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틈틈이 9월에 있을 교사 대상 강연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뒤집어본 행복교육, 퍼스널 브랜딩 & 블렌디드 수업 및 코칭의 실제"
이렇게 주제를 잡아 놓고(너무 딱딱할까요?ㅠㅠ) 평소 선생님들과 나누고 싶은 생각과 이야기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갑자기 도입부에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급하게 정리해보려 합니다.
여러 선생님들 지금 제가 기타치면서 노래한다고 하면 굳이 들으시겠어요? 예상치 못한 전개에 당황하시겠죠? 강연 괜히 신청했다는 후회도 드실 수 있구요.
저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이런 당혹감을 많이 선물해요. 제 입장에서는 선물인데 아이들은 다르게 받아들이기도 하겠죠ㅋ
우리가 누군가의 노래를 듣는다면 그 사람이 너무 노래 잘하거나, 그 사람에 대한 팬심이 있어서가 아닐까요?
때로는 가수의 노래 자체가 좋아서가 아니라 가수를 좋아하니까 그 가수가 부르는 노래는 뭐든 다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몬트타엑스 포카(포토카드)를 사고팔며 열심히 덕질 중인 둘째 딸을 통해서도 확인하고 있어요.
언젠가 제가 많이 젊을 때 주위의 선생님들의 갑작스러운 강요에 의해 학교 저녁시간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게릴라 콘서트를 한 적이 있어요. 기타 치면서 마이크까지 사용해야 할 정도로 학생들이 많이 몰렸어요. 누가 보면 진짜 가수가 온 줄...
아이들이 그때 왜 몰렸을까요? 노래에 감동받고 싶어서 아니라 고3 생활에 지쳐서 뭔가 위로가 될 색다른 경험이 필요했거나, 누군가가 망가지는 걸 보면서 웃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그렇다고 노래도 잘 못하는 낯선 사람이 노래할 때 굳이 모여서 노래를 들으려 하지는 않았겠죠.
그러니까 그 게릴라콘서트가 성립했던 이유는 제가 가수였기 때문이 아니라 제가 그저 "그들의 선생님"이었기 때문이었던 거죠. "그들의 선생님"이기 때문에 프로 같지 않아도 그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주었던 거죠.
온라인 수업을 강요받는 요즘 교사들의 수업이 의도와 관계없이 공개가 되는 상황에서 은근히 인강 스타 강사 수업과도 비교가 되고 있지요. 온라인 수업 자체가 기술적인 문제나 준비도의 관점으로 본다면 교사들의 전문성이 사교육 인강시장을 능가할 수는 없어요.
그럼에도 저는 우리 교사들의 경쟁력이 훨씬 더 크다고 확신하는 이유가 있어요.
언젠가 수업시간에 자유질문을 받았는데 누군가가 이렇게 질문을 했어요.
“선생님 레드벨벳 아이린이 더 예뻐요? 아내가 더 예뻐요?”
그 학생은 답을 몰라서 물었던 게 아니었겠죠. 제가 거짓말과 진실 사이에 어떤 윤리 의식이 작용하는지를 시험하는 질문이었을 거예요. 모든 학생들이 기대감을 가지고 제 답변을 기다렸고 긴장감까지 돌았어요...
제 대답은...
“객관적으로는 아이린이 더 예쁘겠지만, 제 눈에는 아내가 더 예쁩니다.”
그러니까 제게는 누가 더 예쁘고, 연예인이 어떻고는 상관없는 거였어요. 제 아내가 그저 사랑스럽고 제게 예쁘면 되는 거고, 그것만이 의미가 있는 거였으니까 그런 대답이 나온 거였겠죠.
언젠가 학년 부장으로 학년초에 학부모연수를 진행하면서 담임선생님 소개 순서가 끝난 후 바로 이렇게 질문을 던졌어요.
“어머님들 담임선생님 중 어떤 담임쌤이 제일 좋으세요?”
그러고 나서 이렇게 이야기를 이어갔어요.
“물론 접니다.ㅋ 죄송합니다. 농담입니다. 가장 좋은 담임쌤은 내 아이의 담임쌤입니다.
