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역 1정 연수 강의를 다녀오며

by 청블리쌤

1. 타지역 1정 연수 강의를 앞두고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거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 앞설수록 감당할 수 없는 긴장과 떨림을 마주한다. 그 결과까지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30회 이상 강연을 하면서 난 매번 그 떨림을 마주했다. 규모와 시간에 따라 정도와 느낌은 다 달랐지만, 강연과 수업의 기회에 설레고 매 순간 행복감을 느끼면서도 그 긴장감의 무게로 인해 다시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비춰질 나의 이미지나 모습이 중요했던 거고, 준비한 모든 것을 다 발휘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함이 컸던 탓이고, 그래서 혹 강의 들으시는 분들께 누가 될까 염려했던 탓이다.

결국 난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으려 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다 그저 "나다움"으로 전체가 아닌 그저 한 명을 만난다는 마음이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그 순간을 즐기는 참가자가 결과에 관계없이 더 행복해 보이는 것처럼, 그저 그 무대에서 내가 뭔가 할 수 있다는 기회에만 감사해야겠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원했던 건 강의 후의 인정이나 칭찬이었지만, 내게 정말 필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혹 "나다움"으로 그 자리에 섰는데, 기대했던 강연이 아니라는 반응이 있다면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긴 하겠지만, 역시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었던 영역이 아닐 것이다.


다음에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건, 내게 늘 일상처럼 주어지는 수업에 관한 것이어야 했다. 강연의 기회는 어쩌다 우연하게 내게 주어지는 기회이니, 그저 그 일회성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다 쏟아 부으면 되는 것이었다.


물론 한 연구회에서 올해 3년 연속 수업 세미나라는 중요한 자리에 초대를 받았고, 1정연수도 2년 연속 참여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그 다음에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도 가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난 내가 할 수 있는 역량과 "나다움"을 벗어난 걸 기대하면 안 된다는 걸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물론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강연의 순간에 모든 걸 불태우긴 하지만...

오늘 난, 다른 완전 새로운 모험 앞에 섰다. 이전 떨림과는 좀 다르다.

그러나 나의 가치를 인정받으려 애쓸 것인가? 그럴 필요없다는 결론이어야 한다.

더 잘하려고 애쓸 필요도, 잘 못할 것 같다는 걱정을 앞세울 필요도 없다. 혹 그런 결과를 확인하더라도 때로는 교만하지 않게, 그리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면 된다.


학생들이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불안해하고 긴장을 많이 하는 건 결과에 대한 의식 때문이다. 노력의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어떻게 하냐는 불안함도 작용할 수 있고, 실수라도 하면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걱정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는 자신의 영역이 아니다. 결과와 분리된 과정에 대한 집중이 오히려 기대 이상의 결과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행복도 성공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빅터 프랭클 박사의 말이 떠오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에 온 힘을 다 쏟고 겸허하게 기다리면 된다.


아침마다 지하철로 출근을 할 때 30여 분을 가야 하는 길이어서, 피곤한 몸을 의식해서 난 앉아서 가야 한다는 조급함으로 지하철을 기다리곤 한다. 난 다른 사람들의 몸에 닿는 것에 좀 민감한 편이어서 어쩌다 한 번씩 지하철을 타거나 가까운 거리를 갈 때는 빈자리가 있어도 비좁다 싶으면 서서 가는 것을 선택했다. 그러나 일상처럼 반복되는 힘겨운 출퇴근길은 마냥 그 원칙을 고수하기 힘들었다. 끝자리에 앉아서 어떻게든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나의 목표와 계획을 실행하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그렇게 못하면 어쩌나하ㅁㅕ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빈자리를 사냥하듯 서서 기회를 보는 스스로가 참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육체적 피로를 넘어설 수는 없었다.

그러면서 깨달은 건 내 뜻대로 되어야 한다는 고집 같은 의지는 내가 결과까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는 사실이었다.


학생들에게 과정과 결과를 분리하라고 조언을 해주면서, 나조차도 일상에서 그런 조언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었던 거였다. 조언은 역시 그렇게 쉽게 던질 일이 아닌 거다.


