 교재를 가져오지 못한 학생들에게 인증샷을 보내라고 하면서 관리를 해줄 수 있음.
내가 나서서 학생들의 사진을 찍어주며 교감을 하기도 함.
2. 평소 교재연구나 자료 수집에 유리함
삶 자체가 교재연구라는 신념을 가지고 생활을 하며 늘 눈과 귀를 열어두고 좋은 것을 만나게 될 때 학생들에게도 알려줘야겠다는 설렘으로 들뜨곤 했는데 컴퓨터와 연계하여 수시로 메모할 수 있고, 녹음 기능이나 스캔 기능 등으로 텍스트 파일을 작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더 높은 효율성으로 메모를 관리할 길이 열림.
3. 생활이 편리해짐
뱅킹이나 신용카드 등의 기능 등으로 뭔가 많이 달라진 것 같기는 함.
저는 여전히 카카오톡, 페이스북, 페메, 밴드 등 SNS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폴더폰이라면서 SNS 안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설득이 되었는데 이제는 편리하게 연결될 길이 열렸음에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이유를 일일이 설명해야 하네요.
저는 선택과 집중이 저의 생활수칙입니다. 체력도 한계가 있고 제 에너지도 무한하지 않아 가장 중요한 일에만 집중하려고 합니다. 그것은 학교에서 학생들 가르치고 지도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가정에서의 제 최소한의 역할입니다. 그러니까 시대가 바뀌었어도 저는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이 가장 중요하며 그 만남에서 소통을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전화나 문자만으로도 소통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상은 해보지는 않았지만 제 한계 밖이며, 혹 하게 된다면 제가 집중하는 것에 소홀함이 생길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인맥이 확장될 기회를 얻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생각은 가장 중요한 만남은 지금 이 순간 우리 앞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오프라인이 현실이며 우리의 세계입니다.
그리고 편리함으로 인해 우리 삶의 여백과 여유와 느림과 기다림 그로 인한 더디지만 장기적인 성장을 놓쳐 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히려 스마트폰을 얻게 되면서 얻게 된 좋은 것들말고도 더 힘겹게 지켜가야 할 책임이 더 늘었습니다.
우리 학생들도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예전보다도 더 어려운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학교 현장에서 그들의 싸움을 응원하며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