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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블리쌤 Sep 04. 2023

간절함과 절실함의 예고편

간절함과 절실함은 내가 학교에서 가장 마주하고 싶은 속성이다.

정철 카피라이터가 이런 말을 했다. 

키가 못 미쳐도 2미터에 간절히 닿고 싶다면 팔을 뻗으면 된다고.

그게 간절함이고 절실함인 것이다.

간절함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인식을 전제로 한다. 

desperate 

이런 맥락에서 내가 좋아하는 단어다.

영영풀이

needing or wanting something very much

feeling that you have no hope and are ready to do anything to change the bad situation you are in


despair를 전제로 하는 이 단어는 절망 가운데서 포기하지 않는 속성을 말한다.


절망이 없으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아니냐고? 그렇다. 맞는 말이다.

서울대 의대를 진학한 제자들을 고1 때 만났을 때, 무슨 이유에선지 그들 중 몇몇에게는 절실함이 있었다. 내 영어멘토링을 신청해서 끝까지 최선을 다했고, 특보수업도 시리즈로 계속 들었으며, 정규수업시간에 몰입하는 것은 당연할 정도의 일상이었다. 

그건 절실함이라기보다는 여유라고 해석하고 싶다. 이미 지식 체계를 완성해가는 상황에서, 영어는 거의 다 끝냈는데 꾸준하게 안 하면 감이 떨어진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그 과정에 다 참여했을 것이다. 수업을 들으면서는 자신의 지식체계와 견주어 자신만의 정보처리를 하면서 100 정도의 수업량에서 150 이상의 내용을 끌어내고 조합했을 것이다. 물론 나의 치열한 교재연구와 기존 학원, 인강 등에서 배웠을만한 내용과는 차별화된 수업 구성, 수업을 통해서 말하려 했던 인생, 감성, 재미, 감동 등의 요인도 함께 누리려고 했을 것이다. 기본기를 이미 넘어섰으므로, 좀 더 여유 있게 수업을 들으면서, 과정에 참여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개 절실함의 정도가 이후 성취를 좌우한다. 그러니 출발점은 그 도달점이 아닌 예측의 시작점일 뿐이다. 오히려 난 출발점이 미약하지만 절실함과 간절함의 크기가 큰 학생들을 과대평가한다. 남들은 과대평가라고 보지만, 난 충분히 합리적인 판단임을 확신하고 있고, 실제로 그런 교육적 성과들이 드러났다.


교사로서 무력해지는 지점은 그 절실함을 심어주기가 어렵다는 현실 인식이다. 수업시간에 아이들의 절실함과 동기유발을 위해 고등학교에서는 물론 중학교에서도 소위 ‘잔소리’를 계속 해왔고, 아이들은 그 현실의 무게감에 가슴 아파하면서도 내가 그 안에 담아 전하는 위로와 공감과 희망의 메시지를 놓치지 않으며 내 잔소리를 무척 좋아했다. 특히 성취의지가 높고 상처가 깊은 교육특구의 대구여고 학생들이 그랬다. 비교육특구는 현실에 대한 상처가 적었고, 중학생들은 아직 치열해지기 전이므로 나의 잔소리는 허공을 때리는 경우가 더 많기는 하지만, 난 잔소리를 멈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내가 쓰는 방법 중 하나는 “맛보기 전략”이다. 

