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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블리쌤 Sep 12. 2023

교사의 멘토, 학생

2003년 경덕여자고등학교에서 고3 담임을 할 때 학생이 익명으로 전해 준 글.

고3 학생이 나의 교사 멘토가 된 것처럼 내게 교사로서의 역할과 방향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어도 전율이 흐른다. 

난 이 학생이 관찰했던 내 모습을 세월의 흐름을 넘어서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지, 더 적극적인 성장을 이루었는지 돌아보았다.

글을 받을 당시의 감동을 잊을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 울림은 여전하다. 

나를 진짜 교사로 봐주었고, 나의 세세한 교육활동 하나하나까지도 소중하게 반응했다는 증거가 되는 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교사는 스스로 성장을 다 이뤄서 학생 앞에 서는 것이 아니라, 학생으로 인해 계속 성장한다.

학생들의 이런 신뢰가 없다면 교사들이 설자리는 없다. 신뢰 없이 서 있다면 그곳은 황량할 것이고, 인간적인 교류 없이 서로에게 그 어떤 긍정적인 영향도 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운 좋게도 대부분의 순간에 나를 신뢰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을 만나는 축복을 누렸다. 요즘 들어 그 축복이 이렇게 죄스럽고 미안할 수가 없다. 

교사들은 알고 있다. 극소수의 학부모가 어떻게 학생들과의 소중한 만남을 단절시키는지...

교권보장은 교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수업권과 삶을 배워 성장할 권리를 보장하는 일이다.

그래서 교사들은 그럼에도 그 자리를 지킨다.

때로는 이렇게 교사를 신뢰하고 교사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단 한 명의 학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하다. 

이 학생이 전하는 메시지가 진심을 다해 학생들을 만나는 선생님들께도 전해드리는 신뢰의 메시지로 울리길 기대하며...

  

    학생들 한 사람 한 사람 알아주고 신경 써 주는 선생님  


    선생님들에 대한 불신들이 조금이나마 없어지게 해 주는 선생님  


    학생들을 얕보고 무시하지 않고 학생들을 이해하려 하시고 학생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려 노력하는 선생님  


    학생들 앞에서 때론 홍당무가 되고 부끄러워하시는 선생님  


    다른 쌤(?)들과는 다른 선생님  


    학생들을 사랑하시는 그런 마음이 느껴지는 선생님  


    친구처럼 늘 편하게 대해 주고 거리감이 없는 선생님  


    그 과목을 좋아하게 만들어 주는 선생님  


    수업 열심히 하는 선생님  


    웃으면서 즐겁게 수업할 수 있게 하는 선생님  


    해맑은 웃음과 꾸밈없는 모습을 지닌 선생님  


    답답한 마음에서 하는 말을 무조건 들어줄 수 있는 선생님  


    첫인상과 외모와 관계없이 자상하고 친절한 답을 해줄 수 있는 선생님  


    늘 자신을 돌아보며 학생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며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려고 노력하는 선생님  


    인간적이면서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선생님  


    존재 자체가 학생들에게 큰 의미가 되는 선생님  


    지식 전달만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 주시는 선생님  


    일상적인 얘기 하나하나에서도 삶을 배우고 또한 사회를 배우게 하는 선생님  


    고3 괴롭고 고된 생활 중에서도 즐거움이 되어 주는 선생님  


    늘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하며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선생님  


    학생들의 본보기가 되어 주는 선생님  


    학생들을 신경 써주고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선생님  


    그런 모습이 늘 변함없는 한결같은 선생님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뒤돌아 봤을 때에도 자신이 걸어온 길에서 선생님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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