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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영어교사의 미래 전망?

by 청블리쌤

후배교사 질문

영어 절대 평가, 영어 교사 티오 감소, 다른 교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수업 준비 등 영어 교사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영어 교사 및 교과에 대한 비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또, 요새 AI 및 Chat GPT의 등장으로 이제 원어민 교사에 대한 신뢰성도 떨어지고 있는 듯하여 더 걱정이 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계속 영어 교사를 고수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고 기회가 있을 때 전과를 해야 하나 싶습니다. 멘토 선생님께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영어 교과에 대한 확신을 고수하고 계십니까?


답변

영어과 교사의 입지가 갈수록 더 좁아지긴 하죠. 절대평가로 학생들이 영어과목 자체를 경시하고, 그 선택에 따라서 영어교사 티오가 줄어서 교사수급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된 것도 맞구요. 물론 개정교육과정 자체가 국영수 시수를 줄이고 다른 과목 선택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것이었으니 영어교사의 비중과 중요성이 줄어드는 건 예견된 일이었구요.

게다가 챗 GPT로 영어교과에 대한 공부 자체가 별로 필요 없게 될 거라는 막연한 낙관론도 있구요.

그런 상황이 아니라도 영어교과는 영어에 훨씬 능통해지는 젊은 선생님들이 치고 올라오기도 하고, 나이가 들수록 언어감각은 떨어지니까 이전 시대에도 늘 위기감은 있었구요.

그런데 제가 선생님 경력일 때 들었던 그 염려는, 20년이 넘도록 계속 불리해지긴 했지만 현실화되지는 않았거든요. 실제로 다른 교과로의 전과를 위해 다른 과목을 교육대학원으로 하신 분도 있으시지만 여전히 영어선생님으로 계시구요.


그렇다면 챗 GPT의 등장은 영어교사의 종말을 선언하는 획기적인 사건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물론 결과를 보장할 수 없는 저만의 의견이자 바람으로 끝날 수도 있겠지만요.

영어교사의 역할은 챗 GPT와 맞짱 뜰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아니라, 실은 더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고, 학생들로 하여금 챗 GPT를 활용할 역량을 갖추도록 도와주는 일일 것 같아요.

챗 GPT나 DeepL 같은 인공지능의 번역을 그대로 쓰는 것과, 오류를 수정하면서 자신만의 스토리에 녹여내어 활용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겠죠. 영어를 못해도 된다는 건 스스로 인공지능에 종속된다는 것에 불과할 거니까요.

영어뿐 아니라 모든 교과교사의 역할 중 중요한 것은 제대로 질문하는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질문도 뭔가를 알아야 하죠. 모든 지식을 인간의 머리에 다 담아둘 필요는 더 이상 없지만, 지식을 찾아보고 활용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은 갖추어야 하죠. 그걸 기본기라고 하고 인문학적 소양이라고도 하고 싶어요.

영어는 영작을 챗 GPT나 DeepL처럼 해내는 것보다, 오히려 그 도구를 확장하고 응용하며 활용할 기본소양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번역기의 완벽성이 영어교사를 대체하기보다, 오히려 더 정교하게 오류를 찾고 내용을 구성하는 역할이 더 강조될 것이니 여전히 인간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믿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전과를 고려할 경우라면 영어보다 훨씬 더 잘 가르칠 수 있는 과목을 찾았을 때, 아니면 진로분야의 역량이 더 커졌고 더 의미가 있을 때에 해당되는 일 같아요.

전과도 영어교사로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모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일인데, 현실에 대한 예측보다 어떤 길에 더 열정을 발휘할 마음의 감동이 되는지가 결정의 더 중요한 요인이겠지요.

제 생각에는 AI가 교사를 대체하기 시작한다면, 영어교과만의 문제는 아닐 거라고 봅니다.

오히려 영어교사는 AI를 코파일럿으로 더 든든한 지원군으로 둘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영어교사로서 경력이 꽤 쌓였지만 여전히 영어교과에 대해 확신이 없어요.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지만, 재미있게 유의미한 배움을 일으키는 수업에 대한 역량은 아직도 멀었거든요. 퇴직할 때까지 이 정도면 되었다는 만족감을 가질 자신도 없어요. 그래서 평생 학생들과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겠죠.


그러니 지금 당장보다 앞으로 어디까지 성장하게 될지, 학생들을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것처럼 교사들도 자신의 모습을 그렇게 미래의 성장 모습에 비추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미래를 확신할 수 없지만 매 순간의 사소한 성취라도 즐거워하는 교사의 삶으로 학생들에게 확신을 심어줄 수도 있을 것 같구요.


선생님의 고민은 오히려 더 잘하고 싶은 의지와 열망의 반영인 것 같아 더 희망적으로 느껴집니다. 불안함보다 설렘이나 희망으로 에너지를 바꾸어 가시길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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