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수능에 관련된 경향과 대비 방향에 대해 <수능 해킹>이라는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해 보았는데...
책의 내용 중에서 고3 수험생들의 수시의 어려움을 지적하는 내용에 대해 교육현장의 교사로서 해명을 하려 한다.
고3 현역들은 어떻게든 수시에 집중해야 한다. 내신에 구멍이 생겨도 그다음 기회에 어떻게든 메우면서 내신성적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수시에 올인한다는 것은 수능 대비를 완벽하게 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수능을 선별적으로 준비해서 수능 최저등급을 맞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차라리 수능을 망치더라도 내신 확보가 훨씬 더 유리할 수 있다. 한 번 정해진 내신성적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내신을 확보해 놓은 학생은 재수나 반수를 하면서 특정 영역의 수능을 공략해서 수시 재수나 반수로 훨씬 더 높은 가능성으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한다.
<수능 해킹>에서 저자는 수시의 어려운 현실을 이렇게 지적한다.
그러나 수시의 길도 만만하지 않다. 내신성적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공교육은 내신대비를 포함한 생기부 작성 위주 그러니까 수시 위주로 분위기가 형성된다. 그래서 학교 주변의 학원 중심으로 수능이 아닌 내신대비 선행으로 사교육이 폭발한다.
교과세특을 위해 소논문 수준의 탐구보고서 작성 및 발표가 필요하다. 교사는 진도 나갈 시간을 할애해서 학생 발표를 시켜야 한다. 학생들 수업권도 침해받을 소지가 있지만 개별화 기록을 위해 안 할 수도 없다.
그나마도 정보 접근성에 따라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데 그 배경에는 사교육 영향 증대가 있다.
내실 없는 생기부 활동과 지도 없는 탐구가 교육의 본래 가치를 약화시킨다. 생기부 적기 위해 목적성 행동도 그 부작용이기도 하다. 교사의 업무도 폭발하고 수업지도에 악영향을 준다. 기본원리 가르칠 시간도 심화탐구 지도할 여력도 부족하여 학생들은 내신과 수능을 사교육에서 준비해할 상황이 심화된다.
그럼에도 학교에서는 수시라이팅(수시 가스라이팅) 시전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공교육의 수업이나 활동에 참여하니까.
정시파이터는 교사와 싸운다는 의미가 더 짙다.
수시도 학생보다 교사능력 평가하는 느낌이며 복불복 운명 같은 입시인 것 같아 보일 정도다.
게다가 수능최저까지 맞추려면.. 학생들은 내신만 선택과 집중하는 것이 불가해 보인다.
대학도 서열화를 탈피하기 위해 변환표준점수 등으로 일렬로 서열화를 비껴가려 한다. 환산점수에 따라 배치표 위치가 바뀌기도 하니 더 우수한 학생들 선발 가능성 높아진다. 심지어 상위권 대학은 변환표준점수 계산 방식을 미리 공개하지 않고 성적 나오고 나서 대학에 유리하게 조정하는 경우도 많다.
영어가 어려웠을 때 1, 2등급 차별을 줄여서 영어 때문에 상위 대학 미끄러진 학생들 유입하는 등의 전략이 그 사례다.
그래서 이 복잡한 역학관계에서 사교육 컨설팅 개입 여지가 자꾸 높아지는 것이다.
수시 학종의 경우 점수 산출조차도 비공개하니 깜깜이 전형이라는 악명이 높다.
블라인드 서류전형으로 진행하지만, 교과과정, 행사 등으로 특목고는 쉽게 구별되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의 보상을 좀 더 받는 편이다.
평균, 표준편차를 반영하는 Z점수를 활용해서 평균이 낮고 표준편차가 작은 학생들을 유리하게 선발할 수도 있다. 시험이 어렵고 균질 집단은 주로 특목고나 전국단위자사고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대학이 입시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를 주지 않는 것도 정보 불균형의 큰 문제다.
