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 교사의 자세

by 청블리쌤

고등학교 졸업 후 만난 책이다. 교사의 꿈을 키우는 내게 어떤 교사가 될 것인지 고민하게 해준 책이었다. 반복해서 읽었고, 원서로도 읽었다. 원서 내용 일부를 발췌해서 수업 지문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진심과 사랑과 나눔과 감동에 대한 이야기였으며, 무엇보다 더 강력한 것은 저자인 버스카글리아교수의 삶 자체의 가르침이라는 사실이었다.

그 삶도 완벽함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감정에 충실한 인간적 성장의 모형이었다. 진심이 닿는 곳에 교감과 상호 성장이 일어나기 시작한다는 것도 교육현장에서 체험하기 전 책으로 먼저 배운 셈이다.


얼마 전 그 책을 다시 집어 들었다.

그때의 감동이 되살아났다. 어쩌면 나의 교직관의 일부는 이 책에 큰 빚을 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 교사에 관련된 인용구 몇 개와 저자의 생각 한 부분만 소개한다. 나머지 부분도 기회가 된다면 특히 교사들이라면 전체 내용을 일독하시길 권해드리고 싶다. 강의 그대로를 글로 옮겨 놓은 쉬운 구어체로 되어 있어 친근하면서도 가독성도 높다.

물론 오래된 책이라서 시대에 다소 맞지 않은 이야기가 포함되었을 수도 있고, 저자의 주관적인 생각에 100% 공감하는 건 아니지만, 어차피 독서는 옳고 그름을 따지듯 읽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생각을 존중하면서 그 말에 자신을 비추어 나만의 성장을 이뤄가는 과정일 것이니...


시대가 달라져도 우리는 여전히 이 책의 제목처럼 "살며, 사랑하며, 배우"고 있다.


나는 사람이 사람을 가르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가르침의 효용성마저 의심한다. 내가 아는 사실은 단 하나뿐, 배우려는 사람만이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교사란 온갖 지식들을 죽 늘어놓고 그게 얼마나 재미있고 좋은 것인지를 설명한 다음에 한번 맛을 보라고 권하는 도우미에 불과할지 모른다. - 심리학자 칼 로저스


교사의 역할과 한계에 대해 너무 명확하게 얘기하고 있어서 무력감까지 든다. 그런데 실제로 교사로서 겪는 일상이다. 이 한계를 받아들인다면 교사는 부담감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 교육의 효과는 더디게 드러나지만, 아예 안 일어나기도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교사로서 쉽지 않다. 그래서 특히 교육 효과가 더딘 아이들을 감정적으로 대하며 교사의 타이밍에 맞춰 아이들에게 바라는 모습을 찍어내듯 강압하기도 한다.


마치 아래의 인용구처럼...

우리는 아이들을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 만들었을 때 행복해한다. 우리처럼 좌절하고 병들고 귀가 멀었지만 지능만 높은 인간으로 만들었을 때 말이다. - 정신과 의사 R.D. 랭


하나를 얻으면 다른 뭔가를 잃는 대가를 치른다. 이런 교육 방향이 통하는 것처럼 보이는 시대가 분명 있었지만, 최소한 지금 시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명확하다.

그 당시에도 꼰대가 있었다. 꼰대는 교육의 방해자다. 자신만 성장이 멈춘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성장도 방해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늘 깨어 각성하려 애쓴다.


교사와 부모와 어른이 아이들을 바라봐야 하는 시선은 아래 인용구에서 잘 드러난다.

우리의 생각은 지식보다 적다. 우리의 지식은 사랑보다 적다. 우리의 사랑은 존재보다 작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나는 실제의 나보다 그만큼 작다. - R.D. 랭


존재 자체의 소중함에 대한 역설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 남들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 모두 자신의 존재가치를 다 대변하지 못한다. 가슴 아픈 것은 그렇게 울타리 쳐진 좁고 제한된 공간에 스스로를 가두게 되는 현실이다. 현재의 모습으로 남을 함부로 규정하는 것은 날개를 꺾는 일과 다르지 않다. 어른은 아이들의 성장할 미래의 모습까지 함께 보아야 한다. 그래서 어른이다. 교사는 보통 어른이 보는 잠재성 그 이상을 발굴해 내는 역할에 전문가여야 하는 사람이다.

너무 감동이 되는 구절이었다. 생각과 지식에 가두지 않는 자신의 모습, 사랑으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존재의 가치와 소중함...

지금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자아인식이다.


사랑이란 당신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도록 돕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 생텍쥐페리


그러니까 사랑은 자신의 뜻에 굴복시키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주물러서 주조하는 행위가 아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며, 각자의 속도와 성장의 모습을 존중해 주는 행위다.


대학교수인 저자는 본래의 ‘나’로 돌아가자는 주제를 놓고 교사에 대해 이렇게 조언한다.

자기가 모든 해답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교사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구제받을 길이 없는 사람입니다. 한 아이가 기발한 질문을 했을 때, ‘와! 선생님도 답을 모르겠는걸? 우리 같이 한 번 생각해 볼까?’하고 대답하는 교사는 얼마나 멋집니까? 이는 ‘배움은 재미있는 거란다. 세상의 모든 걸 다 알 필요는 없어’라고 말하며 격려하는 것입니다.


교사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학생들과 함께 성장하는 어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아는 척하면서 연기하는 것보다 더 쉬운 일임에도 교사들은 솔직함에는 너무 큰 용기의 대가가 따른다고 생각하며 외면하기도 한다.

솔직함으로 혜택을 보는 건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다 해당된다. 망설일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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