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코로나 분투기

by 청블리쌤

나도 드디어(?) 그 말로만 듣던 코로나에 탑승했다.

학교에서 많은 학생들이 확진되는 상황에서도, 큰 딸과 아내가 확진되어 집에서 격리되는 동안에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아서, 스스로 슈퍼면역자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그저 착각이었던 거였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코로나 확진되었을 때 상상만 할 뿐 어느 정도로 고통스러운지는 몰랐고, 격리 후 돌아온 아이들에게는 괜찮냐고, 고생 많았다는 말을 해주었는데... 그걸 직접 겪고 있으니 그저 말로만 쉽게 던질 가벼운 일은 아니었음을 몸으로 이제서야 공감하게 된다. 큰 딸과 아내도 이렇게 힘들었을 걸 생각하니 그때 다 아프지 못했던 마음이 마저 다 아파오는 느낌이었다.

지난 토요일부터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고, 가벼운 몸살 증상이 시작되었다. 밤에 잘 때는 목에 이물감이 더 심해져서 제대로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괴로웠다.

일요일에는 심한 감기몸살의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열은 오르지 않았으나 심한 오한과 깨질듯한 두통이 겹쳤다. 목에 통증도 조금씩 심해졌다. 코로나 자가키트를 해보니 음성이었다. 경험상 자가키트는 코로나 초기 상황에는 양성반응이 잘 나오지 않아 안심하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목감기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목감기로 보기에는 몸살 증상과 그 외의 전신증상이 심상치 않았다.

요즘 학교에서는 코로나보다 독감확진받는 학생들이 많아서 난 코로나는 물론 독감의 가능성까지도 생각했다.

일요일 밤에 자는데 온몸이 아파서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신기하게도 허리, 어깨, 엄지손가락 등 평소 안 좋았던 부분이 특히 더 아팠다. 마치 약점을 집중 공격당하는 느낌이었다.

월요일 아침 간신히 몸을 일으켜 자가키트로 진단을 해보았다. 수도 없이 해왔던 검사였는데, 두 줄이 뜨는 걸 내 눈으로 확인하는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다. 자가키트 양성인 경우는 거의 예외 없이 확진이어서 순간 현실을 부정하려 하지 않았다.

목의 통증은 더 심해졌고, 여전히 오한과 두통과 근육통이 심했다.

학교에 전화를 하여 퇴근할 수 없음을 알리고, 아침에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하니 예상대로 양성이었다.

문자로 역학조사에 응하고 보건소에서 확인전화도 받았다. 검사한 날을 포함해서 7일간 자가격리 상태가 유지되니, 크리스마스 자정까지 격리였다.

병원에서 확진 서류를 발급받아도 되지만, 난 정부24 사이트(https://www.gov.kr)에서 자가격리통지서를 출력 및 캡쳐해서 학교에 제출했다.

그리고 낮에도 그냥 누워서 쉬다가 잠들기를 반복했다.

요즘 코로나는 특히 목이 많이 아프다고 하는데 정말이었다. 침 삼키기도 힘들 정도로 아프며 마른 기침도 계속 났다. 그리고 목소리도 제대로 나지 않았다. 증상 발현 3일차, 확진 2일차인 지금은 약을 계속 먹어서인지 목이 덜 아픈 것 같고, 밤에 잘 때 그 전날보다 그렇게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목이 아프면서 기침이 나고 가래가 있으며, 목소리는 거의 나지 않는다. 미각도 코로나 전에 비교해서 둔해진 것 같은 느낌이 있다. 단맛은 느끼는데 그 외에는 거의 쓴맛이 더해진 느낌이다.

오늘 학년실 동료 선생님께서 안부 문자를 보내셨다.



조용히 계시는 듯 싶었는데 선생님의 빈자리가 크네요ㅠㅠ 몸은 좀 괜찮으신지.. 몸 축나지 않으시게 잘 드시고 푹 쉬셔욤...


아파서 그런지 더 감성적으로 반응하면서 이렇게 답장을 드렸다.



아픔의 할당량을 잘 채워가는 중입니다. 염려해 주시고 연락까지 해주셔서 눈물 날 정도로 감동입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도 건강하셔요



이 아픔은 지나갈 것이고, 몸은 회복되고, 목소리도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학교에서 나 대신 임시 담임을 하시고, 수업보강을 해주시는 분들께 그저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이번 주는 축제 주간이어서 학생들과 그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해 아쉽기도 하고, 몇 시간 남지 않은 학생들과의 수업 결손이 마음이 아프다.

그나마 고입원서작성 등의 중요한 일정과 겹치지 않았다는 것이 다행스러웠다.


부디 내가 없는 일주일 동안 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큰 불편함이 없기를...

동거가족인 아내와 둘째 딸이 감염되지 않기만을 기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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