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팝송 좀 들었던 일인으로서 그 시대 음악에 대한 관심으로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음악이라는 박스에는 시간과 추억이 함께 담긴다. 그래서 때로 추억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을 때는 의도적으로 특정 노래를 피하기도 한다. 내게는 첫사랑을 떠나보내고 눈물과 미안함을 담았던 노래가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시리즈 중에 We Are the World라는 노래가 탄생하게 된 비하인드 영상도 좋았다. 80년대 전성기인 가수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이미 세상을 떠난 가수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들이 리즈 시절이었던 그 시절, 나도 어렸었구나...
그러다가 오토튠에 대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자세한 설명은 아래 링크에서
오토튠의 창시자에게 음반 프로듀서가 이런 말을 했다.
You’ve changed my life.
My job used to find people who could sing really well.
And now, I just have to find good-looking people.
프로듀서로서의 삶을 완전 바꾼 것은, 이전에는 정말 노래를 잘하는 사람을 찾았지만, 이제는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을 찾으면 되기 때문이라고...
심지어 오토튠은 tone-deaf(음치)까지도 외모 성형하듯 목소리, 음정까지 성형할 수 있었다.
Sher라는 가수의 98년 노래 <Believe>가 거의 최초로 오토튠을 사용한 곡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정확하게는 오토튠의 음성 왜곡 효과를 적용했다.
2005년 본격적으로 대놓고 오토튠을 사용하여 비난의 타겟이 된 T-Pain라는 가수가 끊이지 않는 비판을 받다가 작은 공간에서 라이브로 노래한 영상이 퍼지면서 그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졌다. 아래와 같은 기사 제목이나 SNS가 그 평가를 대표한다.
T-Pain Singing Without Auto-Tune is Surprisingly Wonderful
T-Pain can actually sing without auto-tune
오토튠 없이도 노래할 수 있다니... 그것도 놀라울 정도로 멋지게 노래한다는 반응이었다.
원래 노래를 못해서 보정한 것과 잘하는데도 플러그 인을 활용한 것은 분명 다르다. 노래를 못하는데 오토튠을 이용했다면 가수나 작곡가의 자격이 있는 척했다는 것으로도 비난받을 수 있었는데, 그는 그저 도구를 활용했을 뿐이라는 걸 실력으로 증명했던 것이다.
본질에 대한 중요성을 느꼈다. 본질적인 역량과 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본질 외적인 것을 도구로 활용할 수 있지만, 본질을 갖추지 않고 외적인 요인만으로는 자신의 정당성과 자격을 주장할 수 없을 것이니까.
그는 훌륭한 작곡가인데 소프트웨어 때문에 성공했다는 오해로 괴로워했다. 좋은 곡을 쓰는 능력이 오토튠이라는 도구에 오히려 가려져 있었던 것이다.
의외로 가창력이 있다고 드디어 제대로 봐주는 사람들의 이전 비난을 오히려 더 명확하게 알고 나서 그는 더 분노했다. 이제야 제대로 평가를 받았다는 안도감보다는 그를 존중하지 않았던 사람들에 대한 상처가 더 크게 부각되었을 것이다.
그는 이 상황에서 이렇게 말한다.
So my philosophy at this point is to make myself happy.
그러니 이런 상황에 내 철학은 나 자신을 즐겁게 하는 것이다.
I just want to make music that makes me feel good, and if you don’t like it, I didn’t make it for you.
난 그저 나 자신이 기분 좋아지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그걸 좋아하지 않는다면, 어차피 당신을 위해 만든 것은 아닌 거다.
If you do like it, welcome to the club.
정말 좋아한다면, 그저 즐기면 되는 거고...
대중음악은 대중들이 좋아해 주기를 바라야 하는 슬픈 숙명을 가지고 있다. 좋아해 주는 것은 감사하고 감격스러운 일이라서 음악을 계속하는 이유와 동기가 될 수는 있겠지만, 대중들에게만 영합하여 자신의 고유의 모습과 정체성을 잃어간다면 아티스트로서 괴로울 것이다.
어떤 자리에서도 묵묵히 실력을 갖추는 것이 비난과 좌절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리고 오토튠 개발자는 이런 말을 했다.
It’s ruined audio, destroyed the world of sound.
그것이 오디오를 망치고 음악 세계를 파괴했다고.. (사람들이 말한다)
Let them have their opinions.
그런 의견을 가지든 말든...
That’s not why I was in it.
어차피 내가 오토튠을 만든 건 그것 때문이 아니니까
I was in it because I enjoyed the arithmetic.
난 그저 (알고리즘을 만드는) 연산을 즐겼기 때문에 만들었을 뿐이다.
전자 음악의 pioneer의 인터뷰
I’ve never thought of technology as a subsitute.
난 기술이 대체제일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It’s its own language, its own world,
기술은 기술만의 언어와 세상이 있다.
and we can connect it to our musical knowedge and heriage
우리는 그걸 음악적 지혜와 유산과 연결할 수 있을 뿐이다
but you have to respect it for being something unique.
그러나 여러분들은 전자음악의 독특함 그 자체를 존중해야 한다.
누군가는 이랬다.
It’s just a tool.
그저 도구일 뿐인 거다. 좋고 나쁘고를 판단할 수 없는 중립적인 위치인 거다.
세상은 중립의 장이라고 C.S. 루이스가 말했다. 불은 중립적인 것이며, 그 자체로 선하고 악하고를 따질 수 없을 것인데, 인간의 필요한 용도로도 사용될 수 있지만, 부주의한 화재나 의도적인 방화는 피해를 준다. 다이너마이트도 원래 목적과 달리 인간을 헤치려 사용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중립적인 존재를 인간의 의도와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며, 그 사용에 대한 가치판단도 인간의 몫이다.
상대적 윤리주의 적용이 아니라도 객관화를 벗어난 판단과 비판은 상처가 될 수 있겠지만, 비난에 대해 비장하게 모든 것을 혼자 다 책임지려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음악 다큐를 보면서도 여전히 교육을 생각했다.
교사는 학부모 민원이 있어도 아이들에 대한 진심과 교육 본질에 대한 열정과 실력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며, 혹 실수나 의도적으로라도 본인이 책임져야 할 분량 외에 모든 것을 다 책임질 수 있을 것처럼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