대구여고에서 수준별 반편성에서 중이나 하반으로 밀린 학생들은 그 소속된 것만으로도 좌절감을 안고 산다. 그들에게 당장의 자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걸 강조하면서 캠페인처럼 벌였던 것이 "기본단어부터 간절함으로 학습하기"였다. 그들에게 내 딸의 영어 수준별 하반 편성 소식은 희망과 위로가 되었다. 아빠인 내가 딸이 거기 머물러 있지 않을 거라는 걸 확실히 보여주었고,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에서 함께 힘을 낼 수 있는 삶으로 주는 응원의 메시지처럼 들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준별로 정리한 청블리 어휘 1300개를 각자 속도에 맞게, 그렇지만 평소보다 더 욕심을 내면서 도전해 보자는 나의 제의에 많은 학생들이 반응해 주었다. 그 대신 모든 학생들에게 전체 페이지를 다 인쇄해 주지 않았다. 신청한 학생들에게 처음 한 페이지만 인쇄해 주고, 충분히 학습한 후 내게 와서 테스트에 통과하면 다음 페이지를 인쇄해 주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전체를 수료한 학생들에게는 생기부 교과세특을 작성해 주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수업이 마치고 신청자들은 나를 따르라고 했는데... 신청한 아이들이 시키지도 않은 “간절함, 간절함”이라는 구호를 chanting 하면서 내 뒤를 따랐다. 난 웃으면서 울고 있었다. 아이들의 좌절감과 상처가 희망의 소리로 울려 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부를 내가 대신해 줄 수는 없지만, 진심을 다해 응원하며 코칭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다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중간 포기자는 있었지만 많은 학생들이 그 과정을 수료했다. 그것만으로 교육특구에서 당장 내신 최상위등급을 받는 것을 보장받을 수는 없었겠지만, 아이들에게 사소한 성취의 기억이 자리한 것만으로도 평생 영어공부의 자산이 되었을 거라 믿는다.


지금은 중학교에서 영에멘토링학습코칭을 신청받고 지도하면서, 아이들의 무절실함, 무간절함에 너무 놀란다. 교육특구 대구여고에서는 150명이 넘는 인원이 신청해서 진행하기도 했었고, 중학교임에도 3년 연속 100여 명이 신청한다는 것은 고등학교와 큰 차이가 없어 보였지만, 절실함이 지속의 연료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은 절실함의 통로를 사교육에서 찾으려 하고 있었다.

그래서 작년, 재작년에 30여 명 정도의 남은자들을 관리했고 올해는 그보다 적어서 20여 명 정도를 2학기 이어서 관리하고 있다. 영어멘토링을 병행하는 방과후 수업신청자 18명과 영어멘토링에만 몰입하는 5명 정도만 100여 명 중에서 살아남았다. 아니 그 외의 학생들은 낙오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더 맞는 길을 찾아갔을 거라고 믿고 싶다.


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하고 첫해에는 교육청 예산의 지원을 받아서 청블리영어코스북을 신청자들에게 다 배부했다. 물론 중3 때 받아두기만 했던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가서 뒤늦게 그 책으로 공부하고 있다는 인증샷도 찍어보내긴 했지만, 간절함이 없는 학생들에게 공짜로 주어지는 선물은 무의미한 쓰레기나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절실함의 기다림이 덧없기까지 느껴지는, 기초반 학생 5명은 스토커처럼 계속 회유하고, 만나면서 간곡하게 부탁하면서 지도하고 있지만...


이제는 절실함의 기준으로 책을 주고, 코칭을 한다.

그렇다고 선을 긋지는 않는다. 먼저 내민 손을 절대로 놓지 않는다는 나의 원칙에 맞게 손을 내밀 때까지 무한정 기다리는 중이다. 안 기다리면 상처도 없지만, 그 기다림도 상처를 키워가는 감정노동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포기할 수 없다. 학생들에게도 내가 끝까지 기다리고 있다는 확신을 수시로 줘야 뒤늦게라도 용기를 낼 것이기 때문이다.


영어멘토링학습코칭을 신청하지 않았지만, 수업시간에 날 감동시킬 정도의 몰입을 하는 학생 한 명을 내가 먼저 불러서 고등학교 진학과 학습방법과 영어공부방향에 대해서 상담을 해주었다. 그러다가 내 멘토링 과정에 대한 마케팅이나 영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무료로 진행하는 과정이니 그런 억측이나 오해를 할 일은 없었을 것이지만 준비 안 된 아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지 않는다는 나의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라서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학생이 상담 중에 내 영어코스에 급관심을 가졌다. 일종의 마케팅 성공사례(?)일 수도 있겠지만, 그 순간 난 학생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청블리영어코스북이 준비되어 있지만 당장 줄 생각이 없다고. 