2019년쯤까지는 진로가 강조된 전공적합성을 드러내는 것이 생기부 기록의 표준이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진로를 강조하지 않아야 더 유리한 것이 트렌드라는 것을 알지 못할 수도 있고, 면접 데이터가 있는 고등학교에서는 모의면접을 통해 예상 면접이 진행할 수 있지만 정보가 없는 경우 대학에서 면접 기출, 특히 추가면접 질문은 공개하지 않으므로 불리한 위치에서 대입을 맞게 된다.
저자의 이런 지적은 틀린 말은 아니고 실제로 발생하는 현실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요인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교육의 수능 대비 수업>
공교육 교사들은 수능에 대비하는 모든 EBS교재의 진도를 제한된 수업시수에 맞춰 다 끝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렇다고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도 아니다.
학습은 배움과 자습으로 이뤄진다. 모든 문제를 다 풀어줄 수는 없으나, 문제를 풀 수 있는 기본기와 내공을 짧은 시간 안에 핵심을 응축해서 전수할 수 있다. 교사의 연구와 노력이 훨씬 더 많이 요구되는 지점이긴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배움을 확장하는 것은 혼자서 이루면 좋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사교육의 도움을 받기도 해야 한다. 물론 자기주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메타인지 형성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공교육 생기부 작성>
교과세특도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 대한 진정성 있는 관심의 확장이어야 할 것이다. 개별적인 사례를 모두 다 수업시간에 발표할 수 없으니 탐구보고서나 포트폴리오 등을 활용해서 과정 중에 교사와 학생이 피드백을 주고받으면 된다. 수업 외적인 일이라고 그걸 귀찮아할 공교육 교사는 많지 않다. 그런 책무를 받아들인지 오래다.
생기부를 위한 발표를 시키더라도 기말고사 끝난 애매한 시간을 주로 활용한다. 다른 과목과 융합해서 진행하기도 하며, 수업시간을 다치지 않고 소그룹으로 모아서 발표를 시켜도 된다.
정보 접근성에 대한 양극화 현상을 최소화하는 것도 학교의 역할이 될 수 있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정보제공에는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학교에서 수시를 강조하는 이유>
학교에서 수시라이팅을 하는 것도 본인이 원한다면 몇 년이 걸려서라도 수능성적은 이후에도 올릴 기회가 있지만, 한 번 정해진 내신성적은 그 어떤 노력과 시간 투자로도 절대 바꿀 수 없는 신분 같은 새겨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역 학생들이 정시파이터가 되면 거의 필패하는 경우가 많고, 어차피 대부분의 학생은 정시파이터라고 자존심을 세우다가 결국에는 수시원서를 쓰게 되기 때문이다.
정시파이터는 교사와 싸우는 것 같지만 교사는 학생과 잘 싸우지 않는다. 교권이 추락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의 선택을 존중한다. 옳아서만이 아니다. 교사의 말을 절대 듣지 않는 학생은 스스로 겪어내야 각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학의 탈서열화 노력>
대학이 탈서열화를 위해 노력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와 학생들도 어느 정도 감안을 하고 대비를 한다. 자신의 성적을 하나도 손해나 낭비 없이 활용하는 경우는 잘 없다. 일렬로 줄 세우는 입시 전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불확실성 때문에 명문대를 합격하고도 반수 이상을 하게 되는 것이겠지만, 그런 변수는 대학의 애씀이 아니라도 늘 존재해왔다.
학종의 경우 Z점수를 활용하면 블라인드를 하더라도 학교가 드러난다고 했지만 당연한 거다. 학생들은 대개 그런 사실을 고려하고 다 감안하면서 애초에 학교를 선택한다.
그리고 2028대입 개편안에서는 Z점수를 구할 수 없게 된다. 표준편차를 생기부에서 제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수시와 정시 중 더 편한 선택은?>
수시와 정시 중 더 편한 길은 없다. 정시로 N수생들과 맞짱 뜨는 건 상상 이상의 치열한 경쟁이지만, 그렇다고 수시러들의 노력을 깎아내릴 이유는 없다. 매 순간이 입시 준비이며, 수행평가, 중간고사, 기말고사, 생기부까지 치열하게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위권 대학일수록 수능최저를 위한 수능공부를 안 할 수도 없다.
