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 올려치기(?)의 여운

by 청블리쌤

딸들은 현실자매다. 언니가 수도권에 올라간 지 3년째 되는데 서로 연락은 하지만 절절함은 없는 것 같다. 오랜만에 봐도 쿨하게 "하이!", "바이!" 이렇게 인사를 나눌 정도다. 물론 친한 척할 때는 더없이 사이가 좋다. 한 번 오면 밤새도록 둘이 놀다가 잠을 잊기도 한다. 그래서였는지 둘째가 수능이 다가오자 혹 자신의 리듬이 깨질까 봐 언니에게 명령을 했다. 수능 끝날 때까지 집에 절대 오지 말라고.

수능 날 언니가 아빠인 내게 전화를 했다. 동생에게 직접 물어보기가 눈치 보여서 내게 결과를 묻는다는 것이었다. 수능 망했다고 하니까, 수능 며칠 후 집에 내려오기로 했었는데... "그럼 집에 못 가나요?"이렇게 눈치를 봤다. 동생의 허락을 겨우 받고 집에 들렀다 갔다.


예전에 언니가 동생 SNS에 아이브의 장원영을 비롯한 동생과 동갑인 예쁜 아이돌 사진을 올리며 그 라인업에다가 동생을 포함시켰다고 한다.

동생이 보자마자 "돌려까냐?"라고 하니까, 언니는 "예쁘다고 해줘도 ㅈㄹ이냐?"라는 설전이 오갔다고ㅋㅋ


돌려깐다는 말은 대놓고 디스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상대를 험담한다는 말로 사용된다.

문득 어제 겪었던 일로 "돌려깐다"라는 말의 구성과 유사한 "돌려 올려치기"라는 말의 조합을 생각했다.

알다시피 올려치기는 대상을 실제보다 고평가한다는 의미다.



내가 맡은 학교 수평공동체 업무를 마무리하다가 업무에 필요한 파일이 저장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담당 선생님께서 파일을 안 보내주셨거나, 내가 파일 저장을 안 했거나 둘 중 하나였다. 열심히 찾아보았는데 파일도 찾을 수 없었고, 보냈다는 메신저도 찾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담당선생님께서 안 보내신 것 같고, 받은 기억도 나지는 않았지만... 난 내 기억력을 믿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담당 선생님께 이렇게 메시지를 보냈다.


"선생님 수평공동체 학년 정산서 엑셀파일 다시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무리 찾아도 없네요ㅠㅠ."


그러니까 선생님으로부터 이런 유쾌한 메시지가 왔다.

"저...엑셀파일은 제가 안 보낸 거 같은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다소 민망한 듯 이렇게 답변을 드렸다.

"ㅋㅋ 감사합니다 나이가 드니까 제 기억력을 믿을 수가 없어서요ㅋㅋ"


그런데 그다음 답변에 난 큰 충격 같은 감동을 받았다.

"알았더라도 자신의 실수처럼 이야기하실 분 같아요 선생님은.

선생님을 너무 좋게 보나요?ㅋㅋㅋㅋㅋㅋ 12월 퐈이티이이잉입니당!"


메시지를 보고 한참을 혼자 웃으면서 기분좋은 생각에 잠겼다. 짧은 말 한마디에 이렇게 큰 울림과 감동을 담아 칭찬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참 감사했다.

난 답변으로 너무 올려치기 해주시는 거 아니냐고 그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난 아이들을 대할 때와는 달리 동료 선생님들과 원수처럼 지내지도 않지만, 사교성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그렇게 적극적으로 원만하게 지내지도 못하는 편이다. MBTI검사할 때 아이들을 대할 때를 상상하면 E(외향적), 선생님들과의 생활을 상상하면 I(내향적)가 나온다.

그런데 이렇게 먼저 다가와 주시고 친한 척하는 분이 계셔서 참 고마운 마음이 든다.


나도 선생님처럼 말 한마디에 칭찬과 격려와 좋은 기분과 긍정적 삶의 방향에 대한 다짐까지 끌어내는 교사가 되도록 애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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