기차로 가야 하는 장거리 강연을 준비하면서 불안함을 달래듯 글을 쓰고 있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마음이 아직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손을 움직이며 가슴에 한 글자 한 글자씩 새겨 넣고 있다.

오늘 만날 60여 분의 1정연수 받으시는 영어선생님들 중 단 한두 분 만이라도 나의 사소한 한 마디에라도 위로가 되거나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기를... 그런 기회가 주어졌음에 그저 감사하기를... 후회 없이 모든 걸 다 쏟아붓고 올 수 있기를...

그렇다고 모든 긴장과 떨림이 다 무뎌지지 않기를... 어차피 사라지지 않을 거라면 그 모든 긴장과 떨림이 설렘과 기대감으로만 바뀌길...

이 와중에도 나의 모든 학생들도 긴장보다 설렘으로 중요한 순간들을 맞이하게 되길 기도하며...

(출발 전 글을 쓰고, 기차 안에서 퇴고함)



2. 행복한 꿈에서 깬 듯한 1정연수 강의 귀갓길

내가 꿈꿔왔던 이상적인 강연이었다. 내 강의의 퀄리티가 아니라 강의 들으시는 분들의 순수한 열정과 공감의 경청 때문이었다. 나도 준비를 열심히 하였지만 성패는 결국 처음부터 듣는 선생님들께 달려있던 거였다.

실황중계처럼 현재진행형으로 올린 1정연수 가는 글에 친구 선생님의 긴 응원 댓글을 보고 힘내서 강의를 시작했다.


그 선생님이 언급한 "웃으며 환대"는 내가 아니라 강의 들으시는 선생님들로부터 먼저 나왔다.


쉬는 시간에 지역을 달리해서 임용된 과후배가 인사를 하기도 했다. 낯선 곳에서의 동향인, 그리고 대학 선후배의 유대감 같은 뭔가가 찡하게 다가왔다.


혹 참가하신 분들 중 블로그 이웃이 있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연수 쉬는 시간에 기습 댓글을 남기셨고 난 연수원을 떠나고 나서 확인하여 극적인 번개모임은 이뤄지지 못했다. 나중에라도 그 사실을 알게 되어 많이 반가웠지만 있을 때 뵙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강의하면서 학습코칭을 하기 위한 출발점을 교사의 자세와 수업 준비 등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얘기했고, 실제 영어멘토링 학습코칭 사례도 말씀드렸다.

전체 강의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학생사랑과 진심을 다하는 공교육 교사의 역할이었고, 행복교육이었다.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데 마주치는 선생님들마다 강의 잘 들었다고 인사를 해주셨다. 진심이 느껴져서 너무 고마웠다.


인정과 칭찬은 내가 원한 거지만 필요하지 않은 것이라는 아침의 말은 취소다ㅋ


난 강의 중에도 마치고도 내가 누릴 수 있는 축복과 행복의 치사량(? 왜 이 단어가 떠올랐는지 웃기지만 내 어휘력으로는 그 이상의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ㅋ)을 넘겼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6시에 집에서 나오고 강의 마치고도 기차를 기다리며 여전히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피곤함은 문제가 되지 않을 듯하다.


마칠 때 지금도 아이들과 행복하시겠지만 남은 교직생활 연수를 셀 수 있는 날이 오기 전에도 지금 그 유한함 속에서 수업 하나, 만남 하나에도 진심이며 나의 절실한 행복감을 일찌감치 누리시길 당부드렸다.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단 하나의 행복도 놓치는 일이 없으시길...


연구사님께 섭외 비하인드도 들었다. 이번에 1정연수 출강하시는 지역 선생님의 추천이 있으셨다고. 놀라운 반전이었다.

나도 모르게 블로그 이웃과 대면했던 것 같은 접점이 있었던 것인지... 그 특별한 인연에 감사했다.


학생 한 영혼이 귀하고, 그 학생들을 만나시는 선생님 한 분, 한 분이 또 하나의 거대한 세계인데 그 세계에 이렇게 귀한 인연으로 잠시라도 머물다 올 수 있었다는 게 꿈같은 기적 같은 축복이었고 너무 행복하고 감사한 날이다.

(대합실에서 쓰고 기차 안에서 퇴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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