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울산이다. 지난여름 창원 영어 1정 연수에 이어지는 내 생애 두 번째 원정 강연이다.
창원교육연수원은 KTX역에서 매우 가까웠는데, 이번에 울산교육연수원의 출강요청을 수락하고 찾아보니, 울산 KTX역에서 34km 거리로 택시를 타면 3만 원 정도 요금에 40분 정도 소요된다고 나왔다. 그런 줄 미리 알았더라도 거절할 리는 없었지만, 다소 당황하긴 했다.
어쨌거나 아침 강의 시간을 맞추려면 지난 창원의 경우처럼 아침 7시 전에 기차를 타야 하는 상황이다.
먼 거리라서 더 신기하기는 하다. 다음 주 있을 대구교육연수원은 지하철을 타고 가면 출퇴근 거리보다 더 가깝다는 걸 생각하면, 운전을 하지 않는 내게는 아주 많이 먼 여행인 셈이다.
지난 창원은 코로나 시국 이후 첫 기차여행이었는데, 계절이 두 번 바뀌도록 이제 겨우 두 번째 기차여행이다.
울산의 담당 연구사님께서 지난여름 경남 1정연수 강사 목록을 눈여겨보고 있다가 다른 어디선가 내 강의에 대한 정보를 접하시고 직접 학교로 섭외 전화를 하셨다고...
창원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나와 인맥이 전혀 닿지 않는 분이셨다. 그래서 더 신기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오늘 연구사님께서 내일 일정에 대해 친절한 안내 문자를 보내주셨다. 울산 외에도 제주도 선생님들도 함께 연수에 참여하신다고 했다.
그래서 더 놀라운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사연으로 연결이 되었건, 어쨌거나 당연하게 만나게 될 것이라 예상조차 할 수 없는 인연이어서 연수 하루 전인 오늘 특히 하루 종일 많이 설렜다. 그 설렘은 자는 동안 잠시 함께 잠들었다가 새벽부터 만남의 순간까지 이어져, 연수가 진행되는 매 순간에 세포에까지 새겨진 듯한 설렘이 특별함으로 다 깨어날 것 같다.
운명적인 만남인 것처럼 비장해질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내일 뵙게 될 선생님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이기를 기대해 본다.
우연의 일치처럼 내게 주어진 시간이 3시간으로 울산과 대구가 똑같다. 물론 대구에서는 3시간 연수를 두 반에서 하니까 6시간이지만, 결국 3시간짜리 3번의 강의다.
그동안 세 시간짜리 강의도 꽤 했었고, 적어도 강의를 하는 나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하긴 했었지만...
연수를 받는 입장이 되면 한 시간이, 아니 몇 분이 그렇게 길 수가 없다. 그런데 세 시간이라니... 선생님들은 한숨이 절로 나올 것 같다.
그래서 강연 준비할 때 늘 그랬듯이 일단 나의 목표는 시간순삭이다. 조별활동으로 진행할 생각이 전혀 없고, 발표를 시킬 생각도 전혀 없으며 그저 나 혼자 주인공처럼 떠들어댈 텐데, 시간순삭이 가능할지...
이번에도 가능할 것 같다. 또 그렇게 믿고 싶다. 처음 만나는 분들이고, 지역도 다른 낯설음은 더하겠지만...
이번 겨울방학은 (대구 1정연수 스케줄과 중복되어 두 가지 일정을 수락하지 못했던 탓에) 작년에 비해 고등학교 수업일정이 포함되지 않아 1정 연수와 진학사 온라인 강의만 예정되어 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집중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코로나 자가격리에서 벗어난지 내일로 열흘 째다. 아직 몸 상태가 완전히 회복된 것 같지 않고 목 상태가 어떨지 내일 겪어 봐야 할 것 같긴 하지만... 그래서 다른 스케줄 없이 그저 집에서 무조건 휴식하며 내일 연수를 준비했다. 예상에 없었던 코로나를 겪고 나니 스케줄이 빡빡하지 않은 게 오히려 다행이다 싶었다.
이제까지 강연에서 그랬듯이, 나의 연약함과 부족함도 숨김없이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진심을 전하면서 교감이 이뤄지는 시간이길 소망해 본다.
설렘이 불안감으로 바뀌지 않기를, 그리고 내일 선생님들과의 만남을 소중하고 특별한 감사의 순간들로 만들어가기를, 잠자리에 들기 전 그렇게 글로 다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