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담임과 교과 교사로서 가장 강조하는 단어가 “찌질함”이다. 자칫 심정이 상할 수도 있지만, 성취의 문턱을 훨씬 더 초라하게 만들고자 하는 나의 의도를 담은 단어다.
찌질함을 강조한 것은, 거창한 성공에 길들여져 있고, 가시적인 결론에 조급한 학생들과 학부모님들께 과정 중의 행복함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성공과 도달도 결국 한 걸음부터라는 사실을 너무 자주 잊어버리니 이렇게 계속 상기시켜주고 싶었다.
습관형성은 바른 생활태도와 학습에서 본질적인 핵심이다. 습관의 형성은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늘 책에서 대하면서 나의 소신을 지켜나갈 수 있었다.
여기 그런 방향의 도서목록이 한 권 더 추가되었다.
제목부터가 벌써 희망을 이야기한다. 어떤 일이든 숙련이 되기 위해서는 반복을 피할 수 없지만, 끝까지 계속하게 만드는 건 아주 작은 것이어야 한다.
책에서 인상적인 몇 부분만 발췌하여 소개한다.
혁신은 경사가 급한 언덕을 향해 돌진하는 것과 비슷하다. 정상에 닿기도 전에 동력이 떨어지고, 급격하게 시작하는 것만큼 빨리 포기하게 된다.
이런 혁신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 삶을 변화시키는 전혀 다른 전략이다. 아주 부드럽게 언덕을 올라가는 방법으로 언제 정상에 올랐는지 눈치채지도 못한다. 협상하기에도 유리하고 발걸음도 가볍다. 필요한 것은 단지 앞을 향해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것밖엔 없다.
변화를 위한 대안적인 전략의 이름은 ‘스몰 스텝small step 전략’이다.
눈치채지 못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뇌과학적으로도 익숙한 데서 벗어나고,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려면 뇌를 속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평소 안 하던 짓을 하면 안 된다. 안 하던 짓은 그저 이벤트일 뿐이다.
레지던트는 줄리에게 적어도 하루에 30분은 에어로빅과 같은 운동을 하라고 말했다. 레지던트의 권고는 곧 줄리의 불신과 화를 자초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내가 뛰어들 시간이 온 것이다.
“그 대신에 텔레비전 앞에서 걸어 보는 것은 어떤가요? 하루에 1분씩?”
레지던트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그러나 줄리는 환하게 웃으면 말했다.
“그 정도라면 할 수 있지요.”
다음 방문 때 줄리는 정말로 매일 밤 텔레비전 앞에서 1분 정도 걷는다고 내게 말했다. 매일 60초 정도의 강도가 낮은 운동을 한다고 해서 그녀가 더 건강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두 번째 방문에서 줄리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걸 나는 알 수 있었다. 줄리는 운동 프로그램에 실패한 사람들처럼 낙담한 상태가 아니었다. 그녀의 말과 태도에 생기가 느껴졌다.
“하루에 1분씩 더 할 수 있는 게 뭐 또 없을까요?”
그녀가 물어 왔다. 정말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 작은 성공일 뿐이지만 지금까지 내가 수없이 지켜보았던 의기소침한 표정보다는 나은 결과였다.
<습관의 재발견>이라는 책에서도 모든 변화는 팔굽혀펴기 한 번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그것쯤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저항감 없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해주고, 심지어 매일 지속하는 것도 가능하게 해준다.
인간의 뇌는 새로운 도전과 욕구가 일어날 때도 어느 정도의 두려움이 함께 발생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 새 직장을 얻으려 할 때나, 새로운 만남을 가지려 할 때도 편도체는 우리 몸에 경고를 보낸다. 이때 대뇌피질의 이성적 사고는 때로는 제한되고 때로는 정지되고 만다.
• 큰 목표 ⇒ 두려움 직면 ⇒ 대뇌피질 기능 저하 ⇒ 실패
• 작은 목표 ⇒ 두려움 우회 ⇒ 대뇌피질 기능 정상 ⇒ 성공
작고 부드러운 질문은 우리 뇌의 방어 반응을 차단한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다.
“일을 좀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소소한 방법은 없을까?”
“지출을 줄이기 위해 하루 5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자기계발을 하고 싶은데 집 근처에서 들을 수 있는 강좌는 무엇일까?”
이런 질문들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이런 질문들은 뇌로 하여금 문제해결에 집중하게 만들고 우리가 행동을 할 수 있게끔 이끈다. 한 가지 질문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뇌는 그 질문을 저장해 두었다 자꾸 뒤적거리게 된다. 그러고는 흥미롭고 유용한 반응을 쏟아 낸다.
뇌과학적으로도 사소한 것의 중요성은 이미 증명된 셈이다. 학생들은 늘 불가능한 목표와 싸우며 정신건강을 위해 그냥 포기를 선택한다.
방학 때마다 그렸던 도너츠 모양의 계획표.. 공들여서 계획표를 작성한 것만큼 실천은 더 멀리 있다. 의지박약을 언급하기 전, 애초에 달성할 수 없는 목표였던 것이다. 이러한 인지부조화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포기다. 그렇게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우리의 정신건강을 지켜왔다. 그러니 시작은 무조건 초라해야 한다.
질문이 부담스럽거나 공포스러운 것이 돼서는 안 된다. 질문은 재미있어야 한다. 질문이 재미있으려면 작아야 한다. 작은 질문을 던지게 되면 편도체(방어 반응을 통제하는 그 곳)는 조용히 잠들게 되고, 놀기 좋아하는 대뇌피질이 깨어나 질문을 흡수하고 마법과 같은 방식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쏟아 내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이 샤워를 하거나 운전을 하거나 설거지를 하는 도중일 수도 있다.
학교 수업시간이나 인터뷰를 할 때 입을 열게 만드는 질문은 이런 것이었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뇌의 스위치가 켜지는 것이었다. 발문을 준비할 때 늘 생각해야 하는 고려사항인 것 같다.
건강을 유지하고 싶다면 계단을 오르내리고 몸에 해로운 칼로리를 접시에서 덜어 내는 아주 작은 행동에서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
정말 원하는 것이 세상을 달라지게 하는 것이라면 우리들 중 몇몇이라도 작은 것이 중요하다는 신념과 함께 변화해야 한다. 타인과의 짧은 만남조차도 본질적으로 중요하다. 스몰 스텝은 작은 친절과 배려와 호기심으로 그 가능성을 열어 준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바꿀 수 있다면 궁극적으로는 인간성도 바꿀 수 있다. 배려란 중요한 사람과 일을 위해 비축해 두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아이들이 우리를 화나게 할 때나 직원들이 작은 칭찬을 바랄 때 자유롭게 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건강과 인간관계를 위해 작은 행동을 옮기는 것을 통해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다. 또 배려가 담긴 작은 질문을 타인에게 던지는 것만으로도 타인을 존중할 수 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당신만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다. 스몰 스텝을 당신의 일상에 결합해 그 힘을 발견하라. 이제 당신은 다음과 같은 심오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매 순간 자신의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것보다 인생에 있어 더 중요한 것이 있는가?”
매 순간 사소한 변화가 중요하다. 한 번에 변화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소함의 축적이 궁극적인 성장과 변화를 일으킨다. 이왕이면 과정부터 행복하면 좋을 것 같다. 나도 한 걸음의 중요성과 의미에 대해 많이 강조한다. 한 걸음이 도달점이기도 하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저자는 그 한 걸음을 스몰 스텝이라고 칭한다. 큰 걸음도 아닌 작고 사소한 한 걸음이면 된다. 아니 그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