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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블리쌤 Sep 11. 2023

후회 없는 선택의 본질

후회 안 할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후회 안 할 선택을 사는 것이다.​


정답 같은 선택은 없다. 적어도 선택의 순간에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어린 시절 야구 중계를 보면서 늘 듣던 말은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는 결과론적인 이야기였다. 해설자는 자신의 예측대로 되었을 때만 열을 냈다. 자기가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냐고 하면서... 그러나 자신의 예상이 틀릴 때는 책임지는 듯한 발언은 전혀 없었다.



머피의 법칙이 성립하는 것은 잘 되었을 때의 대부분의 기억은 잊히고, 잘 안될 때만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변수를 통제할 수 없다면 본질에만 집중하면 된다.



아내와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다가 대학생 찬양단의 젊음을 보고, 문득 함께 지냈던 날들을 떠올렸다. 대학 졸업하자마자 그 해에 처음 만나서 그 다음 해에 결혼을 했고, 반평생을 그렇게 동반자로 지내왔다는 세월의 흐름이 믿기지 않았다. 매 순간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흘려보내지 않았다면 영원 같은 시간일 것만 같았다.



나의 선택이 아내가 아닌 상상을 해본 적은 없다. 물론 내게 다른 옵션과 기회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내 삶은 달라졌겠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다른 선택을 할 마음은 전혀 없다.


어차피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서가 아니라, 선택이 결단과 함께 나의 삶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선택은 결단으로부터 삶으로 이어진다. 양다리가 아닌 전인격적으로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선택 후 가장 어리석은 것은 뒤돌아 보는 것이다.



중3 학생들은 고등학교 선택이 자신의 인생을 바꿀 것이라 믿는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 고등학교를 갔기 때문에 바뀐 것이 아니라, 그 고등학교에서 자신이 살아가는 삶으로 스스로 바꿔가는 것이다.


애초에 고등학교 선택 자체가 중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모든 장점만 다 가진 선택지 따위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선택장애가 오는 것은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손에 쥔 것을 놓아야 새로운 것을 잡을 수 있다.



문학과 읽기, 글쓰기에 탁월한 존경하는 선배님을 만났다. 선택에 대한 질문에 <생각한다는 착각>이라는 책을 인용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생각을 많이 하고 선택한 것 같지만, 그 당시 충동에 의해 선택한 경우가 많다고. 그런데 그 이후에 선택의 이유를 갖다 붙이는 거라고. 사실 그래야 마음이 편해지고, 합리화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안나 카레니나가 기차에 몸을 던진 것을 두고 사람들은 평소 고뇌와 고민이 차올라서 내린 결정이라고 해석하기도 하지만, 평소 고민을 했더라도, 그 선택의 경계는 왔다갔다 하면서 확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을 것이고, 다만 그 순간에 충동으로 그냥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그 순간 5분만 행동을 하지 않고 지나갔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거라고.


늘 49대 51을 반복하다가 사소해 보이는 자극이나 변수에 선택을 하는 거라고.



옆에 계시던 선배 선생님은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이미 그걸 선택하려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삶에서 나온 체험을 말씀하셨다. 자신은 아직도 명퇴를 고민조차 하고 있지 않으니까. 명퇴를 하는 많은 선생님들은 건강이라는 요인과 학부모나 학생으로부터 받은 상처 때문인 경우가 많았다는 이야기를 덧붙이면서.


그러고 보니 학교에서 학생들이 보충수업이나, 야자를 빼도 되겠냐고 선생님을 찾아올 때는 이미 마음은 학교를 떠나기로 결정해 놓은 상태였다. 도망자가 되지 않기 위한 절차만 남았을 뿐.



그렇다면 우리의 선택은 오래 생각했다는 착각으로만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적어도 선택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치열한 노력을 했다는 생각이 잘못된 선택에 대한 책임을 다소 덜어줄 것이니까.


어쨌거나 선택을 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라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 이제부터는 정답처럼 만드는 사후 노력이 중요한 것이다.



선택에 대한 선배님의 깊은 사유와 시각에 감탄을 표했다.


이 글의 초고를 쓴 상태에서 선배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선택에 대한 나의 생각이 아직 깊이가 없다는 걸 느끼고는 내가 해온 글쓰기가 부끄러워졌다. 나름 보급형 글쓰기라고 합리화하며 지속해왔지만, 그래도 그런 높은 수준으로 다가가기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으로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쓰기로 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아직은 증명할 길이 없지만, 열린 마음으로 보고 듣고 읽으며 그냥 매 순간 하나씩 만들어가며 성장하는 것이라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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