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척하기

by 청블리쌤

제가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고등학교 생활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에 강조하는 것이 목적의식입니다. 소위 Purpose-driven Life입니다. 목적이 없으면 버티게 되고 결국 학교 오는 목적은 사고 없이 집에 돌아가는 그 순간이 될 것이고 수업 시작 시작한 후의 유일한 목적은 수업 종료 종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목적은 장기적인 목적(흔히 꿈이라는 다른 용어를 씁니다.), 순간순간의 목적(이 순간 수업이든 활동이든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절실한 목표) 두 가지로 나눠서 말해줍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공부를 잘하기 위해 많은 욕심보다 다음 몇 가지 키워드를 간직하며 지낸다면 성공적인 고등학교 생활을 하는 거라고 일러줍니다.


1. 하는 척하기

2. 엉덩이로 공부하기

3. 자투리 시간 활용하기

4. 수업에 올인하기(예습 복습하면서)


출발은 소위 위선입니다.

Man is the only animal that learns by being hypocritical. He pretends to be polite and then, eventually, he becomes polite. - Jean Kerr
인간은 위선적임으로써 배울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다. 그는 예의 바른 척하면서 그리고는 결국 예의 바르게 된다.

그러니까 수업 잘 듣는 척하면 어느샌가 수업이 잘 들리고, 집중이 잘 되는 척, 공부 잘 되는 척하면 그대로 된다는 것입니다. 처음엔 어색하고 힘들지만 무의미해 보이는 그 반복을 통해 습관화가 되면 그다음에는 의식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그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습관의 책이라는 베스트셀러에서도 이와 비슷한 언급이 되고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고등학교 와서 늘어난 학습량과 수업시간 등에 당황해하며 야간자율학습 자체에 적응하려는 의지조차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 학생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그저 앉아서 공부되는 척하라는 말뿐입니다. 처음부터 공부가 잘 되지는 않으니까요.


우리가 배우는 모든 것이 그러합니다. 간단한 운동 동작도 운전도 악기도 처음엔 어색한 의식함과 그로 인한 끊임없는 반복... 그러면 어느샌가 뭔가가 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운동선수들도 끊임없이 반복하고 훈련하고 그러는 것이지요.


공부를 좀 하려는 학생들이 늘 고민하는 것이 집중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처음엔 닥치고 집중해! 이렇게 얘기해주었는데 그게 뜻대로 안 되어서 도움을 청하는데 의미가 없겠다 싶어서 시작하게 된 조언이 이겁니다. 집중되는 척하라고.. 그리고 순간순간 집중이 안 될 때 또 의식적으로 집중되는 척하라고... 그러면 몰입이라는 것이 가능해지는 순간이 오는데 그 무아지경에 이르게 되면 뜯어말려도 공부를 하게 됩니다. 그 순간이 너무 황홀하기까지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시작은 뛰기 전에 배우는 아기들 걸음마와 같은 어색함인 것이지요.


많은 아이들이 그게 다 위선이 아니냐고 반문합니다. 자신들은 솔직하게 공부 안되면 안 되는 거고 집중이 될 때 공부를 하고 싶을 때만 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면 날 새는 것이지요. 훈련 없이 그런 순간은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해드린 영어 명언에서처럼 예의 바르게 하는 것도 우리의 솔직함 자체에 충실한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마음에 안 들고 존경의 마음이 없어도 위선처럼 행동하는 것 그것이 사회생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외형적인 변화가 내면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복과 훈련이 전제가 되긴 하지만요.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 앙드레 말로


이런 유명한 말도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그런 척하기.. 시작은 위선이지만 그 끝은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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