이렇게 질문을 바꿔 볼까요? 어떤 자녀가 제일 좋으십니까? 전교 1등 하는 자녀? 예쁘고 더 착한 자녀? 아니죠. 내 딸, 내 아들이 제일 좋은 자녀잖아요. 비교하지 않는 그런 담임선생님에 대한 신뢰와 존중으로부터 각 선생님들의 소신 교육이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Connection Before Correction(교육하기 전 교감이 우선)”입니다. 교육 효과는 그런 교감과 친밀감에서 시작됩니다. 교사와 학생의 수준이 서로의 기대에 못 미쳐도 출발점이 친밀한 교감이라면 서로 성장하고 발전하게 되어 있습니다. 억지나 강제로가 아니라 자발적이고 진심으로 말이죠.
학생들이 혹 좋아할 수 있는 연예인이나 스타강사에 대한 덕질이 본인은 진심이라도 일방적인 것이고 일종의 판타지입니다.
그게 학생들을 직접 만나는 교사의 경쟁력입니다. 그래서 celebrity도 아닌 우리가 너무 도도하게 먼 거리를 유지하면 그 경쟁력을 포기하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친밀한 교감으로 진심 어린 성장이 시작되기도 하지만, 하나 더 중요한 것은 학생들에 맞춘 customized 한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온라인 수업 성패의 중요 요소는 "실재감"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인강 강사에게 밀리게 되어 있지요.
더구나 교사는 오프라인의 만남이 보장되어 있고 현실세계의 교감이 가능합니다.
물론 교사가 강제로 학생들의 삶에 개입하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 하지만, 우리는 아이들이 초대하는 만큼 그들 삶에 개입할 수 있는 특권과 축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때 개입의 의미는 교사주도가 아닌 학생주도를 존중하면서 서포트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맞춤식 코칭이 가능하도록 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거죠. 우리는 아이들 가까이에서 각자의 기질과 수준과 역량에 맞게 도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그 친밀감과 교감으로 진심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물론 내 선생님이고, 내 학생이니까 뭐든 다 용서되므로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건 아닙니다.
교사들은 애쓰지 않아도 어떻게든 학생들을 만나게 되어 있고, 수업이 보장되어 있어 우리는 가둬놓은 물고기처럼 아이들을 대할 수 있음을 오히려 경계해야 합니다.
저는 교사는 사회와 삶의 축소판인 학교라는 현장에서 정말 다양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교과 전문가뿐 아니라 인생의 멘토, 학습코치, 진로 카운슬러, 상담자 등 학생들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해주는데, 교사는 마케터도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고객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으며 늘 그들의 마음을 얻도록 노력하는 것처럼 말이죠. 물론 상업적인 요소는 배제하고 순수함과 진심만으로 해야하는 일이지만요.
아이들에게 맞춤식 수업을 기획하고, 수업 외적으로도 다양한 이벤트를 고민하고, 지속적인 학습코칭 루틴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의욕과 동기유발에 영향을 끼치는 방법도 끊임없이 연구하면서...
그러면서 학생들의 무대를 만들어주는 공연기획자의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공부하는 것도, 치열하게 고민하며 애쓰는 것도 결국 학생들 자신이니까요.
우린 무대 뒤에서 그들의 화려한 진심의 연기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특권과 축복만 가질 뿐입니다.
결국 무대 뒤가 조명되지 않아도 그들의 무대만으로 벅차오르는 것, 그로 인해 고맙다는 말을 직접 듣거나 이후 그들의 삶이 어떻게 더 성장하고 결실하는지를 우리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못하더라도....
그 자체가 보상이라는 것, 우리는 그런 숙명을 받아들인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교사는 학생들을 시한부로 만납니다. 그래서 때로는 교사가 너무 아이들에게 깊은 정을 주었을 경우 헤어짐이 감당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에 공감과 배려를 삶으로 표현하는 <너는 나의 봄>이라는 드라마에서 이런 대목에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심장이식수술을 받아 10년 후를 기약할 수 없어 영원한 사랑을 약속할 수 없는 남자의 망설임에 대해 여자가 이렇게 말합니다.
"2시간짜리 영화에선 2시간이 영원이잖아요. 난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교사들은 그런 영원함을 구현하며 사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떠나가도 매 순간마다 영원을 구현하고, 그들의 삶에 선한 영향력을 평생 가질 수 있게 해주고, 그들의 행복한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 있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