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시험 전 어떤 아이들은 내게 악수를 청하거나 하이파이브 등을 하면서 영어 기를 넣어달라고 한다.
얼마 전 2교시 중간고사 영어 시험을 앞둔 1교시 자습감독을 들어가서 영어기운이 필요한 사람 손 내밀면 하이파이브로 영어 기운을 주겠다고 하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손을 내밀었다. 교실을 순회하며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정말 시험에 영향을 주는 기운이 전달될까? 그렇다면 기를 받지 못한 학생들의 민원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절실함의 표현일 것이고 전폭적인 응원을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아이들이 내게서 실제로 영어 기운을 받아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확실히 학생들과 교감이 이뤄지는 걸 느낀다. 아이들도 그런 마음이라면 심리적으로, 멘탈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기는 하다.
중간고사를 앞두고 우리반 여학생이 내게 대뜸 영화 아바타 봤냐고 물었다.
봤다고 하니까 쑥스러운 듯 자신의 머리카락을 내게 내밀었다.
순간 영화의 장면이 떠올랐다.
영화 속 아바타 나비족은 머리카락 끝의 교감신경을 맞닿아 교감을 한다.
순간 나도 짧은 머리카락을 잠시 연결해주었다.
악수를 하거나 주먹을 맞닿거나 하이파이가 아닌 머리카락 교감ㅋㅋ
학생의 유머감각에 내가 더 기분이 좋아졌다.
웃으며 응원의 마음을 담았는데, 시험 후 교감불량이었다고 자신의 영어성적의 속상함을 내게 툴툴거려서 안타까웠다ㅠㅠ
시험을 다 마치고 그 학생은 내가 쌤들 중에 제일 좋았는데 이제 사회쌤으로 갈아탄다고 선언했다. 영어보다 사회문제가 더 마음에 들었다면서ㅋㅋ
고3 담임을 하면 아침에 수능장에 학생들을 응원하러 간다. 낯선 곳에서, 일생일대의 중대한 일을 앞둔 압도적인 긴장감 속에 만나는 익숙한 담임교사의 존재 자체가 큰 힘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어떤 학생은 나를 안고 울기도 했다. 본인의 절실함만큼 무언의 토닥거림이 시험운이나 기운이 아닌, 격려와 위로의 메시지로 전해졌을 것이다.
부모가 아님에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고 응원해주는 존재가 되어줄 수 있는 건 교사의 축복과 특권이자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