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실시가 확정되었지만, 전면 실시가 다소 무색하게 고1 내신상대평가는 유지되고, 자사고, 외고, 국제고는 존속된다.
이미 2023년 고1부터 고교학점제가 시작되었고, 24년에는 그 다음 해 고등학교 입학하는 학생들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되어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과도기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입제도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아서,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교실을 옮겨 다니면서 수업을 하지만, 2, 3학년 교과 중에서 (대개 수능출제과목인) 일반교과는 현행대로 9등급 상대평가로 내신에 반영된다. 전문, 진로교과는 고교학점제 취지에 맞게 3단계 절대평가로 실시되지만, 대학에서는 대개 반영 안 하거나, 반영하더라도 큰 비중으로 반영하지는 않는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23년 중2학생들이 고등학교 입학하게 되는 2025년부터 전격적으로 고교학점제가 실시되어 모든 교과를 3단계 절대평가로 내신성적을 산출해야 했지만, 1학년 공통교과 중 국영수사과에 한해서 현행대로 9등급 상대평가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공식발표되었다.
사실 고교학점제에서 선택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절대평가 전환이 전제였다. 상대평가가 유지되면 모집단 인원과 과목의 난이도와 몰리는 학생의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니, 소수 인원 과목에 대한 실질적인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 확정과 더불어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이 존속시킨다는 공식적인 발표도 동시에 이뤄졌는데, 이런 학교들의 존속과 1학년 상대평가 유지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전면 절대평가를 실시했을 경우,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서 우수한 학생들끼리의 치열한 내신경쟁에 따른 내신의 불리함이 다소 사라지기 때문에 우수한 학생들의 쏠림현상을 막을 수 없게 되었을 것이다. 물론 2학년 교과부터는 상대평가로 내신 성적을 산출하지 않으니 지금보다 덜 불리한 상황이긴 하다.
상대평가 과목이 줄거나 사라지면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선발하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전면 절대평가를 실시하여 내신의 불리함이 상쇄되고,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된다고 하면,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입시에서 훨씬 더 유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서울시교육청 등 일각에서는 이런 학교의 존속 자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내신 상대평가가 존재하는 현행 대입제도에서도 내신의 불리함에도 이런 학교에 학생들이 몰리고 있는데(실은 외고와 자사고 등은 2025년 존폐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그동안 지원이 주춤하기는 했다) 1학년 상대평가를 남겨두었더라도 2, 3학년에만 전면 절대평가를 실시한다면 지원학생이 줄어들 이유는 없을 것이다. 물론 24년 2월 발표될 대입방향을 살펴봐야 하겠지만, 어차피 23년 중3 학생들은 현행의 대입제도가 적용되니 변화가 없고, 중2 학생들은 대입방향을 살펴보고 유불리를 따져서 지원 여부를 결정하면 될 것이다.
이번 교육부장관은 내신 성적을 망친 이후 정시파이터를 선언하는 학생이 늘지 않도록 절대평가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는데, 일단 1학년 상대평가가 유지를 선택했기 때문에 정시파이터 비중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혹 전면 절대평가를 한다고 했어도, 그나마 상대평가 내신등급의 기준조차 사라져서 예측이 불가하고, 깜깜이 전형일 수도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정시 대신 선택하는 인원이 늘어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내신 절대평가로 부담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로 인해 중요성이 더 커지는 교과세특 등의 생기부와 관련 비교과 활동을 과정형수행평가와 더불어서 성실하게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시를 선택하는 학생은 모의고사 성적이 내신보다 잘 나오거나, 아예 모의고사 성적이 뛰어난 경우가 많지만, 수시전형 학생들에 비해 평상시 세세한 것에 신경을 덜 쓰는 상대적으로 게으른 학생 유형도 있다. 길게 보고 수능성적을 올리는데에만 집중하는 게 훨씬 더 수월한 경우다. 내신이 상대평가든, 절대평가든, 자신의 수능에서 발휘될 경쟁력을 포기하고 내신 부담이 적어졌다고 해서 갑자기 수시를 지원할리는 없다. 한 영역에서 부담이 줄었다면 위에서 언급한 다른 영역으로 변별이 되어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수능 대비는 어느 정도 예측이 되는 실력이 쌓이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은 6개의 수시카드가 있더라도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그 방향도 물론 수능출제 방향의 변화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정시의 비중이 늘어난 상태에서, 의대쏠림이 여전한 상황에, 수능의 변별력이 보장되지 않아 성적에 실수 등의 요소가 더 크게 작용한다면, N수생의 비중이 더 커질 것이고(N수생은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니 이들 중 대부분은 고스란히 사교육 인원에 포함된다), 대학측에서도 그 이상의 변별의 방법을 모색하게 되겠지만 대학별고사를 교육부가 허용하지 않고 있어서 대학에서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대학별고사를 허용한다면 사교육이 더 팽창할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에 교육부도 대학의 요구가 있더라도 허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사교육의 영역은 수능만이 아니라 내신, 수시컨설팅, 논술(대학별 고사에 가까운 논술의 비중을 축소하도록 권장된다) 등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다.
그리고 초등학교의 비중도 계속 커진다. 특히 의대를 가기 위해서, 그 극강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초등학교 때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과학고, 영재고 진학을 목표로 할 경우에도 이른 준비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퍼져 있고, 대개 그게 현실이기도 하다.
때로는 목표의식이 없이도 남들이 다 하니까 불안함으로 사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어쨌거나 종잡을 수 없는 불안함 가운데 사교육의 불길을 잡을 수 있을지는 공교육교사인 나도 확신이 없다. 공교육활성화에 대한 대책도 발표되었지만 보다 근본적인 의식변화와 시스템의 변화가 없이는 묘연해 보인다.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기 전에도 고2, 고3에서 상대평가 반영과목의 비중이 줄어들어 어차피 고1 내신의 비중이 절대적이기도 했고, 1학년 때의 내신으로 각자 대입의 방향이 어느 정도 구체화되기 때문에 고1 과정이 매우 중요했다.
그런데 상대평가 과목이 1학년 공통과목에만 존재하게 된 2023년 중2 학생들부터는 고1 공통교과의 내신 상대평가에 대한 대비가 꾀 필요하다.
그렇다고 꼭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자기주도적 학습습관을 형성하고, 각자 수준에 맞게 기본기부터 각 교과의 이해도를 높여가는 노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
어쨌거나 중요한 건 본질만 바라보는 것이다. 학생들은 자기만의 수준과 속도에 맞춰 자기주도학습을 이뤄가는 것이고, 공교육교사인 나는 그런 학생들이 많아지도록 사명감과 목표의식을 가지고 나만의 티칭과 학습코칭을 지속하는 일이다.
더 자세한 고교학점제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 포스팅 링크를 확인하시길.. 어쨌거나 대책을 위한 정보수집은 중요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