혼자 고민해 보고 정말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자발적으로 들면 내게 직접 와서 요청하라고...

일종의 간절함 테스트이기도 하고, 혹 없던 간절함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기도 했다. 간절함 예고편처럼... 그래야 교사가 주입한 간절함의 연료가 다하지 않고, 스스로 간절함의 연료를 채워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을 정하지 않은 오픈 결말이다. 그리고 무슨 결정을 하든 그 학생은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갈 것이다. 

교사가 아무리 자신의 교육방향에 자신이 있어도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자신감을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한 번씩 중고등학교 자녀를 둔 친구나 지인의 컨설팅을 해주기도 한다. 컨설팅 비용이 비싸다는 농담을 건네면서. 카페에서 만나면 아메리카노가 아닌 카페라떼를 마신다고ㅋㅋ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학생이 자발적으로 만날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부모님의 욕심이나 간절함을 아이에게 강제로 주입했을 경우 그 끝이 좋지 않았으니.


최근에 동료선생님 자녀가 중3이라서 컨설팅 가능하다고 말씀드렸더니, 아이가 원한다는 답을 전해왔다.

그래서 바로 계약서처럼 만나기 전에 절실함을 키울 사전 약속을 작성해서 전달했다.

선생님 만나기 전에 해야 할 공부방향과 습관 형성, 그리고 청블리 코스 입문까지...

그 학생에게도 이 사전 과정이 자신의 간절함을 채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혹 덜 채우게 되었더라도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그것조차 성장과 발전의 과정 중에 포함되는 것이니 시작을 안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시작을 해서 겪는 실제적인 어려움이나 혼란이 있다면 컨설팅을 통해 구체적인 해결방안이 나올 것이니 의미 있는 만남이 될 것이고.

그리고 그러다가 그 학생이 자발적으로 만나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 결정을 존중해 주면 되는 거다.


위에서 얘기했던 우리 학교 학생이 결국 나를 찾지 않는다면, 마음의 서운함은 있겠지만, 어떤 교육과정을 진행해도, 수업을 해도 그런 상처 나 아쉬움은 교사의 숙명이니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서 이런 상상까지 했다. 

블로그 이웃분들 중 원하시는 분의 컨설팅을 진행해 볼까 하는... 

무료로 일 회 실시하는 것이니 교사신분으로서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보고...

온라인 회의로도 진행이 가능하니 공간의 제약도 없을 것 같고...

그동안 학부모대상 학생 자기주도학습 온오프라인 강연을 한 것의 연장선이라고 봐도 될 것 같고...

그러나 신뢰와 친밀함 형성이라는 높은 문턱이 있고, 간절함이라는 단계를 넘어야 하는 과정을 생각하면 어려울 거라는 생각으로 그냥 상상에만 그쳤었다.

그보다 공식적으로 신청을 받았는데 아무도 반응하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과 소심함의 이유가 가장 크다.

혹 이웃분들 중 좋은 생각이 있으시면, 간절함과 절실함으로 댓글이나 블로그 안부글로 남겨주시길...




    동료선생님 아드님께 보낸 사전 계약서 (?) 일부  

안녕? 엄마 친구 청불리쌤이야. 우리의 만남 전, 몇 가지 사전 약속 사항을 일러두려 한다. 일단 혼자 시작해 보고 시행착오를 겪고 나면, 선생님을 만나서 자세하고 구체적인 공부 방향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

1) 국어 읽기 - 모든 공부의 가장 중요한 공부 내공

조금씩이라도 매일 읽을 수 있는 습관을 들여놓을 것. 일단 관심분야의 책을 보거나 짧은글 모음 등 어떤 글이든 상관없음

2) 수학 공부 - How에서 Why로 서서히 전환하기

스스로 납득될 때까지 늘 의문을 가지고 고민해서 볼 것. 왜 이런 공식이 나왔고, 왜 그 공식을 적용하는지에 대해 잠시 멈춰 생각할 것.