그래도 수시를 일찌감치 포기하는 현역들은 없어야 한다. 내신 대비와 수능 대비는 차이가 크지만, 비슷한 경로를 따라간다. 고등학교 수업은 수능대비에 어느 정도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수능공부도 한꺼번에 시험공부처럼 벼락치기로 감당할 수는 없으므로 그때그때 수업 들어가면서 내신 시험공부를 하면서 수능 준비를 같이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실제로도 수능대비가 된다.
정시파이터를 선언했다고 학교생활을 안 할 수도 없고 수업시간을 빠질 수도 없다. 내신공부를 해야 하는 시간에 수능공부에만 집중하는 것도 아닐 것이니, 매 순간의 부담을 덜어보려는 합리화는 않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재수나 반수도 정시보다는 수시 재수나 반수가 훨씬 부담이 적고 폭이 넓으며 안전망을 갖추고 있다.
정시는 평소 성적과 실력이 넘쳐나도 수능 시험의 사소한 실수로도 한 번에 기회를 날려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시러가 모두 성실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평소의 자세나 태도의 변화와 그 축적이 없이는 해낼 수 없는 길이다.
교육특구에서는 자신의 선택과 무관하게 고등학교 저학년부터 정시로 내몰리기도 한다.
두 딸 모두 교육특구에서 정시파이터가 되었지만 평소 면제받은 부담감을 이후에 다 감당해야 했다.
큰 딸은 수시전형 논술로 진학했지만 논술은 실질적으로 정시전형에 가깝다. 수능 준비하면서 더 먼 곳까지 바라보거나, 안전망으로 갖춰두는 장치가 논술이기 때문이다.
둘째도 정시파이터로 수능을 망치고 논술을 응시했다. 예비후보 3번에서 고배를 마셨다.
둘 다 따로 논술 준비를 안 했으니 논술은 준비를 많이 해서 진학하는 것이 아니라 수능공부를 치열하게 하면서 어느 정도 대비가 되는 전형이다. 이과 논술은 특히 더 그러해서 큰딸 주변에는 논술 준비 따로 안 하고 합격한 성균관대 공대 학생들이 더 많았다고 한다.
<선택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이 선택할 수도 있고 선택에 내몰릴 수도 있지만 어떻게든 선택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하면 얼마든 길이 있다. 물론 목표에 못 미쳤을 때, 도달점을 인정하고 목표를 하향하거나, 한 번 더 기회를 노리는 것도 본인의 선택이다.
어떤 경우든 자기 합리화하지 않고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한다. 지금 이순간의 사소한 노력이 이후 어떤 결정적인 영향을 줄지 당장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훗날 감당할 수 없는 후회는 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한 미련한 미련이 아니라 할 수도 있었는데 하지 않아서 놓쳤던 사소한 것에 대한 아쉬움일 것이니.
<비교육특구의 수시 경쟁력.. 교과전형>
교육특구가 아닌 곳에서는 교육특구에 비해 투입 대비 노력에 비해 훨씬 더 대학진학을 잘 하는 편이다. 서울대 수시 지역균형 선발 자체의 취지도 그러하다. 내신 따기가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다만 수능최저를 넘는 것이 관건이다. 그래서 수시 반수로 이미 확보한 내신을 활용해서 수능최저를 위한 일부 과목에 집중해서 합격하는 경우도 흔하다.
일반고의 경우 학종보다 교과전형의 비중이 높다. 학종은 특목자사고의 비율이 훨씬 높다. 아무리 블라인드 전형을 한다고 해도 교육과정에서부터 생기부에 특화된 역량을 드러내는 활동이 더 다채로울 수밖에 없다.
내신 예상 합격 컷이 보통 교과전형보다 학종이 더 낮은 이유는 내신 경쟁이 치열한 학교에서 학종을 지원해서 합격하기 때문이다.
일반고에서 학종 내신이 좀 더 만만하다고, 자신만을 위한 전형이라고 생각하고 내신보다 비교과에 집중하는 것은 대개 옳은 전략은 아니다.
교과든 학종이든 내신경쟁력이 가장 중요하다.
