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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블리쌤 May 15. 2023

고3 수업 학습 계약서(Feat. 나도 꼰대?)

토요일 아침 중요한 수업을 앞두고 출발하기 전 교생선생님들께 업무 안내를 드렸다.

업무시간 외의 톡은 꼰대의 전형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내가 그걸 하고 있다니.

나름 도움을 주려는 친절과 호의라고 스스로 생각했지만, 쌤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계실지, 답변으로 전해오는 감사의 인사만으로는 확신할 수 없었다.

 

선생님들 어제 (체육대회) 고생 많으셨습니다. 꿀휴식을 보장받아야 할 주말에도 수업에 대한 부담이 있으시겠지만 그저 이 순간의 부담이 지나고 나면 축복 같은 기회였음을 곧 아시게 될 터이니 부디 설렘으로 누리시길 바랍니다. 

문법 지도가 막막하시다면 (이미 구글클래스룸 알려드렸지만) 제 문법강의(영상 및 글)를 참고하셔도 됩니다. 표절하셔도 좋으니 마음껏 활용하시고, 지도방향을 현실적으로 고민해 보세요. 첫 링크는 동영상강의(강의노트도 다운 가능합니다), 둘째 링크는 글로 쓴 문법강의(20년 전에 책으로도 나왔던 망작ㅋㅋ)입니다. 

저는 오늘 수능영어 1등급에 절실한 고3 학생들을 만나러 갑니다. 토요일 5주간 4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의 첫 만남입니다. 안물안궁이지만ㅋㅋ 

지도교사도 주말에 마냥 쉬지는 않고 있으니 함께 기운 내서 학생들을 위해 애써봅시다. 

아침에 이런 기도를 했습니다. 오늘 만나게 될 아이들의 삶에 결정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를... 그저 내가 가진 역량껏만 최선을 다할 수 있기를.. 

선생님들도 다시 오지 않을 교생 첫 수업에 영혼을 갈아 넣으시고, 한두 가지라도 아이들의 삶에 새겨질 소중한 영향력에 가슴 벅찬 설렘으로 선생님들만이 해주실 수 있는 스토리와 진정성을 담아내시길 기대하고 응원하겠습니다.^^

 

 

교생 때와 교직 초기에는 내가 수업을 잘 하느냐에 초점이 있었던 것 같다. 나 자신을 챙기기에도 바빴으니까... 사실 남을 돕겠다는 마음이 들 수 있는 건 내가 가진 역량을 확인 한 이후라는 걸 그때는 몰랐다. 난 그저 그 순간 보이는 것에만 충실했다.

 

지금 나의 수업은 나의 자아를 실현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결국 학생들을 돕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게 학생들을 우선순위로 두었을 뿐인데, 수업하는 시간과 그 이후 찾아오는 행복감과 황홀감으로 준비한 것 이상의 보상을 받는다. 

그동안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수업까지 계속해 온 이유이기도 하다.

방과후수업과 특보수업을, 기말고사 끝나고 방황하는 학생들을 위한 단기특강을 너무 열심히 기획해서 시행하니, 담당 부장쌤으로부터 돈 버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는 오해까지 받았다.

 

토요일 아침에 난 절실한 3학년 학생들을 만났다. 처음 약속한 13명의 학생들이 전출했고, 4시간 수업 진행되는 동안 대부분의 학생들이 몰입했다. 그들의 순수한 열정을 만나, 난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진심을 다했다.

 

교생선생님들께 토요일 아침에 톡을 보낸 것은 아침 기도에 이어지는 후속 행위였다.

감사하게도 교생선생님 네 분이 모두 반응을 보이셨고 내게 응원의 메시지도 전해주셨다. 받고 나니 너무 기분이 좋고 기운이 나는 걸 느끼고는 선생님들께 응원의 메시지를 듣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러면 꼰대가되는 것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수업하는 학교에 가서도 나의 설렘은 현실 앞에 작아지지 않았다. 심지어 작년 영어공부법 특강에서 날 만난 걸 기억하는 학생들도 있었고, 어떤 학생은 복도에서 일부러 내게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수업을 신청한 아이들은 1, 2등급에 대한 확신이 없어 보였다. 확신이 있었다면 토요일 4시간씩 나와서 수업을 들을 이유도 없었을 것이니.

도입부에 1등급 안 나오는 이유를 제시하여 각자에게 필요한 구체적인 학습방향을 제시했다.

