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닉스는 보통 음성과 발음을 어느 정도 진행하고 해야 부작용이 없어 파닉스책은 아직 이르다고 생각했는데 아들 영상 보고 좀 흔들림.
우리말을 더 익힌 상태에서 글씨 쓰기나 읽기가 나온다는 보편적 원리를 이미 뛰어넘은 아들에게 영어 파닉스가 지적 탐구를 충족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말보다 글을 먼저 익히는 게 혹시 말의 유창성을 방해하는 건 아닐지는 잘 모르겠어. 그래도 아들은 보통 애들과는 완전 다른 방향성과 속도를 지니고 있으니 예외를 두어도 되지 않을까.
또 한 편으로는 체계적으로 한글, 영어를 시키지 않았는데도 거의 자발적으로 익힌 것이라면, 교재 등의 체계성을 바탕으로 단계별 시나리오로 성장을 유도하는 것이 흥미를 반감시킬 수도 있으니 그냥 지금처럼 지켜보면서, 책이나 그림 등을 통해 귀납적으로 노출만 시키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워낙 글자에 특화되어 있으니 관심을 막을 필요는 없고, 우리말이나 영어나 많이 들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일 듯.
친한 동생의 답변
흠. 실은 나도 요새 고민이긴 했음.
한글은 바로 원리를 스스로 깨우쳐서 읽길래 영어도 조금씩 될 줄 알았는데,
영어는 워낙 변형이 많다 보니 뭔가 벽에 부딪혀 있는 느낌이었거든.
그렇다고 공부형식으로 가르치고 싶지는 않고,
또 파닉스 같은 경우는 무슨 트렌드처럼 다들 난리여서 난 그냥 자연스럽게 습득하도록 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얘가 워낙 배움을 좋아하니 좀 고민이 되더라구.
형이 보기엔 파닉스로 시작해 봐도 될 것 같아?
내 답변
사실 영어파닉스도 패턴이 있지만 고등학교최상위권 학생들조차 그 원리를 정확히 이해 못 하는 경우가 많았어. 내 수업 듣고 신기해하곤 했지. 배워본 적이 없다고. 그 말은 파닉스와 고급 발음 원리가 효율성을 보장하긴 하지만 확실하게 모르더라도 원어민처럼 영어구사하고, 시험 만점 받는 데는 지장이 없다는 거지.
더구나 아들은 오히려 효율성보다 낭비를 통해 흥미를 이어 갈 수 있다고 본다면 굳이 지금 영어 읽고 쓰고 하는 걸 더 효율적으로 이끌 필요는 없을 듯.
게다가 그 효율은 정답을 미리 제시하는 스포일러일 수도 있으니.
내가 권해준 그림 많은 영어책을 너가 글자보다 음성전달 위주로 자주 읽어주면 될 듯. 그런데도 아들이 영어단어 읽는 걸 한글처럼 대략이라도 스스로 파악한다면 그것도 좋은 거고. 아니라도 상관없고.
우리나라 시험영어공부는 연역적 방법을 강조해. 효율성과 속도 때문이지. 그러나 충분히 기본기나, 지적능력, 논리력을 갖추지 못했으면 흥미가 손상되거든. 연역적 방법이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단순 암기가 되기 때문이지.
귀납적 방법은 더디고 속도가 답답할 수 있지만 경험이 축적되면서 혼자 터득하는 재미가 있어. 아들이 자발적으로 공부 비슷한 걸 하는 이유도, 그게 아들에게는 놀이이기 때문이고, 엄마, 아빠가 재촉하거나 유도하거나 하지 않고 아이를 존중해 주기 때문일 거야. 아이가 자기 고집도 뚜렷하니 어차피 유도하는 대로 억지로 따라오지도 않을 거고.
결론은 아직 파닉스는 아닌 것 같아.
엉터리처럼 쓰고 말해도 너무 고쳐주려 하지 않아도 되고. 그래도 아이가 스스로 교정하고 다듬어 나갈 거니까. 단어를 읽고 짧은 문장을 읽어줘서 음성으로 축적되는 것만 해도 기적 같은 대박인데 스스로 문자까지 연결한다면 그건 보너스처럼 주어지는 자신의 몫인 거고.
어쨌거나 한글이나, 영어나 음성축적은 쓰기로 표현하는 출발점이니까.
음성 축적이 충분히 되고 나면, 사실 파닉스는 단기간 쌉가능. 오히려 음성 축적 없이 연역적으로 하는 게 역효과지.
일단 지금처럼 하되, 책 읽어주는 거 더 해주고, 차츰 오디오북이나 노래스트리밍활용하여 음성 인풋을 늘려가면 될 듯. 문자와의 연결은 아이가 알아서 하고 있으니까.
좀 더 지켜보고 아이의 변화나 상황에 따라 더 의논하자^^
동생 답변
형이 파닉스 얘기를 하길래 살짝 당황했는데 명쾌한 답변 고마워.ㅋ
파닉스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고, 능력이나 학업수준에 따라 분명히 의미 있을 수 있는 학습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충분히 흥미와 재미를 느끼며 즐겁게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영유아에게 파닉스를 비자발적으로 시키는 건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가 또래에 비해 너무 뒤처져있거나, 흥미가 없는 경우라면 대안으로 고민해 볼 수도 있겠지만, 또래의 평균은 물론, 이미 내가 막연하게 기대했던 수준을 아득하게 뛰어넘고 있기 때문에...
최신 교육 트렌드나 남들이 쫒는 거 신경 끄고, 그냥 아이가 좋아하는 거 즐겁게 하게 놔두면서 지루해지지 않게 재료들만 자연스럽게 주변에 놔두려고.. 그러면 요리는 자기가 알아서 하더라구. ㅋ
교정은 내가 안 그러려고 해도 은근 욕심이 나서 하는데, 그냥 맘 편히 지켜보도록 노력해봐야 할 것 같아.
아이가 학습할 때 기본적으로는 귀납적으로 하지만, 연역적으로 하는 모습도 요새 부쩍 많이 보여서 살짝 놀라고 있음.
속도는 이미 충분한 듯 하니 방향만 우리가 잘 잡아줄게.
아이가 우리한테 와서 형 같은 레벨(?)의 선생님을 만나게 된 건 행운인 거 같아. ㅎㅎ 보내준 책 잘 볼게.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