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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블리쌤 Sep 08. 2023

내가 학생활동중심 수업을?

<최근 수업 방식>

수업방향  

    교과서 핵심 어휘와 문법 강의식 수업으로 진행  

    내신시험 기본 내용과 심화수준을 구분해서 수업하고, 심화수준 수업내용은 블로그에서 복습하도록 함 

    암기를 최소화하고, 학생의 관심과 흥미 등의 schema에 맞추어 수업 내용 구성  

    교과서 본문 분석 및 해석 수업은 화면 녹화로 동영상강의를 준비해서 예습, 복습, 시험대비용으로 활용(플립러닝)  

    교과서 본문 분석 및 교과서 어휘 정리, 동영상강의 링크와 QR코드를 학습지로 제작해서 배부  



교과서 본문 본 수업(학생활동중심)  

    본수업 10-15분 정도 시간 동안 일정 분량의 교과서 본문 협력학습  

    협력학습하는 동안 칠판에 해당 분량 교과서 본문 문장 적어두기  

    번호추첨 프로그램으로 학생추첨하여 개별 발표  

    개별발표 내용 : S, V, O, C, 수식 표시 후 단어의 의미 및 역할을 분석하여 해석 및 문장 설명  

    자신 없어도 일단 앞으로 나와서 최선을 다한 후 부족한 부분은 다음 학생이 보완함  

    발표 후 다음 학생 추첨   

    설명이 부족하거나 해석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교사가 질문으로 설명 유도함  

    목표분량 개별 발표 종료 후 교사가 피드백하고 정리하며 다시 설명함  

    부족한 부분은 교사의 동영상강의를 수시로 들을 수 있도록 안내  

    반에 따라서는 개별발표 전 단어목록 돌아가면서 발음 시키고, 단어 학습 시간을 준 후 간단한 구두 단어테스트 실시하기도 함  


<교과서 본문 동영상강의 및 어휘문법 정리 자료>

https://blog.naver.com/chungvelysam/223200194055


<실시 후 소감>

평소에는 개성이 폭발하지만, 유독 내가 진지하게 수업에 몰입하면 급조용해지는 학반에서 수업을 마치자 아이들이 뿌듯한 표정으로 아무도 안 잤다고 내게 자랑하듯 얘기했다. 

수업시간에 잠을 안 자는 것이 당연할 것인데, 잠을 자는 학생을 억지로 깨울 수 없어 이젠 모두가 깨어 있는 것이 신기한 세상이 된 시대다. 휴식권이라는 학생인권이 신장(?)되었기 때문이다.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이 있다면 학생 탓이 아니라 수업을 제대로 못하는 교사의 탓이라는 자책을 하면서 지내던 시절이 있었다. 실제로 거의 자는 학생들 없이 모두가 몰입했던 교육특구 학교에서의 황홀한 기억은 자는 학생들을 마주하게 될 때 나의 마지막 자존감을 지켜주는 마지막 카드처럼 느껴진다. 물론 교육특구는 학원에 더 의지하는 경향이 있으니 학생들의 몰입과 집중이 거저 보장되지는 않는다. 수업할 때 매 순간 검증받는 느낌이라서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하고 매 순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그런 몰입과 집중과 노력으로 나도 그 기간 교사로서 많이 성장했음에 감사하다.



랜덤하게 발표자를 추첨하는 것 자체가 벌써 잠을 깨우는 긴장감을 가져온다. 약간의 설렘(?)도 공존한다. 추첨 후 반 분위기에 따라 탄식과 환호 등 다양한 반응이 폭발한다.



단어목록을 주고 돌아가면서 단어를 읽도록 시키는 것도 묘한 긴장감 속에서 재미있게 발음을 익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젊은 시절 "너너테스트"라는 별칭으로 수업 시작 직후 예습 단어를 구두테스트했었다. 틀린 사람들은 벌칙을 받고, 한 번 더 기회를 줘서 틀리면 두 배의 벌칙을 받는 소위 "찬스"제도도 있었다. 틀린 사람들은 그다음 시간 되기 전에 개별적으로 나를 찾아와서 재시를 치도록 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싫어하면서도 그런 긴장감을 즐겼다. 그리고 분명 효과도 있었다.



모든 학생들이 다 완벽하게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서 거의 모든 학생들이 다 한 번씩 학생들 앞에 설 기회를 갖게 되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

학생들에게 고등학교 가서 어떤 식으로든 나댈 정도로 적극적으로 발표하는 것이 교과세특에 도움이 될 거라고 동기유발을 시키기도 했다.

완벽하게 해석하고 분석하는 것보다 약간의 어색함이나 틀림이나 엉뚱함에 학생들은 웃음으로 반응했다. 그것이 비웃음이 아니라 자신들도 다 틀릴 수 있다는 격려의 소리처럼 들릴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분위기는 무겁지 않았다.

유독 분위기를 들뜨게 하고 웃음을 더 자아내는 친구들도 있었다. 나 혼자 떠들 때는 절대 발굴하지 못했을 인재(?)들이다.



개별 분석 발표를 시켜보니... 분명 해석은 정확하게 했는데 각 단어의 역할을 제대로 모르는 학생들이 많았다. 해석은 감으로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니. 특히 중학교 수준이라면 더욱 그러했다.

혼자 공부할 때에도 이렇게 하라는 하나의 모델로 아이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모든 단어의 의미와 역할이 맥락에서 납득이 되도록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계속 강조한다.

개별 발표를 시켜보니 학생들이 어느 대목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실감 나게 확인할 수 있어서 학생들의 수준과 답답함을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수업의 체계가 부족하고, 산만한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학생들은 의외로 각자의 발표를 존중하며 경청하고 반응했다. 그게 자신의 모습이 될 수도 있으니, 실수에 너그럽고, 훌륭한 발표에 격려의 박수도 보냈다.



진도를 제대로 나가야 하고, 내가 다 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데서 자유로운 것은 표준화된 것 같은 동영상강의를 준비해서 원하는 학생들이 언제든 보면서 활용할 수 있는 flipped learning 같은 체계를 갖추어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정답만 주입되는 것보다 학생 각자의 오류나 실수와 부족함을 통해서 아이들은 더 큰 배움이 일어날 거라 믿고 싶다. 



고등학교에서는 세특에 관련된 활동 외에는 교사 혼자 진도 나가기도 늘 바쁘고 빠듯했지만, 중학교이기 때문에 이런 활동이 가능할 거라는 생각도 든다.



학교 사정 상 2학기부터는 원어민 수업이 편성되지 않아 미드를 조금씩 보여주면서 구어영어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가르쳐 줄 수 있는 분량은 미약하지만, 거기서 파생된 흥미의 파동과 확장을 기대한다.



서로 웃을 일이 많아서 즐겁다. 물론 내가 더 집중적으로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아쉬움은 늘 마음의 짐처럼 자리하고 있지만, 나와 함께 자발적인 학습을 이어갈 학생들에게는 내 영어멘토링 과정을 늘 열어 두었다는 것으로 그 짐은 내려 놓으려 한다.



나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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