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의 역설(일의 격 16)

by 청블리쌤

너무 잘 될 때 조심하라(p.293)


1. 얼마 전 대형 조선회사의 임원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지난 수년간 너무 수주가 잘 되었다. 모든 인력들이 배를 만들어 내는 데 바빴다. 다른 걸 고민할 시간도 여력도 없었다. 열심히 생산해서 팔고 돈을 벌었다. 그런데 문제는 돈 버는 기쁨에 그리고 만드는 데 바빠 막상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야 신기술이나 디지털 전환 등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2. 얼마 전 이헌재 전 부총리의 인터뷰를 읽었는데 한국의 산업에 대해 유사한 진단을 하셨다. "시장 수요가 너무 빨리 우리에게 들이닥쳤기 때문에 우리는 마지막 생산에 바빴다. 이러다 보니 하나씩 도전을 받으면서 문제를 풀어온 경제가 아니고 그냥 점프업한 경제가 되었다. 중간단계 고민의 과정이 없었다. 이것이 그 당시는 성공적이었는데 전환기의 끝에 오니 부담이 되어버렸다.


3. 너무 현재가 잘 되다 보니 세 가지 문제에 봉착했다. 하나는, 시행착오를 통한 축적의 시간을 별로 갖지 못했다. 사실 좀 안되기도 하고 장애와 허들도 있고, 고통도 당해야 시행착오를 통해 실력과 역량이 축적되는 것인데 너무 잘 되니 그걸 쌓을 시간이 없었다. 이에 원천기술, 기초 부품 등의 역량을 축적하지 못했다. 두 번째는, 현재의 수요 공급에 너무 매몰되다 보니 그것에 급급하여 미래를 준비하지 못했다. 현재 잘 될 때 별도의 조직을 꾸려 차근히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했어야 했다. 셋째, 그것이 엄청난 실력이라고 여겼다. 상황이 좋아서 잘 되는 것을 내 실력이 좋아서 잘 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상승장에는 실력과 무관하게 웬만하면 대부분의 투자자가 돈을 번다.


4. 인생도 그러하다. 과도하게 잘 풀리는 게 좋은 게 아니다. 고생도 하고, 좌절도 하고, 장애물도 만나면서 이를 극복하며 축적을 하나씩 할 때, 오히려 겸손할 수 있고 어려운 상황을 만나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5. 지금 인생이 잘 안 풀린다면? 축적의 시간으로 생각하고 감사하라. 지금 너무 잘 풀린다면? 겸손하고 최악의 상황과 미래의 전환을 대비하라.



중학교 내신이 너무 좋은 학생 중에 고등학교 가서 고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담할 때 어머님들의 가장 흔하게 하는 말씀은 이렇다.

“우리 애가 중학교 때는 잘했는데”


실패를 해야 실패의 원인과 부족한 점을 찾는다. 찾는 만큼 성장하고 발전한다. 순리대로 단계적으로 제대로 된 성장을 이루었을 때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운 좋게 얻어걸리듯 좋은 결과는 재앙이다. 축배를 드는 마음으로 겸손해질 수는 없다.


어린 나이의 성공은 더 많은 기회와 찬란한 가능성을 의미할 것 같지만 실상은 더 큰 좌절이 필연적으로 예정되어 있다.


얼마 전 올해 졸업 직전 중 3학생들에게 마지막 수업으로 들려줬던 이야기 중에 이런 이야기를 포스팅했었다.


sophomore라는 말은 2학년이라는 의미다. 어원을 보면 soph는 지혜라는 의미다. philosophy는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이라고 해서 철학이라는 의미를 갖게 된 거지. more는 fool이라는 의미란다. moron이라는 단어가 여기서 나왔어. 의미는 멍청이, 얼간이라는 말이야. 그러니까 1학년 과정을 지나면 자신이 뭔가를 제대로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는 의미를 담은 거란다.


sophomore jinx(sophomore slump)라는 말이 있지. 첫해에 성공한 선수나 예술가,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둘째 해에는 부진한 경우를 의미한다. 이미 성공으로 기준이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뭔가 성취했다는 자만심에도 그 원인이 있을 거다.


정말 무서운 사람은 제대로 성공하면서도 겸손한 배움의 자세를 놓지 않는 사람이다. 난 학교에서 그런 학생들을 만난다. 그런 학생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거다.


그러나 보통은 성공하여 주저앉거나, 실패해서 주저앉는 학생들이 훨씬 많다. 대개는 성공해도, 실패해도 성장이 유보되는데, 전자는 자신의 성장이 유보된다는 걸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고, 후자는 너무 잘 인식하고 있어 좌절감과 학습된 무력감으로 다시 일어날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경우다.


모의고사 성적이 좋으면 안심해서 공부 안 하고, 안 좋으면 해도 안 될 것 같아서 공부 안 하게 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그러나 때론 잘 나갈 때가 훨씬 더 위험하다. 실패한 학생들은 용기를 주고 격려하면 겸손한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지만, 자만심으로 가득한 학생들은 교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론은 외적 성취에 좌우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든 멈추지 않는 배움의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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