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에서 읽어낸 교육적 함의
Feat. 그냥 하지 말라 - 송길영
빅데이터에서 인간의 마음을 캐내는 전문가로 불리며 데이터마이닝분야의 권위자인 송길영 바이브 컴퍼니 부사장이자 고려대 겸임교수, 그가 전하는 새로운 시대와 전문가의 기준에 대한 통찰력있는 책이다. 일독만으로도 시대의 흐름과 요구를 제대로 읽어낼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들 정도로 좋은 책이었다.
그중 교육적 함의로 풀어볼 수 있는 몇 부분만 인용하여 내 생각을 정리해 보려 한다.
<코로나가 알려준 학교의 필요성>
저자는 코로나가 시작되고 기간별로 맥락에 따른 키워드 단어를 분석하였는데 그 중 ‘파김치’라는 단어의 함의의 변화에 주목했다.
1-2월의 파김치는 사스 때처럼 김치의 항바이러스 효과에 대한 기대로 인한 검색이었다면, 3-4월에는 부모가 집에서 아이를 홈스쿨링하듯이 케어하면서 과중한 육아와 돌봄에 지친 상태를 표현하는 맥락에서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작가의 분석을 인용하면...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새삼 깨닫게 했습니다. 보육이 힘들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학교라는 공간이 단순히 교육만 담당하는 게 아니라 보육의 역할도 컸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죠. 이 부분에 새삼 고마움을 느끼고, 동시에 더 단단한 보육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파김치의 함의를 바꿈으로써 양육자와 보육이라는 평소 당연히 여겼던 일이 큰 수고로 이루어지고 있었음을 재발견하도록 해주었습니다.
학교는 수업만 듣는 곳이 아니었다. 학원과의 차별화는 생활이 이뤄지는 공동체라는 점이다. 그건 저학년일수록 양육과 보육의 개념으로까지 이어지기도한다.
잠이 많은 둘째딸은 고등학교 입학할 때 코로나가 터졌다. 학원을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어딘가를 규칙적으로 다니고, 숙제를 하는 등의 습관형성의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고등학교의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 수업듣고 야간자습을 하면서 습관형성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언니가 그랬던 것처럼...
그러나 휴업과 온라인수업으로 시작된 고등학교 생활은 그 기대를 무너뜨렸다. 가정에서는 휴식과 편안함이 전제이기 때문에, 인성교육과 정서나 소통의 공간은 될 수 있지만, 학업과 공부습관 면에서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그 습관을 형성하기까지 너무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집에서 공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코로나를 겪으며 학생도 학부모도 실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학원이라도 보내야한다는 절실함도 더 이해가 되었다.
학원에서 다 배우는데, 학교에서 해주는 게 뭐가 있냐고 하던 의문에 대한 어느 정도의 답변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난 공교육은 그 이상이어야 한다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공교육교사도 생각보다 많다. 원래 사건, 사고만 주목을 하는 세상이니 교육현장에서는 미담은 묻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학교에 unsung hero인 교사들이 분명 많이 있다. 아직 교육에 희망을 걸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각화와 쉬운 설명의 필요성>
아울러 공통의 합의를 이끌어낼 쉬운 설명 또한 필수입니다. 거대한 혁신이 이루어지려면 협업이 필요한데, 협업이라는 건 정서적 공감만으로는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전체 인류가 의사소통을 통해 각자 가지고 있는 지성과 지식을 합쳐야 하므로 논리적 설득이 요구됩니다.
이를 단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예제로 오른쪽의 아름다운 다이어그램이 있습니다.
일명 로즈 다이어그램이라 불리는, 데이터 분석하는 이들에게 는 꽤 유명한 그림입니다. 누가 만들었냐면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에요. 이분을 한국에서는 어릴 때 읽었던 위인전의 영향으로 대개 '백의의 천사'라 기억하는데, 사실 이분은 통계학자이자 전략가이기도 했습니다.
나이팅게일의 이 차트 덕분에 야전병원 투자의 필요성의 공감을 이끌어 내어 많은 이들의 생명을 구했다는 일화다.
그러면서 작가는 정말 훌륭한 사람은, 어려운 얘기를 쉽게 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정말 나쁜 사람은 쉬운 얘기를 어렵게 하는 사람이고. 상대방의 무지나 정보의 격차가 자신의 헤게모니를 키워주기 때문에 일부러 못 알아듣게 말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교사가 헤게모니를 키울 일은 없으니... 어쨌거나 충분히 쉽다는 것에서 머물지 않고 더 쉬운 설명을 위한 연구를 멈추면 안 된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요즘 인포그래팩이라는 시각자료를 활용하여 수업하는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모든 지식을 시각화할 수는 없지만, 추상적인 지식에 머물지 않게 시각화에 가까운 효과를 내는 생생하고 구체적인 전달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고민하도록 미션을 던져주는 느낌이었다.
<평균을 지향하지 않아야 할 이유>
온갖 국룰이 생겨난 이유는 타인으로부터 내 평판과 효율을 극대화하고 싶어서입니다. 평범하게 살고 싶으니까. 그러나 이 기준이 너무 높습니다. 평범한 게 판교 신혼부부라면 출발부터 불행을 잉태한 거죠. 기준이 높은데 그게 기준이라뇨. 심지어 그걸 모아놨어요. 국어, 영어, 수학을 다 잘할 수는 없잖아요.
