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암스테르담 S1-Ep12을 보고
의학드라마 뉴 암스테르담의 시즌 1, 에피소드 12에서 가슴 먹먹한 장면을 만났다. 영어 문장도 무척 고급스러워서 그 장면에서 잠시 멈춰 정리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종양으로 시신경이 눌려 앞을 볼 수 없는 엄마... 처음에 치료의 강력한 의지를 보였던 건, 딸의 얼굴, 딸의 눈을 보고 싶어서였다. 치료를 시작하기 전 어떤 기분이냐고 의사가 물었을 때 엄마의 대답.
I thougt I was doing this so that I could see my daughter’s face, but I don’t think I am.
I think I wanted her to see mine. I want... I want her to see me seeing her being proud and growing up and falling down, being scared. I want her to know all her life that she’s seen.
딸 얼굴을 보고 싶어서 이걸 하는 줄 알았는데(치료를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아요.
딸에게 제 얼굴을 보여주고 싶어요. 딸을 보고 있는 저를 보여주길 원해요. 딸이 뿌듯해하는 모습, 자라는 모습, 넘어지며 무서워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저를 보여주고 싶어요. 평생을 엄마가 지켜볼 거라는 걸 딸이 알면 좋겠어요.
엄마의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모두 다 가슴으로 이해한 듯, 바라보던 모든 의사가 숙연해졌다.
영어 문장 구조가 쉽지 않아 일단 영어 문장부터 분석해 보면...
1) 구어체로 I thought... 라고 하면 “–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라는 의미로 보통 해석된다.
I knew...라고 하면 “-할 줄 알았는데 진짜 그러네” 정도의 의미다.
2) so that S (can/could) V : S가 V 하기 위해서
3) I don’t think ...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예를 들어 그가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I think he is not cute”보다는 “I don’t think he is cute”라는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 그게 아닌 것 같은데요 – I don’t think it is.
4) I wanted her to see mine.
원했던 건 주어인 I이지만, mine(여기서는 my face)을 보는 건 그녀(her)가 된다.
I wanted to go. 원했던 것도 I, 가는 것도 I.
I wanted him to go. 원했던 건 I, 가는 건 him.
문법용어로 말하면 위 문장의 to go는 목적어 역할, 아래 문장의 to go는 목적보어 역할이다.
5) I want her to see me seeing her being proud and growing up and falling down, being scared.
정말 복잡한 문장이다. 4)번 설명으로 “I want her to see me”이 문장까지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to see me seeing.. 내가 보고 있는 것을 본다는 의미다.
그리고 seeing her being proud and growing up and falling down, being scared
seeing her being... 은 그녀가 –하는 것을 보는 것이다. seeing의 목적어가 her, 그 뒤에 나열되는 -ing 형태들은 목적보어다.
그러니까 엄마(me)가 딸(her)이 뿌듯해하고, 성장하고, 겁에 질려 넘어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그 지켜보는 자신의 모습을 딸 아이가 보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want her to see / see me seeing her growing up 에서처럼 want는 목적보어로 to do, see는 목적보어로 doing을 받는다. seeing과 growing은 모두 see의 목적보어 -ing형태로 연결되어 있다.
목적보어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준동사) 목적보어 동영상강의를 참고하시길...
https://blog.naver.com/chungvelysam/221931545952
6) I want her to know all her life that she’s seen.
she’s seen은 she is seen을 축약한 말이다. "그녀가 보여진다"라는 우리말 해석은 어색하다.
be pp는 수동형태로 그저 주어가 그 동작을 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러니까 여기서는 보는 행위는 주어인 그녀가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누군가가 보고 있고, 주어인 그녀는 누군가 보고 있는 대상이 된다.
여기서는 맥락 상 보는 주체인 엄마가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인데, 수동형태를 쓴 이유는 보는 사람인 엄마보다 보살핌을 받는 딸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이때 본다는 것은 적극적인 보살핌을 암시할 수도 있지만, 그저 아이가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함께 기뻐하고 함께 아파하며 바라보는 존재감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도 엄마는 딸을 보고 싶다는 자신의 가장 간절한 욕심을 넘어선다. 엄마인 자신의 역할은 시력을 회복한 자신이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든, 그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든, 그 존재감을 딸이 알아보고 힘을 내줬으면 하는 갈망이었다. 엄마의 시선조차 딸의 행복을 그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에 느껴지는 묵직한 감동이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바라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관심은 시선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그 시선을 느끼면 부모의 물리적인 거리와 상관없이 아이들은 외로울 수 없다. 그 시선에서 지지와 응원도 드러난다.
물론 마음의 눈으로도 가능한 일이긴 하다. 극 중의 엄마가 결국 시력을 회복하지 못했더라도 변함없는 사랑의 마음으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이를 계속 지켜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뭔가를 꼭 해주지 않아도 그저 거리를 존중하는 시선만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