<학종은 공정한가?>
학종의 공정성에 대해 이슈가 많기는 하다. 고등학교급에 따라 유불리가 다르며, 사교육 컨설팅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분야이며, 대학에서 투명하게 합격 기준을 오픈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교육특구 일반고에서는 모의고사 성적의 격차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물론 학종보다 교과에서 높은 성과를 이루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수시 합격자들의 대학 적응력>
당장 모의고사 성적으로 격차가 많이 났어도, 수시로 합격한 학생들의 대학교 학점은 정시에 비해 오히려 비슷하거나 더 높다고 한다.
생기부를 목적으로 억지로 활동을 하고 위선과 가식을 떨기도 하지만... 그러다 보면 실제로 그대로 인성과 습관도 형성되기도 한다. 인간은 위선으로 배우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했다.
처음부터 집중이 잘 되기 때문에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집중하는 척하는 노력을 통해 집중력을 얻는 것이다. 사회화도 그렇다. 하기 싫고 잘 안되는 것을 하려면 시작은 하는 척이어야 한다.
고등학교 있을 때 학생들에게 영혼을 담아서 교실 빗자루질을 해라. 그러면 담임인 나도 영혼을 담아 생기부를 써줄 것이니.. 이렇게 말했다.
진심에 더 가까운 가식일수록 그런 모습으로 더 빨리 성장한다.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면 내가 바람직한 모습으로 바뀌면 된다. 확실히 대입 과정은 부담되는 현실인 건 맞지만, 대입 이후의 현실도 만만하지 않다.
<수능, 내신 대비가 비교육적인가?>
수능, 내신 대비 공부의 비교육적인 면을 많은 이들이 지적하지만...
취업시험은 교육적인가?
그 공부의 이후 쓸모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지만..
공부한 내용이 명확하게 기억에 남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공부내공이 쌓인다.
대입으로 모든 경쟁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취업도 해야 하고 승진도 해야 한다. 그 시험을 대비하는 공부 내공도 수능대비하면서 생긴다.
공부 과정에서 얻은 사소한 성취로 자신감을 가지면 평생공부를 지속할 힘을 얻는다.
게다가 수능대비 수준으로 얻게 된 맥락으로 이후 전공 공부나 개인적인 공부를 할 수 있는 내공도 쌓을 수 있다.
찍기나 상상독해가 아닌 기본원리부터 시작해서 수능영어 독해에 능통하게 된다면 영어원서나 인터넷 자료 리서치를 할 수 있는 맥락이 생긴다.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도구에 집중하게 되지만, 사실 수능 공부는 지식 그 자체의 효용성보다 공부 내공과 맥락의 중요성이 더 크다.
<공교육에서 이루는 행복 교육의 방향>
수능을 대비하려고 할 때 이왕이면 원리중심의 이해과정을 체득하는 것이 여러 가지로 이롭다. 거기서 자기주도성을 얻을 수 있고, 평생 공부 습관도 얻을 수 있다.
내가 강연에서 주로 부르짖는 행복교육의 내용이기도 하다.
유형별로 필요한 열쇠를 일일이 모으는 것보다 어떤 문제에도 접근 가능한 마스터키를 형성하는 공부는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는 재미와 맥락을 보장한다. 보통은 눈앞의 문제를 바로 풀고 싶은 욕심 때문에 시간과 노력이 상대적으로 훨씬 많이 드는 기본기 실력과 습관형성을 유보하면서 일회용과 같은 열쇠 만드는 상황으로 타협을 하게 되지만...
특히 공교육교사들이 학생들이 마스터키를 지닐 수 있도록 티칭과 코칭을 해주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 과정에서 멘탈 코칭이 필요할 수 있고, 학생들의 사소한 성취의 의미를 부여하며 지속성을 갖도록 도와줄 수도 있다.
학생들은 거창한 목표와 성취에만 집중하지 말고 사소해 보이는 지금 이 순간에 진심을 다하는 습관을 시작하도록 지원해 줄 수도 있다.
의미 없어 보이는 분야에서 절제를 해내고 노력을 이어가면, 진정 자신이 찾은 이후의 의미 있는 과정에서 날개를 달고 날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