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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지혜 - 김경일

by 청블리쌤

교수님의 <적정한 삶>에 이어 <마음의 지혜>라는 이 책도 좋았다.

그러나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임에는 틀림없었지만 중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많은 관문을 넘어야 하는 느낌이었다. 도끼로 찍는 임팩트 있는 구절을 울창한 글의 숲에 숨겨놓은 것 같아서 다소 지루한 느낌마저 들었다.

교수님의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더 많으니 그런 느낌은 나의 교만함 때문이겠지만, 어쨌거나 나의 글과 나의 티칭을 돌아보았다.

나의 말과 글은 너무 장황하지 않은지, 궁금하지도 않은 내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는 건 아니지...


지난번 교육대학원 특강 후 응원해 주셨던 학년 담임선생님들께 이렇게 메시지를 보냈다.

"선생님들 응원 덕분에 어제 잘 다녀왔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특강 후 커피 대신 맛없는 제 블로그 후기 공유합니다ㅋㅋ "

출근하자마자 짝꿍쌤이 앞으로 짧게 요약해서 올릴 거 아니면 공유하지 말라고 막 뭐라고 하셨다. 누님들 눈도 침침한데 그렇게 긴 글을 보라고 한다면서ㅋㅋ

그러고 보니 글이 너무 길었다. 지금의 글처럼ㅠㅠ

짧게 쓰는 것이 부쩍 더 어렵게 느껴지는 요즘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하나 더 생긴 거다.


책의 내용 중 두 부분만 나누려 한다.


<비교로 오는 불행>

만족의 감정은 그 대상 자체에서 나오고, 불행은 다른 것과 격차로 느낀다.

절대평가와 상대평가의 차이다. 상대평가는 비교를 전제로 하고, 그 비교에서 불행을 느낀다. 그러나 비교우위의 경쟁력 없이 생존하기 힘든 세상이다.


이런 생각이 혹 대안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언젠가 학부모 강의할 때 이런 메시지를 전했던 적이 있다.


걱정과 불안은 과연 현실이 될까요?

부모님들의 가장 큰 걱정은 비교로 얻게 되는 자녀 성적에 대한 걱정이겠죠.. 그러나 꼭 기억해야 할 것은 남들과 비교하는 그 성적은 내 아이의 것이 아니거나, 나중을 기약하더라도 지금 당장은 아니거나, 둘 중의 하나라는 것입니다.


출발점과 속도의 다름을 인정하면 혹 비교를 하더라도 불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심리학적 완벽주의>

심리학적으로 완벽주의는 ‘일의 실수가 있음을 용납하지 않는 주의’다.
즉, 완벽주의자들은 본인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숨기고 사는 사람이며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다.
심리학에서는 지나치게 엄격한 부모가 자녀를 완벽주의자로 만든다고 분석한다. 자신의 약점을 절대로 드러내려 하지 않으니 개선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칭찬을 남발하는 경우 나르시시즘의 위험이 있다. 자기애가 너무 강한 것이다. 자신을 드높이기 위해 남을 깎아내리기도 한다.
번아웃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내 안의 완벽주의와 싸워야 한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알고, 모르는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누구도 완벽에 이를 수는 없다.

대학생인 큰 딸이 성격검사를 하는데 완벽 항목이 거의 최저라고 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해주었다. 완벽주의자로 살았던 긴 인생의 경험을 통해 딸에게 해줄 수 있었던 격려였다.


완벽은 현실이 아니니, 넌 그런 현실 인식을 하고 있는 거다. 완벽에 도달할 수 없다는 현실 인식에서부터 완벽을 지향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지.

오히려 불완전함에 대한 냉철한 의식이 너를 계속 성장시킬 거다.

아빠는 완벽주의자로 살았지만 뭐 하나 완벽을 이룬 건 없잖니. 늘 "not enough"라는 자격 없는 듯한 낮은 자존감으로 힘겹게 살았을 뿐, 그저 내 한계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너의 고3 좌우명처럼 “행복할 만큼만”이라는 한 걸음의 의미를 부여했다면 오히려 더 큰 성취에 도달했을지도. 혹 그렇지 않았더라도 마음의 부담과 짐은 덜어놓고 매 순간 더 큰 행복을 누리며 살았겠지.

너는 아빠의 반대편에서 의식적으로 약간의 방향 설정에만 애쓰면 더 좋을 것 같기는 하구나.

그 자체로 성공과 실패, 우위와 열등을 논할 수는 없을 것 같으니, 성격 검사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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