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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블리쌤 Jun 01. 2024

교생쌤들을 떠나 보낸 후... 답장을 쓰다

만남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힘이 있다. 

학교 내에서도 수업을 하지 않는 1, 2학년들에게 나는 상관없는 존재일 뿐이다. 

지금 3학년 학생들도 2년간 나를 학교에서 어쩌다 마주쳤더라도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었으니 그들의 삶에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고 사소한 마음의 움직임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나를 수업시간에 만난다는 이유로 반가움의 대상이 되었다. 멀리서도 달려와서 친한 척을 하고, 그들의 사소한 이야기를 내게 전해주기도 한다. 심지어 수업을 하지 않는 두 개 학반 학생들도 학년부장이라는 그들과 상관있는 만남의 의미를 내게서 찾기도 한다. 내게 말을 걸고, 상담을 신청하기도 한다. 

 

지난달 계명대학교 일반대학원 영어교육과 외국 학생들이 내 수업을 참관하러 왔다. 참관하는 것만으로 아쉬워서 그중 몇 분은 간단하게 자신의 나라와 문화를 직접 학생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그 짧은 만남의 순간에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아이들은 그저 외국인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 같은 존중을 해드렸다. 눈빛에서 교감이 일어나기도 했다. 수업 마치기 직전 간식을 나누고 마치고 나서 인사를 하면서 의미를 더해갔다.

 

그런 특별한 일이 우리 학교에서 5월 4주간 일어났다.

학교 밖에서 우연히 마주쳤으면 낯선 대학생이었겠지만...

그렇게 아이들과 교생선생님들은 만났고, 지도 선생님도 그 만남에 의미를 더했다.

그 어떤 순간에도 사소한 만남은 없었다. 의미가 부여되는 순간, 인사가 시작되고 반가움이 정으로 쌓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만남의 최대 수혜자는 학생도, 교생쌤도 아니고 나였던 것만 같다.

환대를 해주어야 할 내가 오히려 교생쌤들께 이렇게 환대를 받게 될 줄은 몰랐다.

이미 학교에 오시자마자 13명의 교생선생님들 모두 겸손한 배움의 자세와 간절한 태도로 역대급 레전드가 될 것이라는 선생님들의 공통적인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교생실습에서 초반에 발견되는 역량보다 그런 자세와 태도가 훨씬 더 중요한 요인이니 어느 때보다 기대가 컸다.

 

동아리 전일제 때 학교에 남기로 한 나의 선택이 모든 교생선생님들을 동아리 활동에 초대하는 기회로도 이어졌다. 나의 화두는 "만남"이었다. 

교사들도 아이들과 시한부로 만난다. 어차피 지금 이 순간의 영원 같은 만남의 의미만 부여받으면 되는 거라고 생각해서 아이들과 교생선생님들 간의 선물 같은 만남을 기획했던 건데, 아이들과 교생선생님들은 실제로 그 순간에 정말 특별한 선물을 서로 주고받고 있었다. 나는 덩달아 뿌듯해졌고, 아이들과의 의미 있는 첫 데뷔전 같은 만남에 행복해하시는 교생선생님들께, 아이들의 행복한 느낌의 실체를 전달드리고 싶어, 감사한 마음을 담아 커피와 음료를 주문해 드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왕 지도교사가 수업공개를 하는 김에 전체 교생쌤들을 수업에 다 초대하자는 나의 건의가 올해도 받아들여졌다. 감사하게도 열심과 열정으로 지도하려는 마음의 준비가 된 국어, 음악 지도 선생님들은 나의 건의를 저항감 없이 기꺼이 받아주셨다. 

그 수업도 만남이었다. 나는 공개수업 시간에 학생들뿐 아니라 열세 분의 교생쌤과 특별한 만남을 이뤘다.

 

내 수업 공개 전에는 모든 교과 교생쌤들께 수업자료를 담아드렸다. 내 서투른 손글씨로 일일이 교생선생님 성함을 적어서 내 명함과 함께 전해드렸다. 선배교사로서 얼마든 마음을 열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의미 있는 만남으로의 초대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교생선생님들은 교과를 가리지 않고 식사시간에 내 옆에 다가오셨다. 점심시간에 거의 혼밥을 자처하던 나의 옆자리는 거의 비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기회가 종종 생겼다.

