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수업에 들어가지 않는 2학년에 갑자기 보강이 잡혀서, 즉석에서 질문을 작성하고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 평소 수업시간에 주기별로 한 번씩 실시한다. 손들고 질문하라고 하면 극소수의 학생들만 반응을 하니, 이런 익명의 질문도 의미가 있다. 그리고 또래 학생들의 질문이므로 대개는 공감하면서 듣고, 엉뚱한 질문이 있으면 함께 웃을 수 있으니 어떤 질문이든 제한을 둘 필요는 없다.
교사 연수를 할 때도 슬라이도를 활용하여 즉석에서 익명 질문을 받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 솔직하게 누구라도 질문할 수 있게 문턱을 낮춰 놓았기 때문이다.
나를 처음 본 학생들이었음에도 중2답게 엉뚱한 질문도 꽤 있었다. 궁금하지 않으면서도 질문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하는 아이들의 심리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뭐 이런 질문을 하냐고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진지하게 대답해주려 애썼고, 전체 학생들의 질문을 시간 내에 다 답변하려고 간략하게 답변했다.
그중 몇 가지만 정리하려 한다. 질문 순서는 걷어 온 순서대로...
공부를 지금 시작하면 늦나요?
(늦었냐고 묻는 건 늦지 않았다는 말에 안심하거나, 늦었다는 말에 마음 편하게 체념하고 싶은 심리가 포함되어 있다. 막연한 희망을 주는 일은 옳지 않다. 객관적으로 늦은 것도 틀리지 않으니, 늦다고 대답을 하면서도 주의할 것은 체념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늦었다는 것은 곧 더 절실한 상황이며 더 치열하게 해야한다는 의미이니, 아직 희망은 있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좀 늦었단다. 특히 이제까지 독서량이 축적되지 않은 학생이라면 더 많이 늦었다. 일단 교육특구에 비해서 공부량과 수준 차이가 나는데... 학원 많이 다닌다고 무조건 다 효율이 높은 것은 아니니까 지금부터라도 효율적이고 올바른 방법으로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뭐든 필요하다 싶을 때 하면 늦었을 때란다. 그 늦었다는 의미는 불가능이 아니라, 좀 더 힘든 과정을 더 겪어야 한다는 의미인 거지.
지금은 본게임을 제대로 하기 위한 준비가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문해력이다. 의도적으로 우리말로 된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 일단 재미있는 것부터 꾸준히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리고 자기 수준에 맞는 것부터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습관의 영역을 넓히는 일이다.
선행보다 쉽고 감당할 수 있는 기본기부터 꾸준하게.
늦었다는 건 더 이상 미뤄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만 받아들이렴. 그렇다고 조급하게 너무 서두르거나 한 번에 많은 양을 하려고 하면 바로 좌절하게 되니, 일단 시작부터 해 보렴.
늦었다는 건 절실함으로 치열하게 해야한다는 현실인식이어야 하는 거란다.
시험기간 공부 순서?
한 과목 다 끝내고 다음 거를 하려니 순서 정하기가 어려운 거다.
일단 예습하고 열심히 수업 듣고 복습까지 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은 시험 때 오히려 더 여유가 있단다. 부족함을 많이 느낄수록 몇 주 일찍 시작하렴. N회독의 방법으로 시간 간격을 두고 반복해서 읽고 망각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을 권한다.
특히 암기에 자신이 없다면 그런 방법이 더 필요하다.
삶이 힘들 땐 무엇을 하셨나요?
중2가 하기에 가슴 아픈 질문이네. 기도했단다.
공부효율을 어떻게 높일 수 있나요?
당장 공부효율을 높일 방법은 없다. 시작은 초라하고 비효율적인 것이 당연한 거고, 금방 효율을 기대하기 어렵다. 어쩌다 보니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것이 진짜다.