3) 영어 공부 – 고등학교 입학 전 취미와 힐링의 과목이 되도록 하기

청블리코스의 시작점부터 스스로 진행해 볼 것. 

자신있는 부분을 빨리 훑어보더라도, 단어와 문법을 처음부터 시작할 것.

단어 동영상강의 들으면서 정확한 발음 익히면서 시간 간격을 두고 반복해서 읽을 것(암기하려 하지 말고)


<영어공부 방법>

함께 준 진도표에 진도 체크해 가면서 학습. 선생님 만날 때 진도표 가져와야 함.

1. 중학교-고등학교 기본기 완성 청블리 코스 및 워크북 안내

3. 단어학습법

교재의 단어를 보거나 구글클래스룸에서 단어장만 따로 출력해서 가지고 다니면서 볼 것.

일정분량 학습 후 구글클래스룸 링크나, 청블리교재 QR로 온라인단어시험 응시할 것.


4. 온라인 학습 방법 : 정해진 요일과 시간이 없고 수시로 준비될 때마다 단어 시험응시하면서 진도체크하기

① 각자 수준에 맞게 단어 학습 – 단위 학습 끝낼 때마다 각자 단어시험

0단계 550개는 110개씩(한 페이지), 1단계 1300개는 55개씩(반 페이지) 시험 응시

구글클래스룸 – 수업 – 단어시험 - 해당차시 각자 시험(우리말에 해당되는 단어 골라서 입력 후 제출클릭)

- 주 1회 시험이 원칙이지만 0단계 550개가 너무 쉬운 사람들은 더 자주, 더 빨리 진행해도 됨

② 수준에 맞는 동영상 강의 수강 – 수강 후 진도표에 표시할 것

- 동영상강의 수준과 진도는 자신의 역량껏 결정함. 수강시간도 자율적으로 정함.


5. 워크북 인강 안내(순서)

1) 1센치 영문법  

    중학교 기본영문법 총정리(핵심내용만) / 이것만 제대로 학습해도 중학교 문법수업 완벽 이해 가능  

    인강으로 대략적인 설명 듣고 - Check Up은 혼자서 해 보기  

    Level Up, Wrap Up 문제는 Check Up위주로 끝까지 본 다음 두 번째, 세 번째 다시 볼 때 풀기  


2) 빠바 및 천일문 기본  

    청블리 영문법 강의 수강 후 빠바 문법 부분만 학습  

    백일문 Basic 강의 수강 후 천일문 기본 학습  


5. 구체적 지침   

    매일 각자 수준에 맞는 단어목록 정하여 시간 간격을 두고 반복해서 읽기 /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멘토링 온라인 시험을 응시하며 점검하기  

    새로운 단어 목록을 읽으면서 어제 목록 다시 읽어보기 / 자투리 시간 활용해서 영어단어 읽는 습관 들이기. 시키지 않아도 그렇게 해보기.  

    영어문법 학습을 조금씩이라도 매일 하기 / 청블리영문법 동영상강의를 기준으로 해서, 어려우면 1센치 영문법 복습 및 기본단어부터 더 꾸준히 하기.  

    청블리영문법 완강 후 100% 이해가 아니라도 백일문 구문독해에서 문법개념이 반복되니 다음 진도나가기.  

    문법을 더 확실히 하고 싶다면 백일문 전에 빠바 기초세우기 강의를 들으면서 교재를 혼자 힘으로 도전해보기.  

    백일문은 혼자서 먼저 해석해 본 후 동영상강의로 확인하기 / 백일문 수준을 높여가면서 학습하기. 평소 단어공부를 꾸준히 한 것만큼 백일문 이해도가 올라감.  

    백일문 중급수준 정도 끝나면 천일문 기본 자습 권장.   

    천일문 기본 수준 이후에는 학원에서도 많이 하는 어법끝 스타트 정도의 어법문제를 다루면 되고, 블리텐어법포인트로 마무리하면 됨.  

    이 정도 과정을 겨울방학까지 끝내면 고등학교 수업 이해, 내신 대비 및 모의고사 적응력을 높이는 기본기는 완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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