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족세우기세션에 참석했습니다.
가족세우기(Family Constellation)는 독일의 치유 대가인 버트 헬링거가 창안하여 1980년대에 초석을 다졌고, 1990년대에 세계대전의 트라우마 대물림으로 고통받는 독일인들을 치유하며 더욱 발전하여 전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지난번에 한번 제가 간단하게 소개를 한적이 있었는데, 제가 살고있는 뉴욕에서 한달에 한번정도 모임이 있다고 해서 오늘 찾아가봤습니다. 저도 말로만 듣고 넷플릭스에서 한번 보기만 했기 때문에 어떤 것인가는 알고 있었지만 직접 체험해본것은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정보는 몰랐었는데, 오늘 제가 직접 체험을 해보니 정말 신비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원래 버트 헬링거는 선교사로 남아프리카에서 선교사로 있을때 줄루부족과 오랜기간 동안 같이 살았었는데 그때 경험했는 것들에 감명을 받아서 그것을 독일로 가져와서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독일인들을 도와주는 도구로 발전시킨 것입니다. 의뢰인, 의뢰인 대역을 세우기장에 세워 연극처럼 진행하고, 의뢰인의 개인사나 조상에 대한 정보 없이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으며, 다양한 관계의 얽힘을 풀어 내적 성장을 돕는 등 기존의 심리치료법과는 차별화된 시도입니다.
오늘 시간에 맞추어 도착을 하니 10명 정도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단 둥글게 원으로 만들어놓은 의자에 앉게 되고, 한명이 세션을 조정해주는 역할을 해줍니다. 오늘은 두명이 의뢰인이 되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의뢰인 대역의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첫번째 케이스는 3자매중에 첫째인 여성이었습니다. 구체적인 문제는 2명의 여동생과의 관계가 소원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 병간호 하느라 오랜시간 같이 고생을 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 셋간의 관계가 소원해져서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는 홀로코스트 희생자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주제를 가지고 의뢰인의 대역을 시작으로 부모님들 조부모님들 등을 세우고 2차세계대전 중에 죽었던 오빠들의 대역을 새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2차 세계대전때 17살의 나이로 전쟁에 나갔다가 죽은 3자매의 오빠 역할을 했습니다. 저는 시체처럼 바닥에 누워있었는데, 조정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저에게와서 여러가지 질문을 하면서 갑자기 뜨거운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속의 분노 억울함 등의 감정들을 올라오면서 너무 서럽게 울게 되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죠. 그러자 저의 어머니 역할을 맡은 분이 자신의 무릅에 저의 머리를 올려주고는 저의 머리를 쓰다름으면서 위로해 주고, 저를 인정해주는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관심을 주고 위로를 해주자 나중에는 울음이 잦아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마음속의 고통이 사라지자 땅이 저를 잡아당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눈을 편안하게 감을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어떠한 의지적인 행동이나 논리적인 행동이 아니라 그냥 느껴지는 대로 나오는 행동이었습니다.
나중에는 가족안에 쌓여있는 감정들을 모두 정리하고, 조상대의 고통은 조상들이 지고 간다고 자손들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너는 너의 삶을 살아라 하는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가족 대대로 내려왔던 트라우마를 정리하는 과정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정말 그 느껴지는 감정이 너무 생생해서 놀랐습니다.
두번째 케이스는 50대 정도의 여성분이셨는데, 남자와의 관계에서 상대방이 자신을 속이고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해서 수치감과 분노를 가지고 있는 분이셨습니다. 그분의 가족이야기를 해나가면서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그리고 증조할아버지까지 대역을 세웠는데, 조상으로 올라가면 왕족 출신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녀의 증조할아버지 역할을 대역했는데, 집안에서 남자들과 여자들의 부부관계가 좋지 못했습니다. 원인으로는 왕족 출신으로 권력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많이 희생시켰던 과거가 부각되었습니다. 이러한 포악한 행동들로 인해서 남자들이 그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알콜중독에 많이 빠졌던 것이었습니다. 조상 대대로 있었던 이러한 고통들에 대해서 서로 공개하고 피해자와의 관계를 화해시키는 과정을 거치면서 조상대의 고통과 괴로움들이 약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는 의뢰자 대역과 의뢰자의 부모대역들 사이에 회복의 시간을 가지면서 감정적 골이 많이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는 집단 트라우마에 관심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가족안에서 대를 이어 내려오는 트라우마를 어떻게 해소하는지에 관심이 많은데, 오늘 참석했던 가족세우기 치료법이 좋은 해답이 될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 저의 삶에서도 끊임없이 해결되지 않은 집단 트라우마로 인해서 저의 모든 능력들을 발휘하면서 살지 못한것에 대한 회한이 많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가족세우기 심리치료를 하고 계신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도 기회가 된다면, 한국의 집단트라우마를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수 있으면 좋겠습니다.