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칭과 코칭, 신뢰와 변화의 시작

by 청블리쌤

기적 같은 일이다.

이번 주 학부모 강의를 앞두고 이런 생각을 했다.

뭘 믿고 누굴 믿고 그 먼 길을 돌아서 저녁의 귀한 시간을 들여 나를 만나러 오는 것일까?

그러나 난 알고 있다. 나를 만나러 오는 것이 아님을. 강의할 때마다 한 번씩 물으면 나를 알고 오는 분들은 거의 없었다.

어쩌다 내 블로그를 통해 나를 먼저 알았거나 소문을 듣고 오신 분들을 만나면 신기할 정도다.

후광효과는 검증이 필요 없다는 팬덤 현상이다.

소위 1타 강사들은 이유가 있어서 그 자리에 있고, 베스트셀러 작가도 자신의 노력의 성과를 누릴 자격이 있지만 한 번 얻은 인지도는 후광처럼 팬덤을 형성한다.

심지어 나는 내가 속한 학교에서조차 절대적인 신뢰를 얻지 못한다.

오히려 비교육특구보다, 나를 별로 필요로 하지 않을 것 같은 교육특구 학생들에게 더 큰 신뢰와 사랑을 받았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실제로 그곳에서 나의 역할이 더 컸다. 내 수업의 가치를 알아보고 영어멘토링 과정의 필요성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던 학생들이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나는 단 한 사람의 신뢰에도 격하게 반응한다.

블로그를 하면서도 그런 인정에 대한 열망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런데 나를 신뢰한다면, 내가 전하는 수업이나 방법들을 실행할 수 있을까?

내 말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서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받아들일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한 미션이다.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더구나 단 한 번의 이벤트로는 가당치도 않다.

결국 난 불가능한 미션을 위해 이토록 치열하게 준비를 한 것인가?

신뢰가 첫걸음이긴 하지만, 더 중요한 요인을 놓치고 있었다. 변화까지 전제를 한다면 신뢰만으로도 부족하다. 인간은 쉽게 바뀌지 않으니까..

그렇다면 해답은 "절실함"이다.

도무지 신뢰할 수 없고 선택할 이유도 아닌 일을 자기 고집과 자존심까지 내려놓고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결국 외부의 힘이 아니라 자신의 자발적인 의지와 행동에 담겨 있다면...

절실함이야말로 진정한 변화의 시작이다

나를 신뢰했던 제자들과 학부모님들을 떠올렸다.

공통점은 절실함이었다.

절실함의 출발은 결핍이다. 그 결핍은 객관적인 사실에 기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결핍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교만함과 자만심의 개입으로 인한 것인데, 괜찮을 척할 수도 있고, 잘못된 방법을 고수하면서도 옳다고 믿으며 막연하게 성과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결국 객관적인 결핍이 인지로도 이어지는 순간이 중요하다. 인지에서 인정으로 나아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결국 실패와 좌절의 순간이 절박함과 가장 가까운 경로다.

다시 생각하니 나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심지어 나의 코칭을 잘 따랐던 이들은 상처받은 영혼이었다. 상처를 받았다는 것은 성취의지가 그대로 살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영어로 desperate...

절망의 순간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상태가 그것이다.

그 순간이 온다면 내가 아닌 누구에게라도 손을 내밀 것이다.

난 그저 어떻게든 그 순간을 위해 더 가까이에 있도록 애쓸 뿐이다.

때론 기다림에 기약이 없다. 그렇다고 자리를 쉽게 비울 수도 없다. 언제 나를 필요로 할지 모르니까...

가까이 있으려는 노력 중 하나가 우리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의 강의와 몰입수업에 참여하는 일이다.

성과를 함께 확인할 때까지 함께해 주기는 어렵지만, 나를 만나면 적어도 방향을 몰라서 헤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매 강의 기회 때마다 내가 하는 다짐이자 자신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상처가 깊을수록, 그래서 더 절박할수록 나의 진심이 더 가닿을 수 있다.

그러니 티칭과 코칭에서 주도권을 가진 이는 내가 아니라 배우는 이들이다.

딸들도 아빠를 신뢰해 주었기 때문에 성취를 이뤘지만, 그 시작은 충격적인 성적과 혼자 힘으로는 안 되겠다는 절망감, 결핍에 대한 인식,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으려는 절실함이었다. 필요해서 손을 내밀었는데 마침 운 좋게 아빠가 곁에 있었을 뿐이겠지만, 실은 늘 대기 중이었다.

마중물 같은 아빠의 사소한 도움만으로 딸들은 곧 자립을 이뤄냈다.

이번에 수능 영어 1등급 받은 둘째 딸에게 누구한테 영어 배웠냐는 엎드려 절 받으려는 질문에 딸은

"I studied alone!"

이라며 농담처럼 대답했다.

시작은 나와 함께였으나 과정과 결실은 스스로, 홀로 이뤄낸 것이니 맞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더 의미 있고 더 뿌듯하다.

내가 주도권을 가져오지 않을 수 있어서.

그렇게 진정한 티칭과 코칭을 딸에게서도 이뤄낼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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