 

부끄러움이 많고 소심해서 먼저 말을 걸거나, 어떤 제안을 드리는 것이 조심스러웠던 나는 활발하게 다가오셔서 솔직한 마음을 나누며 친하게 대해주는 선생님들을 편하게 대할 수 있었다. 어떤 때는 이미 자리를 잡고 계신 교생쌤들 옆에 굳이 다가가 앉는 용기를 내기도 했다. 

 

국어교생선생님 한 분은 교생실습 나와서 학생들로 인해 교사의 꿈을 키웠다는 말만 듣고 왔는데, 선생님들 때문에 그런 마음이 확고해질지 몰랐다면서... 전체 연수를 진행하신 선생님과 나를 대놓고 언급하셨다. 그러면서 상담을 받아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시는데 예의상 하는 것 같지 않아서... 일대일 상담을 제안했고, 지도교사의 양해를 구한 후 스케줄을 잡아 네 분 선생님과 각각 한 시간가량 대화를 나누었다. 

 

국어과 쌤보다 접점이 적었던 음악쌤들는 퇴근하는 길에 마주쳐서 대화를 제안했고, 시간이 잘 나지 않아 한 번에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다.

 

모든 대화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진행되었다. 교생쌤들은 그 만남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너무 고마워하셨다. 자기들은 내게 해드릴 것이 없는데 선생님께서 일방적으로 시간을 내주시고 애써주시는 것에 대해... 

그러나 누구를 위한 대화 제안인지 모를 정도로 교생쌤들의 진지한 몰입의 자세와 빛나는 눈빛에 오히려 내가 진정한 교사의 자세와 젊은 날의 순수한 열정을 회복시키는 힐링의 시간을 가진 것만 같았다. 

오히려 나를 선배교사로서 존중해주고 신뢰를 해주시는 것이 내게는 말할 수 없는 감사의 이유였다.

 

국어와 음악 교과쌤들은 수업 지도나 피드백을 드린 적도 없는데... 그 하찮아 보일 수 있는 만남에 선생님들은 아주 큰 의미를 부여하셨다. 선생님 한 분은 내게 한 달간 나로 인해 힐링이 되었다는 말씀까지 해주셨다. 

 

마지막 교생협의회를 앞두고 쑥스러움으로 교생선생님들께 덕담을 말로 전달할 자신이 없어서 전체 메시지와 짧은 개별메시지를 글로 써서 전달해드렸다. 

 

마지막 날 놀랍게도 내가 지도교사가 아니었던 아홉 분의 선생님들 모두가 일부러 내 자리로 찾아와서 편지를 전해주셨다. 

 

편지 내용을 확인하기도 전에 감격스러움과 고마움이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

 

이번 교생 기간에 오히려 내가 쌤들께 지도 받고 검증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분들께 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후한 점수를 받았고, 더 애쓰고 노력하자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여운과 감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주말과 주일을 지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출근을 할 것이고 교생쌤들도 각자의 대학으로 돌아갈 것이다. 일상이 갑자기 급속 냉각처럼 추억이 되어버리는 그 허전함과 닿을 수 없는 그리움으로 당분간은 힘겨워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힘겨움과 슬픈 그리움은 좋았던 시간들에 대한 증거이며 애초에 정해진 계약 같은 것이었다. 부디 선생님들이 그 힘겨움과 그리움을 평생의 자산으로, 성취의 기억으로 간직하게 되시길 기도하며 응원하고 싶다.

선생님들은 학생 한 명의 눈빛에도 감동하셨다.

급식지도 당번을 하면서 그냥 의무적인 일상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급식지도로 학생들을 만나는 매 순간을 가슴에 담아두며 행복해하셨다.

그러니 내가 드리는 한마디에도 이렇게 큰 감동을 받으시고 영향을 받으셨던 것이 아닐까?

교사도 월급을 받고, 그 월급 이상의 열정과 노력을 열정페이라고 한다. 그러나 난 거기다 행복페이라는 말을 떠올리고 싶다. 교사가 누리는 행복의 가치다. 교사는 줄수록 더 행복해지는 존재다. 선물을 받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그 기회가 많아질수록 더 행복해진다. 그 행복에 보수는 본질적인 목적은 아니다. 물론 주는 걸 거부할 이유는 없지만...

그래서 선물을 받아준 교생쌤들이 너무 고맙다. 교생쌤들도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왜 내가 교생쌤들께 더 고맙다고 하는지 알게 될 날이 곧 올 것이라 믿는다.

