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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블리쌤 Jun 16. 2024

교사 연수 강의 전, 도전에 직면하며 받은 응원

(과목별) 중등 수업 릴레이 나눔...

색다른 컨셉의 획기적인 연수 기획이었다.

직접 친분은 없었지만 담당 장학사님의 초대를 받고 늘 그랬던 대로 새로운 만남의 기회에 마구 설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막다른 골목 같은 고착점에서 방향을 못 잡아 괴로웠다.

연수의 방향을 잡아놓고 주제도 정해놓았으면서 어떤 방향으로 풀어가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고민 끝에 꼭두새벽에 잠을 깨서는 원래 원고를 대폭 수정했는데도,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방향 설정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해서, 연수 참여 선생님들께 사전 질문을 받아도 되겠는지 장학사님께 메시지를 드리니, 기꺼이 설문 링크를 각 선생님들께 문자로 전송해 주셨다.



그러나 첫 질문을 마주했을 때부터 도대체 내가 무슨 자신감으로 사전 질문을 받으려 했는지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다섯 분의 질문을 전송받고 나서는 방향 설정은커녕 내가 강사의 자격조차 없다는 좌절감만 들었다. 내가 질문에 대답할 역량의 전문가가 아님이 이어지는 질문으로 검증이 된 것만 같았다. 



한참을 망설이다 메신저로 장학사님께 찡찡거렸다. 

그동안 “삶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면 강의 섭외도 거절했었는데... 이 초대 응답에 더 겸손하고 신중했어야 했다는 미안한 마음도 전했다.



놀랍게도 장학사님은 이 연수의 방향과 기준을 명확하게 다시 제시해 주셨고, 그 기준에 맞게 참고로 보내드렸던 각 질문에 대한 답변 방향까지도 잡아주셨다.


학생참여수업, 개념기반탐구수업 등 여러 용어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선생님의 철학이 담긴 티칭에서 코칭으로의 수업’을 말씀하시면 되어요. 

(저희 연수는 트렌드에 민감하게 교육하는 스킬이 아니라 학생들의 성장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에 초점이 있어요)


공교육 안에서 영어 능력 향상을 가능하게 돕고 싶었던 선생님의 마음...

현란한 사교육의 전략에 고통받지 않고

꾸준함을 무기로 하루를 쌓아 올리는 학생들을 격려하는 선생님의 방법...

영어 교사도 행복하고 학생도 행복할 수 있는 동행에 대해 이야기하시면 되어요.



마지막에 이런 격려의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 저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아무 염려 마십시오! ^-^ 지금도 너무너무 충분하셔요...



거의 빡빡하게 수업으로 가득 찬 금요일 오후 분주함 가운데 이 메시지를 확인하면서... 바닥난 나의 자존감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놀라웠다. 장학사님의 메시지를 통해 학생 입장이 된 것처럼 교사의 존재 이유도 직접 체험하게 되었다. 멘탈코칭의 가능성이었다. 정성과 진심이 담긴 답변에 감동이 되었을 뿐 아니라, 이렇게 교사는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에 전율했다.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 

그동안 여러 강연 성취의 기억에 안일한 생각으로 안주했던 나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렇게 다짐했다.

어떤 경우에든, 어떤 기회에서든 삶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것에는 함구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에만 집중한다. 

겸허하게 내 모습 그대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있도록 애쓰면서도 절대 전문가인척하지 않는다. 

때로 나의 아픔과 부족함이 많은 이들에게 힐링과 용기의 이유가 될 수 있음에도 감사한다.



보통은 수업이나 강의를 하고 나서 실패감이 느껴질 때 주로 성찰하게 되지만, 이번에는 구상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런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며 미리 성장할 수 있음이 너무 신기했다. 

내가 자격이 넘쳐서, 그럴만하기 때문에 강연자의 자리에 서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난 완성형 교사가 아니라는 사실... 강의 직전까지도 성장과 변화를 꿈꾸는 평범한 교사일 뿐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겼다.

다만 내 삶의 모습이 각자 선생님 있는 모습 그대로의 성장에 응원 같은 메시지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싶었다.



그저 하나의 의무적인 행사로 연수를 기획하고 진행하지 않고, 정말 진심을 다해서, 실제 교사와 학생들의 진정한 성장과 행복의 꿈을 이루도록 애쓰시는 담당 장학사님께 존경과 감탄과 감사를 보내드리고 싶다.



장학사님은 나의 첫 원고도 좋았지만, 내가 오랜 기간 축적해 온 티칭과 코칭의 높은 산 같은 결과가 아닌 한 단계, 한 단계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안내가 되면 좋겠다고... 그래서 모든 선생님들이 용기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피드백을 주셨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교사로서의 시작부터 겪어왔던 과정까지 돌아보며 원고를 준비하고 있다.

하이라이트만이 아니라 비하인드 신과 같은 현실적인 좌절의 순간과 미완성의 과정까지도 용기 있게 보여드릴 수 있기를....



물론 나의 티칭과 코칭 과정이 큰 산과 같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난 그저 사소한 일상을 이어왔고, 그저 매 순간 부족한 나의 역량이라도 교사의 쓸모에 대한 고민만 담아서 조금씩만 애써왔을 뿐, 거창한 기획도, 노력도, 헌신도, 열정페이도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병약하고, 인지도나 유명세도 없으며, 사교성이 부족하여 그저 학생들을 만나는 일에만 집중했던 한 사람의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지만... 그 모습도 존중받을 수 있고, 그 사례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음이... 준비하는 과정에서 더 감사하게 다가왔다.

나의 불안함과 좌절감은 이제 거의 설렘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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