다른 과목에 비해 영어, 수학 성적이 안 나와서 고민
영어, 수학은 암기만으로 해결이 안 되고, 단계별로 해야 하고, 성과를 확인할 때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문턱이 높은 거란다. 그만큼 인내와 꾸준함이 필요하기도 하고.
그 대신 선행보다 잘 안되는 것을 찾아 복습하는 것 위주로 시작해야 함을 인정해야 한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과 분량부터 조금씩 분량을 늘려 가렴.
자신의 공부실력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중학교 때는 제대로 알 방법이 없다. 학교 내신에도 어느 정도는 노력이나 공부력이 표출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고등학교 가서의 성적이나 대입 준비에 유의미한 결과를 예측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점수로 수치화되기 전에, 낯선 글을 읽고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지, 수학 진도를 잘 따라가며 이해가 되는지, 영어 문장의 모든 단어의 의미와 역할이 다 납득이 되는지의 여부를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자기 점검이 필요하다.
당장 고등학교 모의고사를 풀어보면서 그 점수로 주눅 들거나 우쭐할 이유는 절대로 없다.
학교 다니기 싫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일단 다니면서 찾아본다. 공부할 이유를 찾고 나서 공부를 시작한다면, 평생 시작도 못할 것이고 시작한다고 해도 그땐 너무 늦을 것이니.
직장 다니기 싫다고 안 가면 먹고 살 수가 없잖니.
때론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는 걸 배우는 것도 교육이란다. 절제와 성장이고.
중학교, 고등학교의 영어 차이점
시험 범위의 차이. 고등학교 문법과 어휘는 거의 전범위라고 봐야 하고, 시험범위 자체가 몇 십배다.
단어수준이 올라갈 뿐 아니라 문장과 지문이 길어진다.
추상적이고 학구적인 내용이 나와서 우리말 문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상식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해석 내공이 필요하다.
짝사랑하는 사람과 친해지는 방법
너의 노력보다 짝사랑 받는 사람에게 달린 일이 아닐지
미래에 가장 가치가 높은 직업은?
너에게 가장 맞고 어울리는 직업
수도권 집값이 계속 올라갈까요?
지방거점대학 입결이 계속 추락하는 건 인서울에 대한 경향이 반영되기 때문이고, 그런 수요가 있다면 집값이 떨어질 리는 없겠지.
전기차가 친환경적이라는데 혹시나 폭발할까 봐 고민입니다.
그럴 수도 있지. 살아가는 건 늘 정말 낮은 확률이라도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전기차가 아니라고 완벽하게 안전한 건 아니니, 선택의 문제겠지.
빨리 암기하는 방법
빨리 암기할 방법은 없다. 최선의 방법은 잠시 멈춰서 왜 그런지 이유를 생각해서 이해를 하면서 암기를 최소화하는 거다. 빨리 암기하기보다 시간을 길게 잡고 반복해서 읽을 것을 추천한다. 그러다 보면 이해가 되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 머리에 자리 잡는다.
영어학원에서 단어를 하루 만에 외워야 하는데, 하루 만에 외는 게 어려워요. 어떻게 외워요?
억지로 단어를 암기하면 의미보다, 몇 페이지 몇 번째 단어라는 위치 기억만 저장된다. 학원 숙제를 내일 당장 요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니 미리 시작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해서 읽어보렴. 망각은 암기의 필수 과정이다.
꿈이 교사인데 부모님이 반대하세요.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요?
너의 성적을 올리도록 계속 애써보고, 상황이 좋아진다는 희망을 품으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만 할 절실함을 부모님도 이해하고 공감하실 수 있도록 평소에 감동할 정도로 열심히 노력해 보렴. 너의 꿈이니...
의사를 원하시는데 평균 95점은 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시고, 이룬 후에는 기준치가 더 올라갈 것 같아 답답합니다.
중학교에서 그 정도 성적도 안 받고 고등학교에서 더 잘할 수 없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니 합리적인 말씀이긴 하단다.
