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학생 한 명이 다**에서 1000원짜리 소품을 사다가 교실 칠판에 붙이고는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 칠판에 구현한 크리스마스트리였다. 제법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났다.
아이들의 요청으로 각자 마니또를 뽑고는 크리마스 직전까지 마니또 활동에 들어갔다. 아이들의 부담을 줄여주려고 3000원을 넘지 않는 선물을 사주는 것으로 규칙을 정했다.
방역지침을 따르며 학교생활을 하고,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아 상대방 몰래 선물이 전달될지 염려도 되었다. 아이들이 담임인 나를 셔틀 삼아 선물을 전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현실이 될 것 같다.
어떤 아이는 자기는 아직도 산타클로스를 믿는다면서 은근히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기도 했다. 어쩌라고? 나보고 산타가 되라고? ㅋㅋ
중 3인 아이들은 이미 오래전에 기말고사까지 끝내고 예비 고1의 중요성에 대한 설교에는 귀를 막아버리고 중졸에 만족할 것처럼 자유를 누리며 지내고 있다ㅠㅠ
요즘 백신패스의 확대로 망설이던 아이들도 코로나 백신을 맞는 것 같다. 코로나 백신을 맞고 몸이 힘들면 접종일 포함 3일까지 접종 증명서만 제출하면 출석 인정이 되어 반마다 완전체가 되기 어려운 상황이고, 요즘 가족이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등교정지가 되는 경우도 조금씩 늘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 학교는 모두 생활 속 방역지침을 잘 준수했는지 1년간 거의 등교 수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물론 코로나가 바꾼 학교생활로 아이들은 수학여행이나 체육대회가 뭔지 잊게 될 지경이고 친구들과의 교류도 제한적이어서 아쉬움은 말로 다 풀어낼 수 없다.
고등학교에서는 대부분 대학 진학을 하게 되고, 재수하는 것이 뭐 그렇게 신기한 뉴스는 아니지만, 중학교는 사정이 다르다. 내신성적과 생활평점만으로 정해진 백분위가 고정되어 있어 혹 일반고를 떨어져서 재수를 선택하더라도 본인이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건 없다. 그저 예측할 수 없는 기다림뿐이다. 그리고 고입 재수는 보편적인 선택이 아니기 때문에 내신성적에 따라 특성화고에 소망을 두지 않는 학생들 중에서도 일반고를 갈 수 없어 특성화고에 가기도 한다. 특성화고에 가서도 대학 진학이 가능하긴 하지만, 일반고에서 대학가는 것보다 훨씬 일찍 인생의 진로가 구체화되는 셈이다. 그 삶의 무게를 아직 현실로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도 더러 있어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일반고의 경우 평준화 지역인 대구에서는 12월 말에 합격 여부만 발표가 나고, 자신의 희망에 따른 추첨 배정의 결과는 2월 초까지 기다려야 한다.
특성화고 합격했거나, 일반고 합격 여부를 기다리고 있거나 관계없이 아이들은 같은 교실에서 함께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고 있다. 내년 크리스마스는 다를 것이다. 각기 다른 곳에서 또 다른 아이들과 크리스마스를 함께 하겠지. 어쨌거나 각자 자신의 인생의 여정에서 한순간의 사소한 추억이라도 그들의 마음에 새겨져 따뜻한 위로가 되길 기대한다.
그래서 칠판에 그려진 크리스마스트리는 내게 참 특별했다. 아이들도 그렇기를...
잊지 못할 순간을 새겨준 **아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