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지고 들어가는 말들(일의 격6)

by 청블리쌤

이미 지고 들어가는 말들(p.119)


3. 결국, 불필요한 말은 안 하는 게 낫다. “제가 오늘 준비가 안되었지만요", "제가 오늘 화장이 잘 안 먹어서요”, “제가 떨려서요”, “제가 오늘 좋은 옷을 못 입어서요", "제가 긴장해서요", "저제가 여기 계신 분들보다 지식도 없고 사회적 지위도 낮지만요" 다 불필요한 말이다. 물론 이런 말을 하는 심리적 이유가 있다. 진짜 겸손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 실패할 경우를 대비하여 변명거리를 미리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이렇게 해야 심리적 안정이 될 수 있다. 신경 쓰지 않으면 본능적으로 이런 말을 하게 된다. 때론 나조차도 그렇다.


4. 그러나 불행히도 그런 말을 하는 순간 사람들은 그 프레임 속에서 당신을 보기 시작한다. 화장을 관찰하고 떨림을 관찰한다. 내가 왜 나보다 못난 녀석에게 이야기를 들어야지?라고 여기게 된다.


5. 이런 말도 동일하다. "불쾌하게 들리실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이야기를 듣는 순간 벌써 불쾌해졌다. ""실례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듣는 순간 실례가 되었다. "외람된 말이오나" 이미 외람되었다. "어려운 부탁 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말하기도 전에 이미 부담스러워졌다.


6. 그냥 하시라. 대부분은 당신의 화장이 잘 먹었는지, 옷이 구겨졌는지, 떨리는지 관심이 없다. 발표를 하고 강의를 하고 건의를 하고 부탁을 하고 사례를 하려면 그냥 자신있게 하라.




최근 들어 강연할 일이 부쩍 많아졌다. 우연히 십 년쯤 전에 처음으로 학교 선생님들 앞에서 강연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이런 자리에 서게 하신 연구부장님께 유감입니다. (다들 부담스럽게 한 것에 대한 원망을 기대하는 눈빛이었을 그 순간) 이제야 저를 알아보시고 뒤늦게 이 자리에 서게 하시다니요.”


이렇게 시작하여 선생님들을 놀라게 한 후 나는 강연에 대해 기대하여야 할 당위성을 나열했다. 선생님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나의 뻔뻔함에 다들 깜짝 반전을 느끼시고 오히려 빵빵 터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강연은 대성공이었다.


기대감을 잔뜩 가지게 해놓고 강연은 별볼일 없어도 괜찮다. 적어도 처음에 청중들에게 희망과 기대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망하면 더 큰 일이 아니냐고? 그것도 반전이다. 반전 없는 강연이나 수업은, 그러니까 예상되는 이야기는 지루하다. 그런데 그런 강렬한 출발은 충분한 준비에서 나올 수 있다. 열심히 준비했다는 자기 체면이고 자기다짐인 것이다.


남 앞에 설 때는 겸손이 미덕이 아니다. 이 수업과 강연을 왜 들어야하는지 그 이유를 시작부터 기대감을 가지고 생각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겸손한 출발은 자신이 준비를 덜했음을 처음부터 변명하고 있는 것이다. 더 안타까운 경우는 준비를 철저히 하고 정말 더 잘 할 수 있음에도 자신의 능력을 그렇게 제한하는 경우다. 이럴 경우에는 듣는 이들도 마음을 닫게 되어 강연이나 수업이 너무 어려워진다.


선생님들께 자주 말한다. 사교육 1타 강사들의 당당함과 자기확신의 모습을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고... 공교육교사들은 자신의 역량보다 자신의 능력을 너무 제한하고, 너무 겸손해한다고...


강의나 수업이 어떤지는 듣는 이가 판단한다. 우린 그저 주어진 기회에, 그 강연과 수업이라는 무대에서 그저 준비한 것까지만 펼치면 된다.


이미 내 체험을 통해 확신하고 있었지만, 저자의 조언은 이런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더 확신하는 기회가 되어 기분 좋았다.


너무 중요하고 더 떨리는 강연이나 수업 앞에서는 그 불안함과 걱정을 자기변명과 합리화로 미리 방어벽을 치려는 본능의 유혹에 취약해지지 않게 끊임없이 이런 사실을 자신에게 상기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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