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다는 광고를 애드포스트라고 한다.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 달 수 있고 광고 노출 및 클릭으로 수익 요건이 발생한다. 블로그 방문자가 많을수록 수익도 증가한다.
수익의 관점에서 본다면 블로그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래도 난 뚜렷한 목적이 오히려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블로그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교사의 경우 겸직허가를 받아야 하며 매년 갱신해야 한다. 업무에 지장이 없고 내용이 건전하다면 학교에서 허가를 안 해줄 리는 없지만 그런 절차까지 밟으면서 블로그에 광고를 달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광고를 달면 학생들에게나 지인들에게, 혹은 강연할 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내 블로그를 소개하려는 순수한 의도가 훼손될까 봐 두려웠다.
교사는 블로그 광고를 달아 광고 수익을 받을 수 있지만, 체험단이나 협찬은 제한된다. 그렇다면 수익도 많지 않을 것이다. 광고수입만으로 보통 한 달에 커피 한 잔 값, 방문자 수가 더 많으면 치킨 하나 값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엄청난 광고 수익이 보장되었다면 진작 겸직허가를 내고 광고를 달았을지도.
독립하는 딸들을 넉넉하게 지원해 주지 못하는 한심한 나 자신의 경제적 능력을 현실에 놓고 생각하니 그동안 지켜왔던 고귀함이나 알량한 자존심 따위도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몇 푼 되지는 않지만 자존심을 지킨다고 의미를 부여하며 나 홀로 잘난 척 살아왔던 것은 아닌지...
학년실 쌤들도 이해를 못 하셨다. 자신들도 한 번씩 블로그에 등장하는데, 광고비 벌어서 커피 쏘라면서, 소재로 사용되는 지분을 주장하기도 했다ㅋㅋㅋ
수익이 발생하면 학교에 겸직허가를 내야 하는 귀찮음도 사치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거의 질러 버리듯이 네이버 애드포스트신청 후 광고를 달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기하게 내 블로그에도 광고가 노출되기 시작했다. 당황했다.
나의 푼돈을 위해 내 블로그를 방문하시는 분들께 이런 불편을 드려야 하는 건지 망설였다.
그래도 이미 시작된 것이니 그냥 두기로 했다.
혹 연수입이 12만 5천 원을 넘어서면 기타소득으로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한다. 어차피 수입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니 12만 원을 넘어설 때쯤 광고를 중단하면, 겸직허가를 굳이 안 받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다.
광고가 노출된 후 예상 수익은 다음날 아침 7시를 넘으면 공개가 된다.
떨리는 마음으로 첫 예상 수익을 보고 한참을 웃었다.
12원...
가족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수익이 얼마일지 맞혀보라고 했다. 100원, 500원.. 이런 대답이 나왔다. 블로그 예상 수익 화면을 보여주니 모두가 폭소를 터뜨렸다.
난 수익이 발생하면 학교에 겸직신고 양식을 작성해서 신고해야 하는데, 평균 수익 하루 12원.. 이렇게 적어서 내야 한다고 하니 다들 또 웃었다.
갑자기 광고 수익이 한 달에 커피값 정도 나온다는 선생님들이 대단해 보였다.
다음 날 수익이 늘었다고 막 흥분해서 가족들에게 맞혀보라고 했다. 뜸을 좀 들인 후에 공개했다. 14원... 2원이나 늘었다.
아내는 그래도 늘었다며 축하(?)를 해주었다.
재미있었다. 수익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미스테리박스에서 매일 추첨하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 날은 17원이었다.
그런데 4일째 되는 날 갑자기 5,725원이 찍혔다.
전날 광고 노출수 604명에 17원이었고, 4일째는 944명이었고 광고클릭수가 2번 있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수익이 늘다니...
다음날은 광고노출수가 1,271이었고 클릭수도 1이었는데 수익이 46원이었다.
이쯤 되면 넷째 날의 예상 수익은 오류라고 추론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느껴졌다.
요즘에는 최근에 올린 정시지원 팁을 검색해서 블로그에 들어오시는 분들이 많아 일일 조회수가 1천 명을 훌쩍 넘었고 조회수 1,500을 기록한 날도 있었다. 그날의 광고노출수는 2,428이었고, 광고클릭수는 7번으로 예상 수익 4,868원을 기록했다.
일일 방문자와 조회수가 많고 노출과 클릭이 증가할수록 수익이 늘어난다는 단순한 원리 외에는 광고의 종류와 단가와 노출 및 클릭수에 따른 패턴은 아직 찾지 못했다.
광고를 안 단 것을 뿌듯해하면서 혼자 고귀한 척하며 지냈다면 겪지 못했을 일이다.
자신만의 원칙을 지키며 소신껏 사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때론 일탈 같은 느낌이 드는 모험도 필요할 거라는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껏 축적해 온 글들과 부족한 글을 사랑해 주시는 많은 분들의 관심과 응원으로 교육 분야나 영어 분야의 글을 올리면 내 글이 상위 검색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감사하게도 이웃분들이 아닌 분들도 지속적으로 내 블로그를 방문해 주신다.
수익 발생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는 잘 몰라서 더 궁금하고 재미도 있지만...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원하지 않는 광고에 노출되게 하는 불편함이 크다면 수익을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물론 수익이 클수록 망설임도 커지겠지만...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진심이 전달된다면 더없이 기쁘겠고, 그러한 나의 활동의 목표는 금전이 아니었으면 한다. 수익창출만이 목적이라면 나만의 스토리를 담아내는 활동도 제약이 따를 것이라서, 광고를 계속 달더라도 수익창출보다는 원래 하던 대로 나만의 포스팅을 하면서 수익은 보너스로 주어질 뿐이라는 원칙은 고수하고 싶다.
혹 갑자기 생긴 광고로 불편하시다면 죄송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