현실적으로 의대를 가려면 수학 진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물론 선행도 어느 정도는 다 되어야 하고, 고입 전, 영어는 수능을 감당할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 하고, 문해력을 갖추어서 어떤 어려운 글이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할 거란다.
목표가 그렇더라도, 출발점은 너 자신의 것이어야 하니 기본부터 시작하렴. 절실한 만큼 더 열심히 하겠지.
그러나 결국 너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지를 꼭 고민해야 한다.
친구가 돈을 빌렸어요. 어떻게 받아야 하나요?
친구에게는 애초에 돈을 빌려주는 게 아니란다. 우정을 잃거나 돈을 잃거나 하는 거지. 방법은 나도 모르겠구나. 잘 얘기해보렴.
고등학교 등록금이 있나요? 학교마다 다른가요?
고등학교도 무상교육이 되었단다. 단, 자사고는 학비가 비싸단다. 학교마다 다르니 확인이 필요하겠네.
1,2학년 중간, 기말 성적이 평균보다 너무 낮은데 일반 고등학교 갈 수 있나요?
1학년 내신 20%, 2학년 30%, 3학년 50% 반영이니 아직 판단하기 이르단다. 2학기 기말고사도 남았잖니. 일반고 컷은 매년 다르고, 최근에는 76%-80% 초반 선에서 형성이 되었단다.
끝까지 해보렴.
좋아했던 애를 잊는 법 알려주세요.
이별에는 아픔과 눈물 할당량이 있는 거란다.
많이 좋아했을수록, 진심이었을수록 그 애도기간은 길어진다. 그걸 단축할 비결은 없단다.
그저 슬퍼하고 눈물 흘리렴. 행복했던 시간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일 수도 있으니, 이후의 사랑을 망설이지는 말고.
바뀐 입시 대비
자세한 건 여기서...
https://blog.naver.com/chungvelysam/223235298062
시간이 없어서 핵심만 얘기하면
내신 성적이 5등급이 된다. 4%에서 10%로 넓어져서 1등급의 문턱이 낮아졌지만,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닌 데다가, 원래 2등급인 11%에 근접하는 위치라서 만만하게 얻어낼 수준은 아님도 기억해야 하고(2등급 안에 들면 서울의 주요 대학을 도전할 수 있는 수준임), 혹 의대를 포함해서 최상위권 대학을 노릴 경우 2등급 과목이 생기게 되면 이전의 2등급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타격이 크기 때문에 보다 확실한 대비가 필요할 수 있다.
지방대 진학이 가능한 2, 3등급의 경우 이전보다 덜 촘촘한 내신성적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이 늘어나거나, 교과전형에도 학생부종합전형 요소가 가미될 수 있다.
의대를 노릴 경우 대학별 고사의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수능의 경우는 선택과목이 없어지는 대신, 공통과목이 강화되었고, 문이과가 완전 통합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시험대비를 해야 한다. 특히 수학은 내신도 수능도 함께 응시를 하며 등급이 나오므로, 문과라고 수학을 덜 해도 된다는 등의 안일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문이과 상관없이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응시해야 하는데, 의외로 만만한 범위가 아니다. 경제, 정치, 법 등도 포함되고, 물리, 화학 등도 모두가 다 해야 하기 때문이다.
융합 문제가 나오면 단순 암기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니, 중학교 때부터 사회, 과학 수업에 몰입해서, 수업 후 호기심을 확장하는 개별 활동이 이뤄지도록 애쓰는 게 좋다.
선택과목이 없어져도 변별도는 여전히 유지될 것이니 평소 꾸준한 실력을 쌓아놓는 것이 중요하다.
어쨌거나 여전히 대입경쟁이 남아 있는데 내신이나 수능을 완화한다고 해서 모두가 편안하게 입학할 길이 열리는 것이 아니니, 어쨌거나 열심히 공부한 사람들이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본질을 기억해야 한다.
단, 효율성과 방향성이 중요하니까... 기말 끝나고 혹 학습코칭 받고 싶으면 3학년 교무실로 찾아오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