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임교사 시절 나는 온통 배울 것 투성이였다. 의욕도 있고 학생들을 위해 하고 싶은 건 많았는데 방법을 잘 몰랐다. 감사하게도 난 교생시절과 초임 학교에서부터 훌륭한 많은 선배 선생님들을 만났다. 그분들의 존재 자체가 내게는 교사로서 노력할 이유가 되었다. 삶으로 가르치는 것이 무엇인지 삶으로 배웠다.
90년대 후반 전화모뎀으로 텍스트 위주의 인터넷을 연결하던 그 시절, 지금은 보통 usb의 용량도 안 되는 데스크탑의 3기가바이트 하드디스크 용량이 여유 있다는 말을 듣던 그 시절, 한 선배 선생님은 선구적으로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셔서 마냥 부럽기만 했던 기억이 새롭다.
99년 대책없이 개인 홈페이지를 시작하고, 다음 칼럼 등에서 글로 풀어쓰는 영어강의를 하면서 20대 철모르던 시절에 책(영어문법)을 출판할 기회를 갖기도 했다. 나의 탁월성이 아닌, 단지 다른 이들보다 먼저 시작했다는 이유로 그런 기회를 얻은 것이었다.
홈페이지 및 다음칼럼 1일 1포스팅을 원칙으로 정해놓고 남동생 입원했을 때 간병을 하면서 잠시 나와 PC방에서 정해진 시간에 업로드하던 기억도 난다. 초기에는 유쾌한 강제성이라기보다 강박에 비슷한 집착 같은 것이었다.
초기에는 그저 빈 바탕에 링크와 텍스트 위주의 홈페이지를 운영하다, 제로보드 기반의 관리형 홈페이지를 구축해 보았다. 회원가입을 해야 글을 쓸 수 있는 시스템이었는데 익명이 아닌 만남과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10년 넘게 제로보드 홈페이지를 운영 하다가, 호스팅 업체에서 랜섬웨어로 홈페이지가 먹통이 되는 일을 겪고 나서는 2017년 5월부터 미련 없이 네이버블로그로 갈아탔다. 그 사이에 카카오 브런치에도 동일한 내용을 함께 올리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 구축도 의미가 있었지만 네이버블로그는 그 이상의 장점이 있었다.
검색을 통해 유입이 더 원활하게 이뤄졌고, 사진 및 동영상 임베드가 가능해져서 이전의 텍스트 기반의 포스팅에서 업그레이드된 느낌이 들었다. 텍스트조차도 폰트, 인용구, 편집 등이 다양하고 편리하게 지원되어서 가독성이 높아졌다. 호스팅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도 없었고 표준화되어 제공되는 여러 시스템을 무료로 그저 편리하게 이용하면 되는 거였다. 게다가 블로그 이웃간의 소통도 더 활발하게 이뤄졌다. 완전 다른 차원의 신세계가 열린 것이었다.
그전에는 디자인보다 컨텐츠가 더 중요한 거라는 스스로의 원칙을 내세우며 홈페이지 외관에는 신경을 거의 쓰지 않았었는데, 네이버블로그야말로 그냥 글쓰기에만 충실하면 되었다.
카카오 브런치는 일정 기준 이상이 되면 작가로서 활동이 가능한데, 네이버와 비슷한 편리함이 있었다. 하나의 주제로 작품으로 묶는 기능도 있었다. 그리고 자유롭게 제안을 주고받는 브런치만의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다는 것을 실제로 강연요청과 원고청탁을 받으며 알게 되었다.
네이버블로그를 새로 시작하면서 홈페이지하면서 축적된 자료 중 선별해서 순차적으로 옮겼다. 이후 꾸준히 포스팅을 하여 이제 2000번째 포스팅을 맞았다.
이웃분들 중에서도 더 많은 자료와 포스팅으로 넘사벽인 분들도 많으시지만 그래도 그저 소소하게 그리고 꾸준히 내가 가진 것을 나누며 소통하는 그 자체에 자족하고 감사할 뿐이다. 또 그게 이렇게 숫자로도 의미를 부여받는 것 같아 혼자 뿌듯해하고 있는 중이다.
강연할 때나 개별적인 만남에서도 선생님들께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쓰실 것을 권한다. 내가 잘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비전문가인 나도 이렇게 하고 있으니 용기를 내실 수 있다는 부담 없는 초대다. 단, 시간과 글의 축적과 누적이 중요한 것 같아서 되도록 빨리 시작하시라고 권한다. 공적 글쓰기를 시작할 때의 부끄러움과 두려움은 당연한 것이지만, 잘 하게 되어서가 아니라 누적된 경험치가 그 두려움을 익숙한 것으로 만들어 감당하게 해준다고. 그리고 어떤 분야든 오랜 시간과 노력은 어떻게든 발전과 성장을 가져오니까...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장하면서 글을 쓰고, 글을 쓰면서 성장하며, 글이 삶이 되고, 삶이 글이 될 수 있다고... 그리고 나의 부족함이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공감의 통로가 될 수 있으니, 특정할 수 없는 누군가와의 소통도 중요하다고...
그리고 나의 감정이 배제된 사실적 글쓰기도 누군가에게는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정보가 된다면 나눔의 기쁨이 몇 배가 될 거라고...
그래서 앞으로는 개인적인 이야기보다 영어에 관련된 사실적 글쓰기의 영역을 확대할까도 고민 중이다.
글쓰기 플랫폼이 있으니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소통하는 것 외에도, 내 삶이 생산적이 되기도 한다는 걸 나이가 들면서도 부쩍 느낀다. 그리고 글쓰기와 자료 정리 등의 생산적 일이 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다시 흘러들어가기도 하니... 블로그나 브런치의 글쓰기는 따로 분리할 수 없는 그저 나의 삶이 되었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