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함과 시련의 역설(일의 격 14)

by 청블리쌤

나를 밀어내는 사람(p.264)


상사가 너무 머리가 좋아 내가 대충 준비해도 금방 알아듣는다면 수고는 덜지라도 자신의 설득 능력은 크게 훈련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상사가 이해력이 부족하여 잘 알아듣지 못한다면 어떻겠는가? 그가 알아듣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전달 능력을 엄청나게 훈련시켜야 할 것이다. - 일본 컨설턴트 소호야 야샤오



환경이 우리에게 큰 영향을 준다는 것 객관적인 사실이다. 우리는 긍정적인 환경의 긍정적인 영향에만 가치를 부여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를 더 성장시키는 건 부족함과 시련을 주는 환경이다.

나를 성장시킨 건 친절하고 애정 넘치는 멘토 같은 귀한 분들의 영향이 가장 크지만, 잘 생각해 보면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에게도 우리의 성장의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다.


내 주변에서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을 없애달라고 기도할 일이 아니다. 그 사람이 사라지면 그보다 더한 사람이 그 공간을 채우게 될 수도 있다. 시련을 없애달라는 기도보다 그 시련을 극복할 힘을 달라고 기도하는 것이 옳다.


성장을 다루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악역과 시련은 반드시 존재한다. 그 존재감 없이 주인공은 그저 상황과 가진 것에 만족하며 안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학반에 산만한 학생 때문에 집중이 안 된다고 호소하는 학생들을 자주 만난다.

담임교사는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해 모두의 협조를 구하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이상적인 완벽한 환경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어떤 학생들은 습관처럼 다리를 떨거나 헛기침을 하기도 하고, 자신의 통제할 수 없는 소음을 내는 학생들도 있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고도의 집중력을 훈련하는 것이다.


난 학반의 자습시간에 필요한 말 한마디도 허용하지 않았다. 지우개를 빌리려고 한 마디 한 학생도 벌을 주었다. 고1 때 그런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집중을 했던 학생들은 2학년 올라가서 오히려 더 애를 먹는 경우가 많았다. 온실 속의 화초가 되어 있던 것이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중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훈련이 충분히 되었더라도 본인의 슬럼프 정도에 따라서 주변의 소음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이런 말도 한 번씩 해준다. 주변의 소리가 커진다는 건 집중을 못 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하니 휴식이 필요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우리는 본질에 시선을 두어야 주변의 혼란스러운 것들에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 꼭 주변의 혼란스러움을 다 없애고 나서야 집중이 잘 되는 건 아니다.


학생들에게 수능영어듣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헤드폰으로 깨끗한 음질로 듣기 연습을 하지 말고 외부의 소리가 나오도록 다소 소란스러운 분위기에서 연습할 것을 권해주기도 한다.

중학교 때 영어말하기 대회를 나갈 때 선생님께서는 일부러 TV를 켜서 소음을 키우고 연습을 시키시기도 했다. 그러면 긴장된 실전에서 어떤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충분한 준비가 된다는 의도였다.


학반에 집중을 방해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수능장에서 예상 못 한 변수로 인해 집중을 못 해서 힘든 일은 없을 거라는 위로도 해준다. 물론 수능에 고도로 집중하면 어차피 주변 변수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겠지만...

수능장에는 재채기, 기침, 거슬리는 숨소리, 다리 떠는 소리, 시험지 넘기는 소리, 책상 위에 샤프가 부딪히는 소리, 감독선생님의 발자국 소리(제자 중 한 명은 자신 옆에서 감독교사가 계속 맨손체조를 했다고ㅠㅠ) 등의 현실적인 소음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수능 직전에는 조용한 독서실을 찾지 말고 학교로 돌아올 것을 충고하기도 한다.


좋은 담임선생님을 만나는 건 축복이지만, 결핍을 만드는 담임교사는 의도하든 아니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학생들로 하여금 그 결핍을 스스로의 노력과 성장으로 채우게한다.


원래부터 좋은 날은 없다. 좋은 날은 그날에 대한 나의 태도일 뿐이다. 우리는 어떤 날에도, 어떤 환경에도 배우고 성장한다. 그걸 결정하는 건 환경이 아닌 본인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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