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블리쌤 May 31. 2024

교생쌤 연주회, 작별과 응원의 마음을 담다

어제 점심시간 음악 교생선생님들의 게릴라 콘서트에 자리를 지켰다. 교정에서 그들의 연주가 시작되는 순간 눈물이 울컥 쏟아지려 했다.

마침 어제 아침 음악교생선생님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그 전 날 마지막 교생협의회를 앞두고 모든 교생쌤께 드린 전체 메시지 뒷부분에 음악교생쌤들께는 이런 공통 메시지를 전해드렸었다.


개별적으로 말씀을 나누지 못해서 편지를 완성하는 지금 이 시점에서 다른 과 쌤들처럼 개별적인 메시지는 준비하지 못했어요..계대 피아노과 졸업한 아내를 만나고 음악과 댄스에 미쳐서 전공까지 생각했던 두 딸들을 키우면서, 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음악하시는 선생님들의 존재 자체가 너무 존경스러워요. 이야기를 나누자는 제안에 동아리 발표 갑자기 부탁드렸을 때만큼 당황하셨을 텐데 선뜻 응해주셔셔 감사해요. 팬심 같은 마음으로 선생님들과의 만남을 기대합니다.


그 존경심은 아침에 한 시간 정도의 대화를 통해서도 계속되었고, 점심시간 게릴라 콘서트에서도 멈출 줄을 몰랐다. 너무 멋졌다. 쌤들의 삶 전체가 연주에 담겨진 것 같았다.


어떤 마음으로 음악을 해왔고, 얼마나 깊은 고민을 했으며, 어떤 마음으로 연주의 순간에 몰입하시는지를 조금은 알 것만도 같아서... 그 음악에 대한 진심이 선율에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만 같았다.


너무 아름다웠다. 소리 자체도, 소리가 전달하는 진심도, 같이 어울려져 나오는 화음도 모든 게 완벽했다.


말로 할 수 없는 그 이상의 소통을 하고 교감하는 느낌이었다.


피아노 터치 하나하나, 바이올린, 비올라의 운지 하나하나의 소리가 특별하게 느껴졌다.


아내 대학 후배님들이라서 더 감정이입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내도 그랬듯이 음악을 선택했지만 음악만을 할 수 없는 현실이 더 절절하게 다가왔다.


아침에 이야기할 때 딸이 베이스기타 전공을 하겠다고 고등학교 음악 위탁교육 갔다가 한 학기 반 만에 전공을 포기하고 돌아왔을 때 오히려 연주를 더 행복해했던 기억과 아내가 피아노학원에 있을 때 음대 입시생들이 하루 종일 피아노를 치면서 즐거움보다 더 큰 고뇌를 목격했던 그 시절의 기억도 말씀드렸었다. 어떻게 격려해야 할지 몰라서, 평생 음악을 더 사랑하려면 오히려 취미로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로가 되지 않을 가볍고 뻔한 의견만 던져드릴 뿐이었다.


선생님들의 교직 선택도 음악을 취미로 견뎌낼 선택이셨을 것이다.


음악교사는 전공악기 연주가 아닌 비전공자인 학생들을 향한 음악교육을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마치 선수가 코치가 되면 더 이상 운동선수가 아닌 것과 같은 상황일 것 같았다.


선생님들은 이후 만날 학생들을 더 빛나게 하는 역할을 찾아서 교직에 발을 들여놓으셨지만...


현실은 그들이 얼마나 긴 기다림을 강요할지 알 수 없어 섣불리 희망의 메시지만 전할 수 없었지만, 그래서 결과에 이르기 전 매일의 일상의 순간을 그저 누리고 행복하시다가 어쩌다 보니 도달한 그곳에서 더 기뻐하시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말씀드렸다.


확실한 건 내가 퇴직할 때는 이미 쌤들은 학교 현장을 지키시며 세대교체를 이루셨을 거라는 사실이다.


훗날 선생님들의 미래 행보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겠지만... 그저 응원하고 싶었다.



음악교생쌤들의 선율은 그저 감동이 되어 기도하는 마음으로 연주내내 몰입했다. 그리고 앵콜 연주가 계속되는 순간까지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인사를 하고 퇴장하는 순간까지, 연주회를 뒤로하고 계단을 올라오는 순간까지도 여운은 계속되었다.


영광스럽게 1열 직관을 한 감동에 꽃 한송이씩이라도 준비해서 드려야 했다는 아쉬움이 커져갈 무렵...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존재감 없이 응원하는 나의 포지션을 자각했다.


쌤들과 대화를 나눌 때... 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쌤들은 악기연주라는 행복 디폴트값이 있으신 거라고 말씀드렸다. 너무 멋지시다고. 축복받은 자리에 계신 거라고...


무대의 크기를 떠나서 평생 어떤 무대에도 서실 거고... 학생들과의 만남의 무대와...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 갈 무대를 꿈꾸시기를 응원하고 싶었다.


교사들은 모두 수업이라는 무대에서 아이들을 만나며 그들을 빛나게 하는 존재다.


마지막 순간을 비장하게 맞이하시면서 아이들에게 손편지를 쓰고, 선물을 준비하는 모든 교과의 교생쌤들의 마음이 마치 내가 선물을 받은 것처럼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찬란한 5월... 그들의 잊지 못할 찬란한 추억의 한 귀퉁이에 무임승차하듯 올라탄 나는 모든 만남과 매 순간이 뭉클하고 감동했고 감사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