다른 교과 교생쌤들과 교류하면서 이런 영향을 주고받은 것도 처음 있는 일이어서 정말 특별하기도 했지만... 그 많은 교생지도의 기억 중... 얼마 남지 않은 내 남은 교직경력 중 아마 이 학교를 떠나면 다시 사대부고를 갈 일은 없고, 교생협력학교로 부임하지 않는 한 아마 마지막 교생지도로 남을 이 최후의 기억이... 가장 오래도록, 아니 영원히 남을 것 같다.

 

선생님들께 마지막 인사를 전하면서... 선생님들의 번호를 저장해두어도 되냐고 묻고는... 감히.. 힐링이 필요하시면 연락하셔도 된다고 했다. 영원 같은 순간의 만남도 내게는 특별한 의미였지만...

물론 전화번호를 저장했다고 내가 먼저 연락할 일은 없을 것 같다. 나의 소심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자들처럼 작별 이후의 주도권은 내게 있지 않다고 믿기 때문이다. 

교사는 그렇게 남겨지는 존재다. 그럼에도 누군가 기억해 주고 연락을 해준다면ㅠㅠ 

교사가 되어 학교에서 다시 만나고 싶다는 선생님들의 소원은 이제 나의 소원이기도 하다.





선생님들의 편지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빡빡하게 써 내려간 각 선생님들의 편지 중 단 한 구절도 의미 없는 부분이 없었다. 블로그에 모두 공개해서 느낌을 나누려는 욕심을 겨우 참았다. 

선생님들 편지 중 몇 부분만 인용해서 느낌을 나누고, 혹 내 블로그를 보시는 선생님들께 답장 같은 느낌이 전달될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정리했다가...

나의 답장 같은 메시지만 남겨두었다. 

그리고 메시지를 수정해서 편지를 주신 열두 분께 개별적으로 답장을 전달하려 한다. 

<선생님들 편지에 대한 답장 같은 소감문>

# 1  

나의 진심이 느껴졌다니 너무 다행이다. 나도 내향적인 성격이라서 새로운 만남을 두려워하고 동료교사들과의 관계가 늘 어려웠는데... 그 내성적 불편함에 머물지 않고 학생들 앞에서 수업하는 무대에서 외향적인 척, 말 잘 하는 척, 웃기는 척, 수업 잘하는 척... 사전의 철저한 준비를 통한 연기를 해낼 수 있었다는 나의 체험을 전해드렸을 뿐인데, 이렇게 큰 자신감과 긍정적인 마음의 반응을 스스로 끌어내셨다니 그저 감사하다. 

외향적이어도 진심이 담기지 않는 것보다, 진심을 담은 내향적인 교사가 서는 무대가 아이들에게는 훨씬 더 큰 울림이 있는 선물이라는 진실을 오랜 교직경험을 통해 전해주었는데, 그 경험을 딛고 자신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아이들에 닿고 싶어 하고, 그들에게 사랑으로 삶의 변화와 성장을 이루려는 간절함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할 것이니... 

이렇게 작은 영향에도 감사하는 선생님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확신의 마음이 전해졌을 것이다.

 

 # 2

역량과 가진 장점에 비해 너무 겸손한 선생님이 적어도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랐다. 아마 기준이 높고 의욕이 넘쳐서 늘 높은 자신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다그치며 늘 더 높은 곳을 보며, 때론 지치고 힘들어했을 것이다. 잠재성이라고만 하며 묻어두기에는 당장 학생들을 만나서 그 역량이 발휘되며... 장점보다 아쉬운 점에 집중하면서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난 그저 내가 발견할 수 있는 선생님의 장점을 일깨워 드렸다. 지금의 모습도 훌륭하지만 더 크게 성장할 미래의 모습을... 나의 체험을 통해 더 큰 확신으로 조언을 드렸던 것 같다. student-teacher로 오셨으면서 내 앞에서 학생이라고 본인의 정체성을 규정한 선생님의 겸손함에서도 그 성장의 크기는 드러나고 있었다. 좋은 제자로 남는 것... 이미 이루셨다. 더 좋은 제자로 계속 성장할 일만 남았을 뿐...

 

#3 

상담을 하면서 오히려 내가 힐링이 되는 느낌까지 들었었다. 교직에 대한 의욕을 더 가지셨다니 기뻤다. 선물 같은 시간... 선생님 자신이 학생들과 동료들과 지도선생님들께도 그런 선물 같은 존재셨을 거라고 확신한다.

