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생쌤들께 말씀드렸던 수업의 전제 세 가지
배움, 재미, 맥락
교생 선생님들 편지와 블로그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던 내용을 다시 인용하면...
1) 배움이 일어나는가?
배움과 가르침은 불일치할 수도 있습니다. 교사가 여백 없이 다 채우는 것만으로 배움이 보장되지 않으니 때로는 비움으로 학생들의 지적이면서 활동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요. 배움은 이해에서 일어나는 것이니 암기를 최소화하는 원리 중심의 내용을 제시하면서 결국 학생 스스로 배운 내용을 적용할 수 있는지 초점을 맞춥니다. 단, 그 적용을 수업시간에 다 확인해야 한다는 부담은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2) 재미가 있는가?
fun한 재미 요소도 물론 필요합니다. 특히 저학년일수록 그러합니다. 그러나 단어 색칠 활동에 치중하다 보면 단어보다 색칠한 것만 생각나는 것처럼 너무 fun하면 본질과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interesting한 수업이 되도록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진정한 수업과 학습의 재미는 “Aha moments”로 구성됩니다. 학생들의 스키마와 수준에 맞아 이해하며 원리를 깨우칠 때 느끼는 재미는 본질적인 것이며 지속성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fun한 것도 필요하며, 때로는 낭비 같은 농담이 학생들의 주의를 다시 끌어모으기도 하니 적절하게 잘 활용하세요.
3) 맥락이 있는가?
교사는 맥락 연결자입니다. 선생님들의 심층구조에서 학생들에게 전해지는 표층구조를 연결하는 일, 세상과 교과서의 맥락을 연결하는 일입니다. 자신의 삶으로 드러나는 가르침이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수업의 흐름에 관련 있고 맥락 있는 내용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구성합니다. 게임 등의 활동을 하더라도 그걸 왜 하는지 납득이 되어야 하고, 수업한 내용과 맥락이 연결되어야 합니다.
최악의 수업은? 배움이 일어나지 않는데, 재미도 없으면서, 맥락이 없어 학생들이 이거 왜 함? 이런 의문을 가지게 하는 수업입니다.
수업 전, 저와 사전 검증을 통해 그럴 가능성은 차단했으니 너무 걱정하지는 마시고...
수업 시간에 시적 허용을 포함한 여러 쌤들만의 시어를 써 내려가세요.
위의 내용을 자기주도학습 학부모 강의 준비하면서 학습에 연결 지어 정리해 보았다.
1) 배움이 일어나는가?
study와 learn은 다르다. study 없이 learn 하지는 못하겠지만 학원을 다니거나 학교수업만 듣는다고 온전한 배움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요즘 학생들은 줄글로 된 교과서조차 읽지 않는다. 개조식으로 잘 정리된 참고서를 보거나 학원이나 인강으로 들으며 정리하기 때문이다.
문해력은 무조건 읽는 것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반드시 스스로 읽고, 생각하고, 정리하고 해결하도록 애써야 한다. 글쓰기는 문해력과 배움에 큰 역할을 한다.
"질문을 받기 전까지 나는 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스스로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 왜 그런지를 멈춰서 생각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친구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배움이 일어났다고 할 수 있으며, 그렇게 표현하고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 배움이 확증되기도 한다.
2) 재미있는가?
어떻게 공부가 재미있을 수 있는가? 뭘 해도 공부하는 것보다 재미있을 것인데.
공부 외적인 자극은 공부의 흥미와 거리가 멀다. 공부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려면, 지적 호기심이 충족되어야 한다. 호기심은 단계별로 알아갈 때 드라마 다음 편이 궁금해지듯 지적 공백을 채우려는 후속 노력으로 이어지는 현상이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 단순 암기한 것이었는데, 왜 그런지 원리를 알고 이해하게 되는 순간 "A-ha moments"가 많아질수록 점점 더 흥미진진해진다.
수학문제가 풀릴 때의 희열은 자신이 아는 맥락이 연결되어 이해되고 적용되는 짜릿한 "A-ha moments"라고 할 수 있다.
스포당하듯 정답과 유형을 제시받으면서 수업만 듣는 것은 정신력으로 버티는 노동과 같다.
큰딸은 학원은 물론 인강조차 거부했는데, 혼자서 알아내는 즐거움을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라고 했다. 속도를 강요하지 않고 남들과 비교하지 않으니 딸은 나름 공부를 재미있게 했다.
어른의 기대에 따른 학원의 진도와 조급함의 강요로는 절대 재미를 찾을 수 없다.
3) 맥락이 있는가?
수업 들을 때 기존의 지식체계에 가닿지 않는다면 맥락이 연결되지 않아 이해도 되지 않으며 배움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기본기를 갖춘 상위권학생들은 많이 애쓰지 않고도 수업을 들으면서 자신만의 맥락을 형성해 간다. 기본기가 부족할수록 예습에 집중해야 하는 건, 수업하면서 맥락을 연결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기 때문이다. 맥락이 없으면 이해가 되지도 않고, 배움도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배움이 일어난 후에야 실생활에 연결이 되고 응용도 가능하다. 자신의 수준과 연결되지 않는 선행은 안 하는 것이 더 낫다.
수업과 마찬가지로 최악의 학습은 배움이 일어나지 않는데, 재미도 없고, 왜 하는지 모를 경우다.
재미도 맥락도 없다면 배움은 일어나지 않는다. 사실 배움은 재미와 맥락의 성과다.
학원을 다닐 때도 세 가지 전제를 생각해야 한다. 학생 스스로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자신의 지식체계와 수준에 맞지 않는 버거움이 있다면, 단지 학원을 오가는 행위만으로 배움이 일어난다고 착각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학원 입장에서 중하위권은 전기세와 운영비를 내주는 고마운 존재인 것인데,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은 이런 말을 들어도 그게 자신의 이야기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재미있으려면 맥락을 연결해야 한다. 맥락이 연결되면 재미있게 학습이 지속된다. 그러면서 배움은 점점 확대된다. 이 선순환에 올라타지 못한다면 어느 하나의 연결고리가 끊어져도 학습은 그저 노동이 될 것이며, 교사의 수업도 의무적인 시간 때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니 사전에 잘 설계하고 준비할 수 있기를...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는 행복한 학습을 이어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