1. 노력 부족.. 독해력 축적 부족.. 임계점 넘어서길 기대.. 그러나 방향이 중요함

2. 학원 너무 의지하며 주도성 못 가져옴(스스로 독해할 기회가 적었을 것이니)

3. 기본기 무시하고 조급한 마음에 상상독해 – 운 좋으면 2등급, 보통 3-4등급까지만 통함

4. 단어력 절대 부족(어려운 단어보다 중요한 단어) – 기본단어부터 다시 치열하게

5. 정확한 해석력 부족 – 모든 단어의 의미, 역할 납득 (인강 단계 – 신택스, 괜찮아 문장, 천일문 등)

6. 독해력 부족 – 해석해 놓고도 잘 모르거나, 논리적 독해 흐름 취약(국어 비문학 독서 관련)

7. 실전감각 부족 – 문제 풀이 전략, 시간전략(7, 8월부터 실전 모의 시작)

8. EBS 간접연계 영향 – 학교수업이 아니라면 이왕이면 기출문제

9. 영어듣기 확신 부족 – 흔들리지 않는 만점은 듣기 평가 중 쉬운 독해 문제 동시 해결도 가능하게 해 줌

 

시기적으로 봤을 때 마지막 기회라는 절실함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 만남이었다. 학생들에게는 이제까지 학원이나 각자 학습의 방향이 당장 성적으로 직결되지는 않았더라도 어떻게든 축적되어서 이후의 과정을 단축시켜줄 것이니, 시기상으로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그 축적된 영어와 이후의 치열함으로 승부를 걸면 된다고 격려해 주었다. 9월 모의고사까지 어느 정도 증명이 되면 좋겠지만, 아니라도 수능 때까지는 기회가 있는 것이니 멈추지 말라고, 결국 수능으로 증명하면 되는 거라고 얘기해 주었다.

 

그러면서 마지막 기회라는 절실함으로, 늦은 감이 있는 지금 구두로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요구했다.

 

1. 영어 단어는 각자 치열하게 학습하기

2. 수업시간에는 집중하고 몰입해서 문장구조 체화

3. 절실함을 단어 학습으로 증명할 것 

– 1주일간 1300개 단어 하루에 3번 이상 읽기(욕심나면 더 읽는 건 안 말림)

단, 아는 단어는 체크하면서. 동영상강의 활용 권장(이왕이면 발음과 정확한 의미)

4. 영어 단어 암기하려 하지 말고, 주어진 범위의 단어를 자투리 시간 활용해서 시간 간격을 두고 반복해서 읽기

* 왜 청블리 어휘인가? 빈도순 기본 어휘부터 단계별 학습하면 어려운 단어도 맥락 추론 가능하고, 학습했던 단어는 증발되지 않으면서 자연 반복되는 효과가 있음. 

 

5. 급하고 조급할수록 기본기부터

6. 수업 후 바로 1등급 아니라 몰입과정 후 명확하게 보이는 문장을 바탕으로 각자 학습으로 완성해 가기

7. 모의고사 성적으로 증명하지 못해도 끝까지 멈추지 말기

8. 국어 비문학독서와 병행하기 

9. 1등급 만들어주는 수업, 강사 자체만 믿었다면 계약 파기가 더 현명함

10. 인강이나 몰입수업의 목적은 대신해 주는 공부, 적중이 아니라 자립임. 파이널인강수강은 비효율 극치.

11. 7, 8월 2차 몰입수업 예정? 해줄 수는 있지만, 가장 이상적인 방향은 이번 차시 동안 완전 독립 이루는 것. 독립 후 각자 능력으로 독해 축적이 등급을 좌우할 것임.

 

위의 내용을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학생들의 절실함의 수긍으로 계약을 완료했다. 

 

그리고 5주간의 몰입 수업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했다.

1. 각자 기본어휘부터 체계화 – 청블리 어휘 1300개, 800개 + Rootfix 

2. 핵심활용문법 완성 + 구문독해 완성 : 문장구조 보이도록 도와줌 – 정확한 해석

3. 암기 최소화하는 효율성 장착(숙어, 어근접사어휘, 문법, 어법 및 구문)

4. 어법문제 맞히기 – 문장 구조 후 핵심 어법포인트 10가지 체화시키기

5. 결국은 스스로 하는 독해가 핵심(그동안은 정확하게 못해서 상상독해, 학원에서 어려운 것만 해서 상상독해, 연습보다 게임이나 연주에만 집중해서 상상독해를 해왔을 것이니)

6. 자기주도적 습관 형성 – 학원 숙제 없이도 자기효능감 

7. 개별 피드백 방향 설정 및 심리적 확신(미 SAT 고액과외?) – 다음 주 구문독해하면서 개별 상담

 

4시간 수업 이후 나의 열정의 배턴을 학생들에게 넘겨주었다. 그들의 삶에서 이보다 더 영어에 몰입할 수 없을 일주일이 되기를 바란다며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이렇게 토요일에는 그들의 선생님이자 멘토가 되었다가 그 이후의 시간에는 그들의 응원단이 되는 여정을 새로이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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