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밤 큰딸로부터 톡이 왔다.
딸: 김광석 노래 진짜 좋네요. 왜 이제 들었을까?
나 : 너무 슬퍼서 많이 안 듣게 됨. 김광석이 너의 픽을 받다니...
딸 : 새벽에 들으면서 울었어요..
나 : 너의 감정을 건드리다니 나쁜 노래ㅋㅋ
딸 : 지금 옛날 노래 꽂혀서 변진섭, 김동률, 나미 등등 듣고 있어요. 또 누구 좋아하시나요?
나 : 이문세, 푸른하늘, 무한궤도(015B), 오태호(이오공감, 이승환)...
그러더니 이문세의 <깊은 밤을 날아서>음악을 공유하며 "으악 너무 몽글몽글하다"라고 톡을 남겼다.
많이 추워진 겨울밤, 갑자기 큰 딸이 카톡으로 영상을 보내주었다.
그 몽글몽글해지는 <깊은 밤을 날아서> 영상...
https://youtu.be/nkurBwt7PaQ?si=aj5i1fTQhFO5g0rU
내가 이렇게 답해주었다
너가 몽글몽글한 이 노래에 빠지더니 이런 희귀 영상도 찾아주네.. 아빠가 대학교 4학년 때.. 지금 너 나이와 비슷한 그때 방송이네.. 너 엄마를 만나기 6개월 전, 너가 세상에 태어나기 6년 전이구.. 아빠 마음이 다 몽글해지네.. 바로 이문세 노래 들으면서 일해야겠다... 딸에게서 이런 감성을 선물받다니... 느낌이 새롭다^^
그 시절의 나의 나이를 딸이 살고 있다. 머지않아 아내를 만나고 딸을 만나는 그 시대를...
타임슬립한 것처럼 바뀐 시대의 동일한 나이대의 만남인 것 같아 세대교체를 확인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한 세대의 삶은 길지 않은 것이었다.
이내 다음 세대에 자리를 내어주며, 가진 것을 다 물려주어야 할 것일 텐데...
실물로 물려줄 재산 없이, 빚만 남기지 않으면 다행일 부모 세대가 되어...
돈 안 드는 것의 가치를 물려주고 싶다는 마음만 앞섰고, 시간이 무한정 많이 있을 거라고 안심하며 미뤄두었다는 후회감이 밀려왔다.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 그리고 대를 이어 전해져야 할 가치... 난 딸들에게 그런 가치를 삶으로 잘 전달했는지, 대답 없는 한참 동안의 성찰에 잠겼다.
딸은 수도권에서 살고 있다. 대구에서는 시식하듯 눈발의 샘플만 구경할 정도인데, 수도권은 쌓이는 눈이 많이 온다. 어린 시절 수도권에 살면서 눈 덕분에 낭만적인 기억이 많다. 아예 고무장갑을 끼고 나와서 눈싸움을 했고, 심지어 이글루까지 만들려는 시도까지 했었다.
딸이 눈 쌓인 경치를 짧은 영상으로 보내주었다.
내가 이렇게 답해주었다.
아름답다 겨울왕국에 살고 있구나 따뜻하게 지내라
딸은 친구집에 가서 밤에 스노우엔젤을 만들어보았다고 사진을 하나 더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