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 3일차인 오늘 아침 우리 반 반장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목소리가 완전 잠겨 통화가 가능하지 않을 것 같아 망설이다가 긴급한 일인가 해서 통화를 시도했다. 연결되자마자 아이들의 놀라는 소리가 바로 전달되었다. 스피커폰으로 여럿이서 통화를 시도한 것 같았다.
반 학생들 대부분은 코로나와 독감 자가격리를 이미 겪었으면서도, 담임이 목소리가 잘 나지 않아 대답도 제대로 잘 못하고 있음에도, 너무 진지하거나 심각해하지 않으면서 무심한 듯하지만 가슴 먹먹한 정감 어린 말들을 이렇게 담아내었다.
선생님 많이 아프세요?
- 어허
어~ 왜 아파요?
- 어..허.. 별일 없어?
아무 일도 없는데 오늘 저희 예쁘게 하고 왔어요
- 어.. 아쉽네. 나중에 영상 찍어 놓은 거 있으면 잘 볼게.
선생님 언제 오세요?
- 다음 주 월요일.
어어엉~~
- 재밌게 잘 지내.
빨리 나으세요.
- 고마워 그래.
화이팅..화이팅!!! 사랑해요..꺄르르르
오늘은 3학년 전체 반별 댄스경연대회를 해서 내일 있을 축제 공연 본선에 올라갈 팀을 정하는 날이고, 내가 아이들을 응원할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아이들이 응원의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나를 도리어 응원해 주고 있었다ㅠㅠ
누군가 따지듯 왜 아프냐고 묻는데 가슴이 아프고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아프지 말라는 간곡한 표현처럼 들려서...
일상을 함께 하지 못하는 그 순간에도 아이들은 내게 그 일상을 공유해 주었다. 코로나 그거 별일 아닐 것이니 심각해하지 말고 빨리 일상으로 돌아오라는 아이들의 초대였던 셈이다.
오히려 아이들의 해맑고 순수한 반응 자체가 오래도록 긴 여운을 남겼다.
덕분에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 길이 멀고 험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전화 끊을 땐 농담같은 그 흔한 사랑한다는 말까지 건네주었다.
이러니 내가 힘을 안 내게 생겼냐고 ㅋㅋ
코로나 격리 기간이 학생들 수업과 고입 업무에는 전혀 차질이 없는 기간이라서 한 편 다행이지만, 마침 학교 축제 기간이어서, 그들의 즐거운 추억과 행복한 순간을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다.
담임선생님의 존재는 단지 학생들을 공부시키고, 생활지도를 하고, 입시를 돕고, 진로나 고민에 대해 상담해 주는 것만이 아닌 거니까...
그들이 즐거워하는 그 순간에, 아무것도 해줄 것 없는 그 순간에도 그저 아무 조건 없이 그들의 편인 채로 그 자리에 함께 있어주는 것이기도 한 것인데...
그렇게 그들의 찬란한 행복의 기억 속에 함께 살아 있을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을 놓쳐버렸다.
그럼에도 그 중요한 순간에 담임을 기억해 주고 일상으로의 초대를 잊지 않은 아이들이 너무 고마웠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