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는 살아 있는 영어 교과서다. 상황이 있고 맥락이 뚜렷하다. 문어체보다 짧고 가볍다. 구체적인 상황이 말의 이해를 돕는다. 기존의 알고 있던 단어나 표현이 다른 의미로 구체화되어 빡 와닿는다.
맥락 없는 영어문장만으로는 감성과 감정과 상황 등의 개입 여지가 없다. 문자의 일대일 대응만으로 학생들의 관심과 흥미를 붙잡아두기 힘들기 때문에 상황이 전제가 된 미드는 영어학습에 최적의 도구 중 하나다.
그러나 한글 자막만으로는 한계가 분명 있다. 언어를 번역할 때는 세부적인 개념과 느낌을 희생시키면서 그저 의미만 전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희한하게도 학생 수준에 따라서 미드를 보는 반응도 달랐다. 상위권 학생일수록 웃음 빈도와 크기가 더 컸다. 자막에만 의존하지 않고 영어를 듣고, 그 문화를 알고, 표현의 숨은 의미까지도 알아내는 학생들은 아는 것만큼, 보이는 것만큼 즐기고 누리고 있었다.
미드를 통한 영어 학습도 마찬가지다. 자막을 넘어서는 재미를 느끼는 순간 영어 학습 동기가 부여되고 영어학습에도 탄력을 받는다.
재미를 느끼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드는 학생들에게 영어 학습 동기를 유발하기도 한다. 즐거움을 위한 매개체로서의 영어를 접하게 된 덕이다.
시험영어 준비에 결정적인 시기에는 미드가 적합하지 않을 수 있지만, 어떤 배움에서든 수업의 환경에서 모든 걸 다 가르쳐줄 수 없으니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스스로 뭔가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만으로도 대성공일 수 있다. 미드와 팝송, TED 등의 매체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당장 배우게 된 표현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후의 호기심과 학습동기를 유발하는 효과를 생각한다면 영어학습에 미드를 활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미드의 가장 큰 특징은 시즌제다. 시청자들의 호응이 좋으면 시즌은 계속된다. 내 최애 드라마 중 하나인 <그레이 아나토미>는 올해 19시즌을 맞이했다. 주인공은 19년째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앳된 인턴 시절부터 병원의 살아 있는 역사가 되어가는 과정까지 그저 시청자들과 함께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실재감까지 들 정도다.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던 시청자들은 주인공과 함께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시즌 끝까지 완주했거나 계속 보고 있는 내 취향의 미드 목록을 특별한 순서 없이 생각나는 대로 정리하고 소개하려 한다.
<웃기는 시트콤>
Friends(시즌 10, 왓챠, 쿠팡플레이) 뉴요커들의 10년간의 일상과 사랑 이야기.
Modern Family(시즌 11, 디즈니플러스) 가족애가 넘치는 일상 이야기. 웃음과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
Full House(시즌 8, DVD) 아기시절부터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는 양육일기 같은 스토리.
The Office(시즌 9, 웨이브, 왓챠) 사무실 병맛 드라마. 유머코드만 맞는다면 포복절도의 재미 보장.
Big Bang Theory(시즌 12, 쿠팡플레이) 공대생 너드 친구들 이야기. 용어가 어렵고 말이 빨라 영어학습용으로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으며, 공대생 등에 대한 편견을 갖게 한다는 비판이 있는 등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드라마.
Silicon Valley(시즌6, 왓챠, 웨이브에 있다가 내려감) 벤처기업 멤버들의 성장 스토리.
<의학드라마>
Grey’s Anatomy(시즌 19, 진행 중, 디즈니플러스) 치료와 치유의 삶(강추)
House M.D.(시즌8, 왓챠, 웨이브) 괴짜 의사의 희귀병 치료기
<국민 미드 입문작>
Prison Break(시즌5, 디즈니플러스) 긴장감, 몰입도 최고. 시즌이 거듭되면서는 글쎄.
<궁금해서 멈출 수 없는 초현실 미스테리>
Heroes(시즌 5 중 1만 추천, 왓챠) 초능력자 이야기
Agents of S.H.I.E.L.D(시즌 7, 디즈니플러스) 서사가 있는 마블 판타지
Lost(시즌6, 디즈니플러스) 설명할 수 없는 뭔가에 홀린 듯한 신비함. 떡밥의 향연.
Game of Thrones(시즌 8, 웨이브) 설명이 필요 없는 미드(수위 주의)
<수사드라마>
Mentalist(시즌7, 쿠팡플레이) 능청맞아 웃긴 심리술사의 범죄 해결 스토리
NCIS(시즌 19, 티빙 시즌11-19까지) 해군 범죄수사국 이야기. 캐릭터가 살아 있는 유머는 덤
<일상 그 이상의 긴장감과 몰입감>
Desperate Housewives 위기의 주부들(시즌 8, 디즈니플러스) 일상에 숨어 있는 비밀이 주는 긴장감
Why Women Kill(시즌2, 티빙, 왓챠) 위기의 주부들을 재미있게 봤다면
<묵직한 실화>
Chernobyl(5부작, 웨이브)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를 다룬 다큐멘터리 같은 드라마. 묵직한 현실을 마주할 마음의 준비가 된 분들만 시청하시길.
