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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블리쌤 Apr 03. 2023

영어멘토링 학습코칭 강제성과 자발성 사이


학생들이 내게 묻는다. 선생님 본명이 뭐예요? 성공이다. 별명과 이미지 각인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에 난 매우 흡족해했다.

아이들은 내게 청블리쌤이라고 부르고, 선생님들도 편하게 청블리쌤이라고 불러주신다.

10년이 넘도록 듣는 말이지만 여전히 기분이 좋다. 나도 한 번씩 내 이름으로 불리는게 어색하고 싶을 정도다.

나를 청블리쌤이라고 부르는 학생들은 용기가 있거나 나와 가까워진 학생들이다. 그런 학생들이 더 늘어나면 좋겠다. 그래야 내가 진행하는 수업과 영어멘토링학습코칭도 더 성공에 가까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반마다 영어멘토링코칭 설명회를 하고 매시간 학습방향과 공부의 중요성을 일깨우면서 학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상업적 목적으로 진행하는 거라 치면 영업성공이다. 140여 명의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며 영어멘토링 안내문을 받아갔다.

받아 간 학생 중에 실제로 영어멘토링 의사를 밝힌 학생들이 현재 백 열 명이 넘는다.


예전에는 매주 한 요일을 정해놓고 단어시험과 진도점검을 했고,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은 경고를 주면서 탈락의 가능성을 수시로 상기시켰다. 학생들도 매주 정해진 의식(ritual)을 치르며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질 수 있었다.


온오프라인을 겸해서 진행한다는 것이 더 효율적으로 들릴 수 있으나, 블렌디드 방식으로 2-3년을 진행하다 보니 효과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 이면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발을 반씩 걸쳐 두는 듯한 애매함이 오히려 몰입을 방해할 수 있음을 느꼈다.

자신의 수준과 역량에 따라 학습하는 것을 존중한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안 할 자유와 안 해도 문제의식을 갖지 않아도 된다는 안일함도 끌어안아야 할지 고민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어쨌거나 올해부터 작전을 바꿨다. 영어시간마다 점검표를 가져오기로 안내를 하였고 수업시작 전후에 점검표 제출을 종용한다. 미점검 자들을 따로 불러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 전에는 모든 학생들이 멘토링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니 수업시간에 전체를 대상으로 공식적으로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를 제약했던 것 같다. 몇 마디밖에 안 되는 짧은 공지인 데다가, 다른 학생들도 잠재적인 고객(?)으로 인정한다는 메시지도 담을 수 있어 이제는 망설이지 않게 되었다.


대면해서 점검받기가 부끄럽거나 준비가 안 된 학생들은 구글클래스룸에서 온라인 점검을 제출하도록 하였고, 몇명 학생들은 자율적으로 온라인 점검에 참여하기도 했다.

수업 들어가지 않는 두 개 반은 점심시간에 점검을 하기로 하였고, 점심시간은 점검 대신 질문을 받거나, 상담하는 시간으로 설정했다.


신청은 완전 자율이었지만, 한 번 발을 들여놓은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의 강제성은 필요해 보였다. 미점검이 누적되면 탈락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고, 점검받지 않은 학생들을 수업 마치고 만났다. 구글클래스룸 가입이 안 되었다는 학생, 방법을 잘 몰랐다는 학생, 점검을 그동안 못 받아서 짤린 줄 알았다는 학생 등 각각 사연이 있었고, 심지어 구글클래스룸 가입기간을 넘겨서 짤린 줄 알았다는 학생도 있었다. 모두에게 지금이라도 참여해도 된다고 격려해주었다.


점심시간에 점검을 아무 때나 오라고 하니 각자의 사정으로 바쁘기도 했고, 선생님을 직접 일대일로 만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도 있었던 거다.

불러서 한 명씩 만나보니 상상하지 못했던 많은 사정들을 접할 수 있었다.

그건 강제성이라는 명분으로 아이들에게 쏟는 나의 친절과 관심과 애정인 셈이었다.

지금이라도 그만 둘 자유를 주었음에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다시 시작하려는 의욕을 보였다.

심지어 뒤늦게라도 신청해도 되냐는 학생들의 문의도 있었다. 얼마든 환영이었다.


내 딸들조차 내가 정한 시기부터 시작하지 못했다. 다소 늦은 시작 타이밍이었지만, 어쨌든 해보려고 마음먹은 그 선택을 존중하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신뢰와 응원의 메시지일 수 있어서 학생들은 의미 있게 반응하는 것 같았다.


영업(?)은 성공했지만, AS를 안 해주거나, 고객의 만족도에 신경 쓰지 않는 불량업주(?)는 되고 싶지 않다. 진심으로 시작하였으니 진심으로 아이들의 열심을 담아 끝까지 잘 마무리하고 싶다.


점심시간에는 사전 참가신청에서 상담신청을 했던 학생들을 만나 상담을 해주고 있다. 특히 학원을 안 가고 자기주도학습을 하려는 학생들의 절실함을 만날 때는 내가 더 신이 나서 확신을 심어주고 자신감을 갖도록 격려해 줄 수 있었다.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도 당장 학원을 그만두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학원 여부와 관계없이 아이들에게 틈새 전략을 강조했다. 영어멘토링이 삶의 지각변동처럼 작용하는 것을 오히려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게 요란하게 시작한다면 요란하게 바로 포기할 가능성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시작은 초라하나, 오히려 초라하고 사소해서 삶의 큰 변화 없이 스며들고, 애쓰지 않아도 영역이 확장되어서, 궁극적으로는 자기주도학습의 능력과 습관이 형성되는 그곳까지가 내가 아이들과 동행할 도달점이다.


이후에는 아이들이 영어를 취미와 힐링의 과목으로 나 없이도 행복하게 잘 해내게 될 것이므로...

그 행복의 이유로 나를 떠올려주면 나도 더없이 행복하겠지만, 나의 존재감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더라도 그들의 삶에서 문턱을 넘어 작은 성취의 기억과 평생학습의 기반에 내가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었다면... 난 내 소임을 다하는 것이다.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단 한 학생이라도 더 그럴 수 있기를... 비유는 적절하지 않지만 쉰들러 리스트처럼 한 학생이라도 더...


학생들이 당장 자신들이 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심지어 나를 당장은 원망해도... 나의 명예와 나를 향한 학생들의 호감과 존중심을 담보로 두더라도 그들의 행복을 보장해 주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하다.

모든 학생들과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고, 처음부터 혹은 중간부터 나를 거부하는 듯 보이고, 스스로의 의지를 넘어서지 못하는 안타까운 학생들을 만나게 되는 것도, 이 일을 시작한 뒤 감정노동으로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지만...

꼭 나여야하는 것도 아니고 과정의 수료가 모든 걸 보장해 주지는 않으므로... 어떻게든 그 아이들의 사소한 문턱이라도 넘어설 수 있는 기회만이라도 되었기를 기대해 본다.


그들을 만난 것이 내게는 축복이다. 난 이렇게 그 축복을 살아낸다.




영어멘토링 안내문 및 진도 점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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