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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블리쌤 Aug 30. 2023

새는 뼛속을 비워 하늘을 난다

아포리즘(aphorism)은 늘 문자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다. 각자의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되며, 무한대로 확장하게 해주는 힘이 있다. 

영어수업 준비할 때 이런 문장을 어떻게든 뽑아내려 애쓴다. 

아이들에게 의미 없는 단어의 나열, 문법책에서 돌려 막기 하는 그런 예문이 아니라 문장에 담긴 의미만으로도 삶의 깊이를 체험하고 가슴속에 눌러 담을 말을 고르려 한다.

중학교 와서는 학생들의 수준의 제약 때문에 그러기가 힘들다는 핑계로 부쩍 게을러졌지만ㅠㅠ 

더 젊을 때는 우리말로 된 명문장을 모아서 매일 아침 반 학생들 플래너 검사할 때 스티커 용지에 인쇄해서 명언 하나씩 붙여주기도 했다.

특히 고3 학생들이 이런 유의 문장을 가슴에 오래 깊이 품는다. 그들의 삶이 힘들다고 느낄수록, 고민을 많이 할수록. 확실히 고통의 깊이만큼 성장하는 것 같다.

출근하다가 바닥에 떨어진 비둘기 깃털을 보고 이런 말이 떠올랐다. 

"새는 뼛속을 비워 하늘을 난다."

뼈가 강해지려는 욕심이 이루어지면 새는 날 수 없다.

과욕을 부리면 안 된다.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약점에 집착하기보다 강점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의 욕심은 의욕과 동기의 출발점이 되기도 하지만, 내려놓을 수 없는 강화된 고집이나 아집이 될 수도 있다. 

내려놓음, 마음비움은... 뭔가 열심히 채우려는 노력보다 늘 어렵다.

우리 삶에 번아웃이 존재하는 것은 뼛속까지 채우려는 열정 때문일 수도 있다. 

새의 시선은 하늘을 향한다. 그저 다 포기하고 땅에 머물려고만 한다면, 하늘을 나는 새로서의 정체성에 더 이상의 미련이 없다면, 좀 더 강한 뼈가 필요하긴 할 것이다. 그러나 그건 애초에 가능하지도 않은 목표이기도 하다.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다. 흔한 영어 격언 하나.

You can't have your cake and eat it. 

케이크를 소유하는 것과 먹는 것을 동시에 할 수 없다. 소유하든지 먹든지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 필연이다.

나의 지난날을 생각해 보니 뼛속을 채우지 않고 빈 채로 둘 때가 더 행복했고, 나의 역할에 더 충실했던 것 같다. 채워지지 않는 것을 억지로 채우려고 애쓰는 건, 노력하면 할수록 더 지치고 무력해지는 일이었으니...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그냥 가벼이 날고 싶다. 그 어떤 비교와 조급함도 거부한다. 걱정과 불안도 날개 위에 얹지 않기를 바란다.

누리면서 즐기는 행복한 비행을 계속 하기를...

각자의 가진 몫에 집중하여 감사하며 날아오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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