<사소하지만 특별한 일상의 위로>
A Million Little Things(시즌4, 진행 중, 웨이브에 시즌 4만 있음ㅠㅠ) 공감하며 더불어 살아가기
This Is Us(시즌6, 디즈니플러스) 아픔과 상실을 일상으로 살아내는 감동 서사
Gilmore Girls(시즌7, 넷플릭스) 사춘기 소녀와 엄마의 소소한 일상
<법정드라마>
The Good Wife(시즌7, 왓챠) 법정 스토리와 삶의 무게(강추)
<전문가의 눈으로 본 세상>
Six Feet Under(시즌5, DVD) 장의사의 눈으로 본 죽음과 장례와 삶
The Newsroom(시즌3, 웨이브 독점공개 후 종료ㅠㅠ) 뉴스 앵커의 현실 그대로의 삶. 감동이 담긴 서사.
<10대 주인공>
Gossip Girl(시즌6, 넷플릭스) 소문과 비밀이 난무하는 미국 십대 이야기
Glee(시즌6, 디즈니플러스) 고등학교 합창단 이야기
법정드라마, 의학드라마, 범죄수사드라마 등은 용어가 어렵고 일상생활영어가 아니기 때문에, 수업시간이나 생활영어 학습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미드는 시트콤 정도로 국한된다.
보통 에피소드 하나에 러닝타임이 40분을 넘지만, 시트콤은 20여 분 정도이며, 에피소드 간에 긴밀한 연결 스토리가 없어서 한두 편 놓쳐도 부담 없이 이어서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시트콤 아닌 드라마는 대개 에피소드 간의 긴밀한 스토리 구성이 있어서 중간에 한 편을 빼먹으면 스토리 연결이 안 된다.
특히 <24>라는 미드는 24편의 에피소드를 한 편당 1시간씩 24시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어 한 장면도 놓치지 말 것을 강요한다. 정주행하기에 적합하지만, 끊지 않고 보려면 폐인이 될 각오를 해야 한다.
생활영어를 익히기에 가장 좋은 미드는 BTS의 RM의 추천으로 유명한 <Friends>다.
<Friends>는 1990년대부터 2000년 초기까지이므로 화질이나 패션 등에서 요즘 학생들의 호불호가 나뉠 수도 있고 드라마 내용 중 논란의 여지가 있는 편이다. 어떤 드라마든 다 마찬가지지만 문화적, 정치적, 편향적 필터링은 반드시 필요하다.
요즘 학생들도 좋아할 추천 미드는 <Modern Family>다.
두 딸 모두 재미있게 전 시즌을 정주행했었다.
시트콤의 특징을 잘 살린 코믹요소가 재미의 핵심이다. <프렌즈>와 마찬가지로 구어체 영어표현을 익히기에 최적의 작품이다.
재미뿐 아니라 가족과 삶의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 감동포인트가 의외로 많다.
팝송에 대한 관심이 특별하다면 고등학교 합창단 이야기인 <Glee>도 추천한다. 그러나 러닝타임이 44분 정도로 길다는 것과 시즌이 반복되면서 지겨울 수 있다는 것은 고려해야 할 요소다.
<Grey’s Anatomy>는 의학용어만 대략 넘긴다면 영어학습으로도, 사랑과 인생을 배우는 드라마로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물론 지고지순한 사랑만 묘사되지 않고 막장적인 요소에 대한 필터링은 좀 필요하다.
<The Good Wife>도 법정드라마지만 법정에 머물지 않는 삶에 대한 서사와 묘사가 정말 뛰어나다. 이 드라마에서도 삶을 많이 배웠다. 미드지만 에피소드 하나의 내용을 인용하여 내 삶의 스토리와 연결하여 대학 지원 선택에 대한 이야기해 줄 때 학생들도 높은 몰입도로 반응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도연을 주인공으로 리메이크된 적이 있다.
<Six Feet Under>라는 드라마는 DVD를 구입해서 봤고, 현재 우리나라 OTT에서는 서비스를 안 하고 있지만 언젠가 스트리밍이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제목의 <6피트 아래>라는 거리는 1.8미터의 매장되는 깊이를 의미한다. 장의사가 주인공인 스토리 자체가 특이했는데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죽음의 사연을 담아 소개한다. 우린 죽음을 통해서도 삶을 배운다. 영어학습보다 스토리 전개에서 삶을 더 배웠던 작품이다.
이 외의 작품에 도전했지만 처참하게 실패한 적도 많다.
<Sopranos>, <Breaking Bad> 등은 평이 너무 좋아서 몇 번을 시도했다가 문턱을 넘지 못했고, <The Walking Dad>는 재미있게 시작했지만 너무 무섭고 암울해서 포기했다.
<Suits>도 법정드라마로 재미도 있고 매력도 있었지만, 시즌 3을 넘기지 못했다.
유명한 범죄 수사드라마는 잔인하고 무거운 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는지 지속할 수가 없었다. 좋다는 드라마가 자신에게는 안 맞는 경우가 많으니 모든 것이 개인 취향이라서 일반화할 수 없을 것 같다.
둘째가 수능 끝나면 <프렌즈>로 영어학습을 도전하려 한다. <길모어 걸스>와 <모던 패밀리>는 정주행했고, 지금은 공대생인 첫째는 그 외에도 <빅뱅이론>을 정주행했었다.
이후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인생드라마를 만나 영어와 인생을 함께 배울 기회를 누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