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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블리쌤 Aug 10. 2023

복직 교사 연수 강의를 마치고

어제 영어수업과 비교과 실무역량강화라는 복직(예정) 교사 직무연수 강의를 다녀왔다. 

배정받은 주제인 교육별 교육과정 핵심 내용 이해, 백워드 수업설계의 원리에 대한 원고작성은 충직한 비서인 챗 GPT에게 맡겼다. 아주 훌륭하고 그럴듯하게 작성해 주었다. 그 원고 내용은 각자 참고하시도록 하고, 난 표준화된 틀에 얽매이지 않는 나만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전했다.

그리고는 창의적인 교수학습 운영 사례 공유에 집중했다. 

선생님들께 일일이 여쭙지는 않았으나 휴직의 이유는 통상 육아휴직의 비중이 가장 크다. 보통 육아휴직은 아이가 어린 시절에 하기 때문에 어린 자녀를 둔 엄마일 가능성이 높았고, 실제로 나보다 훨씬 젊은 여선생님들만 연수에 참여하셨다.

직전 고등학교에서 함께 근무했던 반가운 얼굴도 있었다. 너무 반갑게 맞아주셔서 강의 시작하기도 전부터 마음이 편해졌다. 

그런데 선생님 두 분이 다가오셔서 인사를 하시는 거였다. 얼굴을 보니 생각이 날 듯했고, 이름을 보고 확실하게 알아봤다. 15년 전에 교육실습 나오셨던 선생님들이었다. 한 분은 지도교사가 아니어서 얼굴과 이름만 어렴풋했고, 한 분은 내가 지도교사를 했던 분이었는데, 너무 열정적으로 또 정말 잘 하셨던 분이어서 또렷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교생 마치고 나서 15년 만에 처음 만나는데 날 기억해 주시는 것도 감사했다. 지금 그 선생님 나이보다 어린 시절의 나를 지도교사로 만났던 거라 생각하니 신기했다. 그 당시 난 교생지도 2년 차였고, 교직 경력 이제 막 10년을 넘어서는 교사였는데 그저 나도 거의 젊음의 열정으로만 대해주었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래도 교생실습 때 못다 한 이야기를 세월의 흐름에 나의 성장 이야기를 더해서 그때의 미안한 마음을 덜 기회를 갖게 되어 감사했다.

교생이 아닌 정식 교사로서, 엄마로서 당당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을 보고 제자 바라보는 뿌듯함과 흐뭇함을 느꼈다면 좀 오버겠지만, 그 긴 세월의 흐름에서 지도교사도, 교생선생님도 서로의 성장을 이루며 각자의 인생 여정에서 다시 한번 접점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반갑고 감사했다.


이미 아는 사이인 그 선생님들이 특히 내 강의에 몰입해 주셨다. 원래도 그런 분들이었지만, 아는 사이라서 딴청 피우기 어려웠을 것이다ㅋㅋ

그러니 교사로서 학생들과 친해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수업이나 학습코칭에서 피할 수 없는 끈끈한 유대감이 형성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니. 덕분에 어제 3시간 강의는 적어도 내게는 시간 순삭이었다.


강의 시작할 때 어떤 강의가 제일 좋은 강의냐고 여쭈어보니 예상대로 빨리 마쳐주는 강의라는 답변이 나왔다. 그래서 나도 그러고 싶지만 규정이 있으니, 빨리 마칠 수는 없고, 그 대신 시간 순삭을 해드리겠다고 또 bluffing을 했다. 강의를 계속하면서 이젠 너무 뻔뻔하게도 bluffing이 습관이 된 것 같다. 


어제는 1정 연수와는 좀 다른 느낌으로, 부모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기도 했다. 부모의 마음, 교사의 마음... 자녀와 학교 학생의 일체화... 어쨌거나 부모이자 교사로서 교육을 담당해야 하니까. 

더구나 오랜 휴직을 하신 분들은 그동안 잊고 지냈던 학교에서의 감정노동, 학부모 민원 대처, 학생으로부터 받는 상처, 관계에서의 균형과 지켜야 할 선, 급변하는 교직사회와 코로나로 인한 에듀테크의 급부상, 챗 GPT의 등장, 4세대 나이스, 업무, 평가와 수업에 대한 감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한 번에 다 지고 계신 것 같았다. 미리 걱정하실 필요 없고, 그냥 닥치면 다 하게 되어 있다고, 특히 에듀테크나 업무역량의 경우 연수만으로는 적용이 잘 안되니, 일단 부딪혀보고 너무 힘들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면 멈춰서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하고, 문제 해결을 하면서 익숙해질 거라고 말씀드렸다. 

