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관련된 미스터리 솔루션..
그 자체로 완결된 교육적 내용이므로 나의 생각은 더하지 않고 책의 내용만 발췌하려 한다.
<7장 인생의 무기가 되는 미스터리 솔루션>
교육의 비결은 학생을 존중하는 데 있다. 학생이 무엇을 알아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결정할 사람은 교사가 아니다. 오로지 학생만이 그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다. - 랄프 월도 에머슨, <교육>
일반적인 학교에서는 교사가 수업을 진행한다. 그들이 자료를 분석하고 지식을 구축한다. 반면 하크니스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이런 역할을 담당한다. 주어진 정보를 그냥 외우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뭘 외워야 하는지부터 스스로 찾아야 한다. 하크니스 교수법 연수를 맡은 엑스터 인문학 협회 소속인 엑스터의 역사교사 메그 폴리는 이렇게 얘기한다. “하크니스 교수법이란 기본적으로 학생 중심이고 학생이 주도하는 토론법이라고 보면 돼요. 형태는 다양할 수 있지만, 어쨌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학생들이 주도하고, 선생님은 옆에서 자극을 주거나, 돕거나,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체크만 합니다.”
수동적인 수업에서 하크니스 교수법으로 전환하려면 완전히 새로운 커리큘럼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수업이 정답을 맞추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하크니스 교수법은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개방형 질문을 강조한다. 학생들은 정보가 아니라 문제를 전달받는다. 서로 반론을 제기하고 토론하며 미스터리를 스스로 파헤친다.
이 같은 혁신적인 교수법은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19세기에 랠프 월도 에머슨은 교육을 주제로 쓴 글에서 ‘영혼을 파괴할 정도로 답답한’ 미국의 학교 교육을 여러 번 개탄했다. 그는 이렇게 썼다. “나는 이 나라의 교육 시스템을 절망의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학생의 천재성과 타고난 미지의 가능성을 희생시키며 깔끔하고 안전한 획일성을 추구하는 것이 지금 학교의 행태다.” 에머슨은 학생에게 강압적 규칙 대신 독립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은 독학할 때 학습 효과가 가장 높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때론 장난스럽게, 때론 진지하게, 나무라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면서, 서로 어울리고 대화를 나눌 때 모두에게 큰 기쁨이 되는 에너지를 발산한다.” 교사는 이런 ‘젊음의 에너지’를 훈계하고 억누를 게 아니라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에머슨이 주장하는 바였다.
“두 개의 선으로 이루어진 그래프가 있다고 생각해봐요. 한쪽 선은 위험부담을, 다른 쪽 선은 모호성을 표시하죠. 그러니까 여기 이쪽은,” 그녀는 좌측 아래의 사분면을 가리켰다. “위험부담도 낮고 모호성도 낮죠. 아이들에게 공식을 알려주고 닥치는 대로 문제만 풀게 하는 수학 수업이에요. 교사가 자기가 뭘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기 때문에 모호성도 낮고 위험부담도 낮아요. 머릿속에 비현실적인 모범답안을 정해놓고 아이들을 그쪽으로 몰고 가죠.”
로런은 이번에는 상상 속 그래프의 우측 위를 건드렸다. “우리의 목표 지점은 여기에요. 위험부담도 높고 모호성도 높은 곳. 우리에게 엄정함의 정의는 이거예요. 학생들에게 어렵고 복잡한 정보를 주고, 그 안에서 아이들이 자기만의 길을 찾고, 모험과 실수를 통해 배워나갈 거라고 믿는 거요.” 이쯤 되면 이 학교의 커리큘럼이 자존감이나 발표 같은 소프트 스킬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로런은 노블 아카데미가 다른 공립학교와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를 받을 거라는 걸 알았다. 표준화된 시험 점수를 통해서 말이다. “우리 아이들도 그 게임에 참여해야 해요. 그래야 대학교에 원서라도 낼 수 있으니까요. 그 점수가 있어야 가능성으로 넘쳐나는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대부분의 공립학교는 시험 맞춤 교육을 하며 가장 그럴싸한 정답을 학생들에게 반복 주입하는 식으로 표준화된 시험에 대처한다. 학생들은 오지선다형 시험을 연습하고 빡빡한 커리큘럼을 따른다. 이처럼 빤한 시험을 치르는데 뭐 하러 모호성에 연연할까. 호기심은 감당할 여유가 되지 않는 사치가 아닐까.
하지만 노블 아카데미는 더 나은 방법이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 그들의 커리큘럼은 시험 맞춤은커녕 정반대에 가깝지만, 시카고의 모든 공립학교를 통틀어 점수가 가장 크게 올랐다. 9학년과 11학년은 PSAT와 SAT 점수 기준으로 ‘학생 성장’ 면에서 각각 98퍼센트와 97퍼센트를 기록했다. 시카고의 비평준화 고교 중에서도 ACT 점수는 최상위권이고 대학 진학률도 91퍼센트가 넘는다.
이처럼 놀라운 발전을 보일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로런은 미스터리의 효과를 이유로 든다. “아이들이 어려운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가르친다면, 정답을 모르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게 가르친다면 시험에 필요한 결정적인 스킬을 알려주는 것과 똑같아요. 시험장에서 익숙하지 않은 문제를 접하면 아이들은 대개 겁에 질려서 얼어버리거든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우리 학생들은 모호함에 익숙하죠. 오히려 남들보다 적극적으로, 살짝 신나는 마음으로 그 문제부터 해결해보려고 달려들 거예요.”
우리에게도 이런 훈련이 필요하다. 모호성과 불확실성은 대입 시험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피할 수 없는 요소기 때문이다. “보통 고위 직업군의 일을 하면 전에는 본 적 없는 새로운 상황들을 계속 직면하게 되죠. 규정집 같은 건 없어요. 낯설고 때로는 살짝 겁이 나기도 하는 문제의 해결책을 알아내야 하죠.”
노블 아카데미에서는 학생들에게 모르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법을 가르친다. 모호한 주제를 중심으로 커리큘럼을 구성해 모호함이 무섭거나 피해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 예상치 못했던 갖가지 대화를 끌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를 계속 몰두하게 만드는 것, 그것은 미스터리다. 로런은 말했다. “우리는 아이들이 항상 앎의 경계선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길 바라요. 아이들에게 스스로 발을 내디뎌 자신이 모르는 곳으로 건너갈 용기를 길러줄 수 있다면 시험 문제보다 훨씬 귀한 걸 가르치는 거라고 생각해요. 현재 상황이 어떻든, 무슨 일을 하든 점점 발전할 수 있는 법을 가르치는 거니까요.”
자기 설명 효과 –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중간에 틀리더라도 학생들에게 스스로 정답과 설명을 도출하게 할 때 이런 효과가 발생한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은 교사가 학생들에게 문제를 제시할 뿐 아니라 푸는 방법까지 가르쳐주는 ‘강사 대본형’교수법이다)
자기 설명이 효과가 좋은 이유는 미스터리를 인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했던 학생들은 자신의 지식이 얼마나 부족한지 뼈저리게 실감하는 반면, 능수능란한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자기 능력을 과대 평가하는 착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자기 설명을 하다보면 대상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그렇게 갖게 된 더 넓은 시야를 통해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아리송한 개념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로써 훨씬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의미를 가르쳐주는 건 정답이 아닌 질문이다. 호기심은 권태의 해독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