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아이를 보면서 저의 어린시절의 고통을 바라보게됩니다.
우리는 부모님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고 생각을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것을 배우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할때가 많이 있습니다.
얼마전부터 저희 아들과 친구가된 한 아이가 저희집에 놀러 오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 아이의 부모님들도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데, 그 아이를 보면서 저의 과거의 모습이 많이 떠오르고 저의 삶에 대해서도 더 깊은 이해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어머니는 어렸을때 부모님에게 많이 구박을 받고 사셨다고 합니다. 옷도 남들이 입던옷을 얻어와서 입히고,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집에서 소녀가장처럼 살았다고 합니다. 이분들 가정은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편입니다. 아이들 3명을 모두 미국에서 공부시킬 정도면 경제적으로 부유한 편이라고 할수 있겠죠.
그런데 저희 집에 놀러 오는 아이가 더운날씨에도 짧은 옷이 아니라 긴옷을 입고 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아들과 같이 운동을 하러갔는데 땀이 비오듯 하는데도 덥지 않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어머님에게 짧은옷을 사주라고 해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듯 보였습니다. 다른 미국 아이들은 모두 위아래로 짧은 옷을 입고 다니는데 이 아이만 위아래로 긴옷을 입고 테니스를 치니 이상해 보일수밖에 없죠. 그리고 운동화도 1년동안 같은 운동화를 신고다녔다고 합니다. 이러한 것에 대해서 어머님에게 이야기를 해도 별로 중요하지 않은것 처럼 이야기를 하시는 것을 보고 놀랬습니다.
상황을 이해해 보면, 그 어머님은 자신의 부모님에게서 옷을 사주는 경험을 해보지 못하고 항상 다른 사람들이 입던 옷을 빌려입거나 다른 사람들이 사주는 옷을 입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옷을 사주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듯 보였습니다. 아이는 그러한 상황에서 부모에게 옷을 사달라고 이야기 하기 보다는 옷에 맞추어서 자신의 인지체계를 맞추어간 것이지요. 그러니 날씨가 30도가 가까이 되는 날인데도 긴옷을 입고 테니스를 치면서 땀을 뻘뻘 흘리는데도 덥지 않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인지 체계를 변화시킨것이지요.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저의 어린시절이 기억났습니다. 저희 집에서도 옷을 사주는 것은 극히 제한된 행동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돈이 없지는 않았던것 같습니다. 어느날 신용협동조합에서 일년마다 총회를 하는 날이 있었는데 저희 아버지가 이사이셨는데 참석을 못하셔서 제가 행사 마지막에 경품추첨을 한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제가 입고 있던 옷은 다 떨어진 추리닝이었습니다. 제가 모든 것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다 떨어진 투리닝을 입고 많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서 경품추첨을 하고 돌아올때 사람들의 시선이 아직도 느껴집니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친척아주머니가 어머니에게 애 옷좀 사주지 그게 뭐냐고 이야기 했던것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들녀셕의 친구를 보면서 저의 옛날 기억이 다시 났습니다. 어쩌면 우리 어머니도 집에서 제대로 된 옷을 사주신 적이 없었나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어쩌면 아들 친구처럼 저의 인지를 수정해서 저의 환경에 적응을 하려고 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저는 자존감이 낮습니다. 그리고 저의 요구사항을 부모에게 이야기 하는것에 대해서 엄청난 죄의식이 있습니다. 이것은 직장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서 마땅하게 제가 누릴 권리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상황이 수없이 많았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일련의 상황이 부모와의 관계에서 학습되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알게모르게 부모와의 관계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기술에 대해서 배우게 됩니다. 이러한 사소한 기술들이 사회생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인데, 우리는 잘못배운 무의식의 행동때문에 사회생활에서 많은 불이익을 당할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에 대해서 인식하고 하나씩 개선해 나아가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