모든 궁금증과 부담감을 충분히 덜어드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지만, 주어진 시간 내에 최선을 다했다.


자녀든 학교 학생이든 인공지능 사회에서 살아남을 경쟁력, 사교육 없이 자녀를 키울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고민과 자기주도성의 방향, 꿈을 지켜줘야 할 이유, 영어교사로서의 수업과 학습 코칭에서의 역할, 행복 교육, 그리고 자신과 학생들을 위한 학교에서 일잘러되는 방법 등을 말씀드렸다.

이 연수를 위해서 블로그에 <학교에서 일잘러 되기>를 10회 연재했었고, 그 덕분에 정말 필요하고 절실한 분들은 이후에도 참고가 되실 수 있게 선물처럼 드릴 수 있어 다행이었다. 

https://url.kr/5gt6xl

강의와 수업 이후의 자기주도학습이 되도록 구성하는 건 내 습관이 되어버렸지만, 수업이나 강의에 집중할 것을 강요할 수 없는 것처럼, 이후의 추가 학습을 결정하는 것은 수강한 학생이나 선생님들의 몫이다. 어차피 대다수가 안 할 것 같다는 성급한 단정으로 한두 명이라도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그 기회를 망설이면 안 된다고 스스로 결단하고 있다. 교육은 원래 보이지 않는 성과와 확인할 수 없는 진행과정으로 인해 멈칫하기 쉽지만, 늘 보이지 않는 것과의 싸움을 해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비대면 에듀테크를 활용하면 교실 밖, 강의실 밖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해진다. 물론 안 해도 그만이지만, 방법을 알고 있다면 굳이 안 할 이유도 없다. 관심을 조금만 갖고 문턱만 넘으면 의외로 어렵지 않은 길이다. 

처음 계획은 2시간 정도 강의식으로 하고, 1시간은 서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갖는 것이었다. 지난달 신규교사 멘토링에서는 서로 의견을 공유한 것이 좋았다는 소감이 많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제 선생님들은 그저 편안하게 듣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아 내 강의 후 실시간으로 질의응답으로 마무리했다.


어제 강의하러 갔다가 교감자격연수를 받으러 오신 선배 선생님을 우연히 마주쳤다. 한 달간 진행되는 긴 연수의 끝자락에 와 있다며 큰 산 하나를 넘었다고 하셨다. 

복직 연수도, 1정 연수도 의무연수이거나 자격연수라서 피할 수 없어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교사들은 그 긴 과정에서 배움의 실효성을 떠나 학생들의 심정과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는다.

강의하는 사람으로만 서게 되면 그저 대략 짐작은 하겠지만 아무리 많이 해도 그 고충을 잘 모른다. 

배움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껍질을 깨고 나오거나, 도끼로 갈라지는 경험을 통해 진정한 변화가 있는 배움이 일어나기 때문에, 편하게 본능에 충실해서는 이뤄낼 수 없기 때문이다.

나도 의무연수를 받아봤고, 이젠 기억 저 멀리 있지만, 학생인 적이 있었으니, 수업을 할 때나 강의를 할 때, 객관적 시간의 길이를 줄여줄 수 없다면, 시간순삭의 느낌처럼 주관적 시간의 길이를 줄여주기 위한 컨텐츠 연구에 더 집중해야겠다고 매번 다짐할 수밖에 없다.


강의나 수업도 만남이고, 그 만남이 이후의 일상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그 영향력과 교감은 여운으로라도 남는다. 그래서 특히 가르치는 자리에 선다면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책임과 진심을 다해야 할 거라는 뻔한 결론에 이르렀다.


복직하시는 선생님들은 여전히 계속될 육아의 걱정을 안고 그동안 잊고 지냈던 현실로 다시 돌아오는 부담을 가지신 분들이다. 힘들지만 중요한 두 가지를 다 감당하시는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선생님들께 존경의 마음을 담아 힘껏 응원을 해 드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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