이미 충분히 열심히 노력하셨고, 상황에 따라 더 성장하시면서 노력을 멈추지 않으실 것이니... 이미 보여주신 열정과 진심과 애씀만으로 부끄러울 일은 없을 것이라고.

 

 #4

교생 실습 기간은 대학의 예측 가능한 범주의 대비가 될 수 없는 변수와의 싸움일 수도 있다. 새로운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아직 준비되지 않은 점을 발견하고 일반화시키면서 괴로워할 수도 있다. 사소한 일로 인해 교사의 꿈을 펼쳤다 접었다 할 수 있다는 것.. 과장이 아닐 것이다. 교과 담당 선생님도 아닌데 일대일 면담을 제안한 것은 선을 넘나드는 오지랍이나, 바란 적도 없는데 꼰대 같은 마인드를 시연하는 불편한 자리로 인식할 수도 있었을 것인데... 정말 기뻤다는 이야기에 나도 너무 기뻤다. 진심으로 바란다는 확신과 면담 시간 내내 좋은 느낌은 나만의 착각이 아니었다는 것이니... 한 시간 더 얘기할 수도 있었지만, 바로 수업이 있어서, 그 이야기를 해주지 못한 것이 선생님의 아쉬움으로 남은 것 같아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 이후의 기회를 기약한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 무엇보다 나와의 대화로 이런 엄청난 생각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면... 물론 그건 이야기를 하는 나의 자질이 아니라 마음을 열고 경청하며 몰입하는 선생님의 겸손한 배움의 능력으로 인한 것이지만... 

#5 

나의 소심함으로 내가 먼저 제안을 하지 않았으면 평생 후회할 뻔했다. 시간 여유가 없어서 한꺼번에 대화를 했음에도, 점심시간에 연주회 자리를 지켰던 일까지 의미를 부여해 주시니 내가 더 감사한 마음이었다.

 

#6 

사명감에 대해 헌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음악에 대한 열정 이상으로 학생들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는 선생님께... 본인의 연주 이상의 학생들의 아름다운 삶의 연주를 지휘하는 순간을 기대하고 싶었다. 

나도 소원처럼 꼭 뵙고 싶다. 

 

 #7

키워드를 발견했다. "진심"이다.

학교를 옮기고 남겨진 학교에서 국어시간에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되었다는 시를 배우던 학생 한 명이 나를 생각하며 울었다는 소식을 후배 선생님이 전해주었다. 아이들에게 왜 청블리쌤이 좋냐고 하니까... 비주얼에 대한 건 한마디도 없었고... 자신들을 진심으로 아껴주어서라고, 그게 그리움의 이유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진심이 어느 때든 다 통하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진심을 다하고도 억울한 일을 당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교생쌤들께는 내가 전해드린 진심 이상의 더 큰 진심을 마주한 느낌이라서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나의 진심도 결국 그들의 진심이 나를 통해 비쳐진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교육은 주는 자보다 받는 자들에게 달려있는 아이러니다. 선물을 준비하는 사람에게가 아니라 받는 사람에게 주도권이 있는 것이다. 선물을 받지 않으면 선물을 준비한 의미 자체가 무색해지는 것이니... 그럼에도 교사는 늘 선물을 설렘으로 준비한다. 

그런데 오히려 이렇게 교생쌤들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큰 선물을 받은 난...

그럼에도 그들이 풀어가야 할 임용 현실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무력한 선배교사로서... 그저 해줄 수 있는 건 기도와 응원뿐이라서... 더 절절하고 미안하다.

꼭 인사를 받고야 말겠다. 짧은 기간에도 학생들을 향한 순수한 사랑과 열정이 다 증명되고도 남았고, 가르침과 헌신의 준비가 절실함 이상으로 되어 있는 이들이 교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비장한 생각 끝에... 반드시 교사가 되시기를... 꼭 인사를 하러 오시기를...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명령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8 

나를 향한 인사가 아니라 내가 선생님께 드려야 할 인사를 그대로 복제한 느낌이다. 실제로 선생님은 나의 교육관, 교육철학 등을 그대로 복제하러 오신 분 같았다. 나의 도움 없이도 잘하셨을 것이지만, 그 사소한 도움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늘 훈훈했다.

 

 #9

사소한 것까지도 배움의 소재가 되는 겸손하고 정감 어린 자세가 늘 좋았다. 어떻게든 좋은 수업을 만들기 위해서 부지런히 피드백을 받고 수정하며 작품처럼 다듬었던 모습도.. 그런 배움과 행복의 과정을 긴 편지에 담아주어 나도 그 행복감을 고스란히 다시 느꼈다.

