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 김신희
일본의 이가라시 미키오 작가의 해달을 모델로 한 만화 보노보노를 보고 김신회 작가가 자신의 일상을 삶으로 풀어낸 에세이집입니다.
작가는 심심해 보일 수 있는 평범한 것에서도 깊은 삶의 통찰을 끌어내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감탄하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너무 특별한 것을 바라고 빠르게 해결하고 성취하려는 그래서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내리는 처방과도 같은 힐링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작가가 뽑았던 보노보노의 발췌 글 몇 가지를 간단한 제 느낌으로 정리해보려 합니다.
야옹이형 : 보노보노, 살아 있는 한 곤란하게 돼 있어. 살아 있는 한 무조건 곤란해. 곤란하지 않게 사는 방법 따윈 결코 없어. 그리고 곤란한 일은 결국 끝나게 돼 있어. 어때? 이제 좀 안심하고 곤란해할 수 있겠지
- 힘들어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의식하는 것이 더 어렵고 힘든 상황을 만듭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저서가 떠오릅니다. 어떤 단어를 들으면 우리 뇌 안에서 그와 관련된 프레임이 활성화됩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면 우리는 오히려 코끼리를 더 생각하게 됩니다. 심지어 “저는 사기꾼이 아닙니다”라고 말하면 오히려 사기꾼이라고 더 인식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위의 대사는 피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나 아픔이 일으킬 이후의 치명적인 결과에 대한 불안함에서도 자유로울 필요가 있다는 말로 들립니다. 그냥 이 또한 지나갈 것입니다. 지나가지 않는다면? 그때 가서 걱정하는 걸로...
너부리 : 나 좀 이해 안 가는 게, 어제 뭘 했다느니 오늘 날씨가 어떻다느니... 그런 얘길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
포로리 : 아니야. 다들 그렇게 재미있는 일만 하는 게 아니라고. 만약 그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만 해야 한다면 다들 친구 집에 놀러 와도 금방 돌아 가버리고 말 거야.
보노보노 : 그건 쓸쓸하겠네.
포로리 : 쓸쓸하지! 바로 그거야, 보노보노! 다들 쓸쓸하다구. 다들 쓸쓸하니까 재미없는 이야기라도 하고 싶은 거라구.
- 의미 없는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랫동안 이야기했는데 유익한 정보 전달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 낭비처럼 보이는 의미 없는 대화가 서로를 연결해주는 끈입니다. 진정한 교감이 이뤄지고 교감을 나눈다면 재미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물론 재미있게 하도록 애쓸 필요는 있긴 합니다.
보노보노 : 나는 도리도리를 이해한다. 나도 계속 울기만 한 적이 있어서 잘 안다. 내가 운 이유는 배고프고 싶지 않은데 배고파지는 거랑, 춥고 싶지 않은데 추워지는 거랑 무섭고 싶지 않은데 무서워지기 때문이었다. 그랬기 때문이었다.
- 그 처지가 되어 보지 않고서는 진정한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저도 대입 재수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교사가 되어 누구보다 재수생의 아픔과 심리가 어떤지 이미 체험을 하였기 때문에 그들에게 더 힘이 되어 줄 수 있었습니다. 아픔을 겪지 않고서 그 아픔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empathy은 감정이입 혹은 공감이라고 해석합니다. 그게 진정한 위로와 힐링의 힘입니다. 그 공감능력은 함께 진심으로 아파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때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매일 할 때, 우주는 우리를 돕는다. - 김연수, ‘지지 않는다는 말’ 중에서)
- 작가가 글 중간에 인용한 김연수 소설가의 명언입니다. 학생들에게 전해주는 저의 메시지와도 닮아 있어 더 큰 공감이 되었습니다. ‘오늘 할 수 있는 가장 사소하고 찌질한 것부터 할 수 있는 만큼씩만 하자. 그리고 욕심이 난다면 그저 매일 한 걸음씩만 더“
울버 : 머리가 벗겨지는 건 쉬워. 그걸 포기하는 게 어려운 거야.
- 노화의 과정을 받아들이기가 힘듭니다. 육체적 한계를 인정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저는 아직도 마음은 청춘인데 제 의욕만 앞세워 자발적으로 수업을 많이 하거나 멘토링을 더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그저 피곤하고 힘든 정도가 아니라 약물치료를 해야 할 정도로 몸에 탈이 나는 걸 요즘 체험하고 있습니다. 마음을 비우면 몸은 편해지는데 그렇게 놓는 게 더 어렵습니다. 그렇게 그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는 법을 몸으로 하나씩 배워갑니다.
봄은 저쪽에서 천천히 오는 거구나. 달팽이는 걷는 게 늦구나. 그럼 아주 오래전부터 계속 내가 있는 여기까지 걸어온 거구나. 역시, 천천히 오는 건 굉장해.
- 천천히 오는 것이 당연한데 우리는 어느 때부턴가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바꾼 지 한 달이 넘었는데 가장 큰 변화는 천천히 곱씹으면서 기다리는 것을 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궁금한 것을 바로 찾아봐야 하는 속도에 익숙해져가는 중입니다. 이러다가 정말 달팽이처럼 느린 것이 아무나 할 수 없는 대단한 능력이 될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성장은 달팽이보다도 느립니다. 심지어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관건은 속도에 대한 압력으로 분명 성장하고 있는데도 포기하는 경우가 있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끊임없이 학생들에게 외칩니다. “점수에만 연연하지 말고, 당장 초라해 보이는 너의 사소한 노력을 존중하며 믿으며 인내하고 기다리라고. 믿든 안 믿든 너희들은 성장하고 있는 중이라고. 알지 못하는 어느 순간에 불현듯 성장했음을 확인할 순간이 올 거라고. 제발 포기하지 말자고. 모두가 다 할 수 있다고. 멈추지만 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