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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고등학생 스마트폰 없애야 하나?

by 청블리쌤

우리학교에 최상위권 학생 중 한 명이 질문했다.

고등학생이 되면 스마트폰을 없애는게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스마트폰은 모든 집중력의 주적이다.


활자세대가 아닌 어린 세대는 그나마 짧은 영상에 무한대로 노출되면서 '팝콘 브레인'이 된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활자로 된 글을 읽는 것이 어색하고 어려워져서, 역설적으로 문해력을 키우는 게 이제는 최고의 경쟁력이 되었다.


스마트폰은 멀리할수록 좋다.


교육특구 고등학교에서 의대를 가는 최상위권 학생들 중 많은 학생들은 통화와 문자만 가능한 피처폰을 썼다.


평소에는 태블릿으로 SNS를 시간제한을 두고 허용하긴 했지만, 수능 끝나고 스마트폰을 해주었던 큰딸은 진짜 공부를 해야할 때는 피처폰도 집에 두고 갔다.


플래너 검사를 하다보면 주말 내내 스마트폰 때문에 공부를 하나도 못했다고, 다음 주에는 이길 거라는 다짐을 적었길래... 내가 그랬다.


스마트폰과 부디 맞짱뜨지 말라고. 너가 의지가 박약한 것이 아니라 그 누구도 스마트폰과 맞짱떠서 이길 수는 없다고...


가장 좋은 방법은 싸우지 않는 것이다. 나름의 원칙과 규칙을 만들어서 공부할 시간에는 스마트폰을 격리시키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스마트폰을 아예 없애는 것이 최선이지만, 스마트폰 없이는 생활이 안 된다는 것이 문제다.


교육특구 의대진학 학생들의 사례는 2010년대 이야기다.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학교 생활에서 특히 코로나 이후로 단톡방, 공지사항 등의 전달도 스마트폰으로 이뤄지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시험범위 등의 공지도 SNS상으로 이뤄지거나 학생들이 스마트폰으로 찍어가는 분위기다. 공부의 적이긴 하지만, 공부하는데 필요한 도구가 되었기 때문에 완벽하게 분리해내기가 어렵다.


그전에는 본인의 의지로 스마트폰을 안 할 것을 선택할 자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시대나 환경이나 여건 등이 스마트폰을 강요하는 듯한 분위기여서 사실 스마트폰을 써야할지 고민이 필요 없을 정도다.


스마트폰과의 동행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차피 절제를 배우는 것은 피하는 것만으로는 키워지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옆에 두고 공부하기는 어렵다는 사실과 맞짱떠서 이길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서 현실을 인정하면 오히려 싸움을 피하는 방법으로 절제를 배울 수 있다. 일정한 시간과 환경에서는 스마트폰을 어딘가에 격리시켜두거나 자존심은 좀 상하지만 부모님께 맡긴다거나, 스크린 타임을 걸어 놓는 등의 여러 방법들을 어떻게든 동원해야 한다.


대학을 가서도 스마트폰과의 싸움은 계속될 것이며, 평생의 과제이기 때문에 스마트폰으로 인해 좌절하고 넘어져도 포기하지 않고 관리하는 방법을 스스로 훈련해야 할 것이다.


스마트폰과 피처폰 중간에 공신폰이라는 개념도 등장했다. 스마트폰처럼 생겼고 사진도 찍을 수 있지만,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특히 강제로 공신폰을 하게 되었을 때 그 애매한 포지션에 오히려 더 기분 나빠하기도 한다.


세상의 모든 일은 완벽한 무대처럼 세팅되지 않는다. 유혹, 게으름과 싸워야 하며, 절제와 성실함의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오히려 집중을 방해하는 그런 요인들이 절실함을 더 키워주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쉽게 굴복할 일이 아니지만, 매번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끝까지 용기를 잃지 않고 그 싸움을 계속할 수 있다. 우리 삶에는 그런 긴장감과 갈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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