활동중심수업만이 정답인 것처럼 인식하는 분위기에서 배움과 재미가 일어나는 교사주도의 수업의 가능성을 보여드린 것만 해도 이후 수업 고민에 큰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악필이라서 교생일지에 일일이 손글씨로 써주지 못하고 워드로 출력해서 붙여드렸는데 그걸 그렇게 소중하게 보실지 몰랐고, 내 블로그의 글을 탐독하시면서 감정이입하시는지도 몰랐다. 나의 잔소리 같은 조언과 나의 교육활동을 관찰하시면서 배움과 성장이 행복으로 일어난 것 같아 지도교사로서 부심이 막 일어났다. 감사한 일이다.

 

 #10

선생님의 편지에는 일일이 다 소개하기도 힘들 정도로 끊임없는 감사가 이어졌다. 생각지도 못했던 사소한 부분까지도 감사를 표현하고 있었고, 자신의 노력으로 이룬 일에 대해서도 내게 감사를 잊지 않았다. 혹 심려를 끼치거나 실수했던 것에 대한 사과까지 담겨 있었으나.. 그 사과는 받을 수 없었다. 학생들을 배려하고 늘 진심을 다하며 매 순간 배우고 성장하시면서 수업도 담임의 역할도 너무도 훌륭하게 해내셨기 때문에 미안해하실 일이 없던 탓이다.

함께 성장하고 같은 꿈을 꿀 수 있었다는 것이 내게도 감격으로 다가왔다. 잊지 않겠다는 다짐 같은 인사가 마음을 울렸다. 나도 잊지 못할 것만 같아서...

 

 #11

블로그를 홍보하려는 속셈은 아니었지만, 대학에서 배웠던 이론으로서의 교육학을 넘어서 현실과 삶을 관통하는 교육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었다. 영어과 교생쌤들께는 교직관, 담임학급운영에 대한 나의 글과 영상을 공유해서 현실적인 고민이 담긴 선생님들의 교직관을 어느 정도 확립하기를 바랬다. 면접을 할 때 교직관을 급히 고민해서 만들어낼 수는 없으니, 일관된 답변을 할 수 있는 교직관을 품으시길... 교과지도와 생활지도의 출발점이니..

그게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었다. 

선생님들과 개인적으로 대화할 때 이런 말을 잊지 않았다. 남들과 비교하지도 말고, 가르침에 더 능숙해질 미래의 자신의 모습과도 비교하지 않으면서... 그저 지금 이 순간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진심을 다하며 곁에 있어주면 된다고.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부족한 모습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며 함께 성장하는 것이 교육현장이며, 교사의 부족함은 학생주도적인 채움과 배움과 성장으로 이어지기도 하니... 학생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용기를 나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나도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나만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라면서...

꼭 다시 만나자는 이야기가 가슴을 울린다. 우리의 편지가 슬픈 결말이 되지 않게 응원하며 기다리고 싶다. 어떤 형태로든 학생들을 만나실 거니까... 임용 통과해서야만 다시 만난다는 비장함에서는 좀 자유롭기를 바라면서, 그저 과정 중의 발걸음을 매 순간의 행복을 더 응원하고 싶다.

 

#12

마지막 작별을 눈물로 했던 선생님... 평소의 열심과 간절함이 좋았던 기억들과 배움의 모든 성취가 그 눈물로 봉인된 것 같아... 나의 생생한 교생 때의 눈물의 기억이 소환되었다. 수업 전에 학생들 앞에 설 기회를 드린 것을 귀찮아하거나 하찮게 생각하지 않으시고 너무도 잘하고 싶은 마음을 목소리의 떨림으로 전해주셨던 선생님은... 그 떨림 가운데서도 정말 큰 울림의 메시지를 학생들에게 전달하셨다. 이후 수업에서는 안정된 목소리와 자신감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가셨고...

의외로 교직에서 훨씬 더 많은 MBTI의 I 유형의 교사들의 고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만나야겠다는 의지가 더 비장하게 느껴져서... 그런 절실함이 더 큰마음의 준비와 노력으로 오히려 더 좋은 영향력과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삶으로 체험하셨을 거라 믿고 싶다. 그 과정에서 내가 올렸던 글 하나에도 그렇게 감동하시고 위로가 되셨다니... 나의 애씀에 비해 너무 큰 반응에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블로그로도 인연이 이어질 것 같아서 작별이라고 규정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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