무엇보다 평균, 중간을 추구한다는 국룰 자체에 문제가 있습니다. 서글프게도 중간의 인간은 대체됩니다. AI는 중간을 학습해요. 그런데 우리 인간이 지금 중간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실로 많은 변화가 중간에 있는 인간들을 없애고 있습니다. 시스템이 개인의 영역으로 점차 확장되는 게 보여요. 플랫폼은 비용을 낮추고 효율은 높이는 규모의 경제로 움직이기 때문에 소상공인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행 앱이 커지면 지역 여행사가 망하고, 부동산 앱이 잘되면 중개업자가 어려워져요. 그 밖의 각종 동네상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방식이 모든 영역으로 연결되고 확장됩니다.
국룰이라는 단어가 활용되는 것도 평균은 해야한다는 생각의 반영이라는 것이다. 그 생각이 기준이 되고, 그 기준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기도 한다. 공부를 잘해야한다는 것, 명문대학을 가야한다는 것, 취업을 위해서라면 이과를 가야한다는 것, 성적이 좋으면 의대를 가야한다는 것, 성적이 되면 특성화고가 아니라 일반고를 진학해서 대학을 가야한다는 것... 학교 현장에서도 끝없는 국룰의 목록이 있다.
저자는 그런 국룰의 기준은 결국 AI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인간은 나름의 개성이 필요하다. 이제는 똑같은 기준으로 산업화를 이루던 시대가 아니니 개별의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일반고 가지 못할 바에는 아예 고등학교를 안 가겠다고 고집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님이 많다.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를 진학하면 국가적 혜택이 많다. 공무원시험도 특성화고 졸업생 전형이 따로 있어 일반 시험보다 경쟁률은 낮고 합격가능성이 훨씬 높다. 대학진학할 때도 특성화고끼리 경쟁하니 훨씬 유리하기도 하다. 물론 특성화고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수한 학생들이 덜 몰려서 국가 지원도 많이 하는 것이겠지만... 사회적 대우나 인식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이나 학부모의 인식이 바뀌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겠지만...
소수의 우수한 학생들만 그 덕분에 그런 혜택을 누리고 있다.
국룰이라고 하면 오히려 일단 의심하며 재고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진정성에서 시작되는 Personal Branding>
진정성 authenticity의 어원은 '스스로' 무엇인가를 '성취하는' 것입니다. 결국 진정성 있는 행동이란 내가 의도하고, 내가 행한 거예요.
이를 업의 관점에서 풀어보면 주체성과 전문성이라는 두 가지 덕목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내가 한다는 건 첫째는 의지의 문제이고요, 둘째로는 전문성의 문제입니다. 즉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느냐입니다. 이 두 가지를 갖춘 순간, 우리는 신뢰를 얻습니다. 우리는 그런 분들을 장인 또는 예술가라 부릅니다. 일의 주체가 나인 것입니다.
진정성은 주체가 추구하는 가치가 있는지, 그것을 위해 정해진 의무를 넘어 헌신하는지까지 올라갑니다. 그의 인생의 지향점이 정말 그 가치를 선호하는지까지 가는 것입니다.
진정성이라는 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의지로 뭔가를 해낼 수 있는 전문성까지 갖추었다는 의미이며, 헌신하는 단계를 포함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기관장의 연설에는 감동이 없는 이유를 연결짓는다. 학교에서 교장선생님 훈화말씀에 감동이 없는 것은 진정성의 문제인 것이다. 듣고보면 다 맞는 말이지만, 자신의 자발적인 의지로 스스로 축적한 전문성을 드러내는 진심이 없기 때문에 가슴에 와닿지 않는 것이다.
저자는 강연을 할 때 녹화방송은 안 한다고 한다. 라이브를 고수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나의 해박함을 팔 수 있을 때 내 진정성이 전문성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에 이를 위해서라도 미리 고민하고, 라이브를 고수합니다.
생방송의 인생을 살아갈 때 녹화방송의 안전함을 도모할 것인가, 아니면 축적한 전문성을 근간으로 주체성 있게 살 것인가의 선택은 우리 자신에게 있습니다.
그러면서 남들이 잘하는 걸 따라하는 걸 벤치마킹이라고 하는데, 그건 리스크를 피해가는 요소로 써야 하는 것이고,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할 것을 권하고 있다.
저자는 아래 키워드를 제시한다.
"알리는 게 아니라 발견되는 것"
‘발견되다’는 내가 어떤 걸 전략적으로 의도한 게 아니라 그저 내 삶에서 건실하게 구현하고 있었는데 비로소 대세가 되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라도 먼저 해야 하고, 오래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일관성이 중요합니다.
정말 큰 울림을 준 대목이었다. 진정성은 스스로 진심을 담아 이뤄가는 전문성이 헌신으로 드러나는 것이며... 계산해서 뭔가를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편승하지 않고 그저 소소한 것이라도 자신의 것을 먼저 시작하고, 중간 성취에 관계 없이 일관성을 지니고 오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였다. 유명해지거나 인정받는 것은 진정성의 목적이 아니라 어쩌다 보니 부수적으로 얻게 된 사소한 결과 중 하나인 것이다. 자신의 것을 알리는 마케터 같은 삶을 요구하는 시대지만, 마케팅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자신의 가치를 키우는 브랜딩인 것이다.
결국 personal branding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브랜딩은 마땅히 진정성, 진심, 전문성, 헌신, 일관성, 개별성 등이 키워드일 것이다. 저자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