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필요한 여러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맥락 이해다.
우리는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우리의 맥락에서 판단하고 해석한다. 결국 나의 맥락만큼만 세상을 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교육은 자신만의 맥락인 고집을 내려놓는 지점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각기 다른 맥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서 때로는 맥락의 충돌을 겪는다. 자신만의 맥락으로 상대를 판단하는 것이 관성의 법칙 같은 것이어서 반드시 이를 거스르는 의식적인 동력이 필요한데 그게 교육이다. 그러니까 맥락을 이해한다는 것은 교육과 배움의 힘이며, 평소 교육을 통해 얻게 된 개인 문해력을 그 도구로 한다.
겸손한 배움의 자세는 개인이 가진 맥락의 풍부함 여부와는 관계없다. 오히려 반비례하는 경우가 많다.
sophomore라는 말은 어설프게 알게 되었을 때 오히려 더 멍청해진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sopho는 philosophy(철학)의 지식을 사랑한다는 예처럼 지식이나 지혜로움을 의미한다. more는 moron과 어근이 같은데 멍청이라는 뜻이다. 뭐든 새로웠던 freshman을 넘어서 자신이 뭔가 익숙하게 잘 알게 되었다는 착각과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에 빠져드는 것이다. 프로 운동선수들에게도 2년 차 징크스라는 게 있는데 이게 영어로는 sophomore jinx이며, 배움의 맥락과 유사하다.
우리는 교육과 배움을 통해 자신의 맥락의 폭을 넓히기도 하지만, 다른 이들의 맥락을 이해하는 시각이 생기기도 한다. 그곳에서 공감과 이해와 배려가 나온다.
맥락 없는 프레임의 위험성의 예를 보자.
김아영 교수의 <미국 영어 문화 수업>에서 발췌해서 정리함
DWB란?
힌트는 DWI(Driving While Intoxicated)...
intoxicated는 마약이나 술에 취해 있는 상태이므로, 음주운전을 의미한다.
DWB는 Driving While Black이다. 흑인으로 운전하는 것을 말한다. 그게 어쨌단 말인가?
경찰이 차를 세울 때 흑인들은 특히 더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백인이었으면 대수롭지 않은 일로 과잉진압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런 말이 통용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말까지 있다고 한다.
Do you have any idea how black you were driving?
당신 운전할 때 얼마나 흑인인지 알고 있었나?
이건 humor도 아니고 뭐도 아니다. 정말 말 같지도 않은 소리다.
2020년 흑인 한 명이 과잉진압으로 경찰에 의해 죽임을 당한 후... BLM 즉, Black Lives Matter!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는 운동이 재점화되었다고 한다.
이 운동은 2013년부터 시작되었는데 2020년의 사건을 통해 다시 크게 확대되었고, 흑인들의 비중이 특히 큰 NBA에서 코트에 문구를 새기고, 경기 중 유니폼에 이름 대신 새겨넣기도 하였고, 경기 시작 전에 무릎을 꿇으며 엄숙하게 의식처럼 거행하기도 했다.
https://edition.cnn.com/2020/07/31/us/lebron-james-black-lives-matter-nba-spt-trnd/index.html
그런데 2019년 딸의 SAT 성적을 조작한 미국의 유명 백인 여배우는 2주 구금에 벌금 15,000달러였는데, 위장전입 흑인 징역 5년을 선고받아 인종차별의 사례로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알고 보니 흑인의 경우 위장전입만으로 형을 선고받은 것이 아니라 절도죄 등 중범죄 포함해서 5년형을 받았다고 한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닐 수도 있는 사례다. 맥락 없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결과만으로 바라본다면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처럼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이러한 경향을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이런 사례들을 접하면 어른들의 아이들을 향한 시각을 돌아보게 된다. 소위 확증편향이나 낙인이론 등의 편견 없이 맥락을 이해해 주는 것이 공감의 배려의 시작이며, 어른으로서 겸손한 배움의 자세를 삶으로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다.
인종차별이 생각보다 심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백인들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때로는 정의와 올바른 대의만을 보려하다가 진실을 놓칠 수도 있으니 늘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레이 아나토미> 의학 미드, 코로나 시국을 다루는 17시즌에서 코로나로 사망하는 흑인들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에 특히 흑인 의사들이 주목하며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었다. 그 통계 자체가 흑인들의 일상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별 이유없이 경찰이 차를 세우고 과잉대처를 할 때 극도로 긴장하던 흑인 의사부부의 가슴졸이는 장면도 너무 현실적이어서 가슴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